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항상 기대는 실망을 낳는 법. 이 영화는 그렇게 실망을 안긴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대만큼 재밌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비효과'라는 말은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다. 카오스 이론의 일종으로 미국의 한 지역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한 번 하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이 분다나 뭐라나...작은 사건이 큰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그런 얘기다. 영화에서 과연 이 나비효과를 어떻게 이용할까 생각하고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는 시간을 매개체로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을 고쳐보기 위해 과거를 바꿀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는 없을꺼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특히 우리의 인생살이의 경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났을지는 몰라도 또 다른 현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의 동물이기에 바뀐 현실에도 불만을 가지게 된다. 자신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끊임없이 과거를 바꿔가면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현실을 얻을 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고난과 어려움이 없다는 건 의미가 없는 인생이고 그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는 수많은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
수많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지만 하나같이 고통스럽다. 그래도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누구나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에 대부분 후회하지만 주인공은 이제 포기할 줄 알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주인공의 선택.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로 흥분된 상태에서 맞게 된 결말은 뭔가 여흥을 남겨준다.
현실에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멍청하고 추한 짓은 없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들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실수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