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표현하자면 원. 순환. 인연. 운명 그런 말들이 생각난다. 다 비슷한 말이면서 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사실이다.
우선 내용면에서 주인공 둘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비극적인 사랑의 연결고리가 있다. 어릴 때 처음 만나서 느끼게 되는 서로에 대한 호감. 그 호감은 안타깝게도 둘 부모의 결혼으로 이상하게 흘러간다. 연인이 되고 싶지만 남매가 되버린 둘의 관계. 둘은 아슬아슬하게 연인과 남매 사이를 오가고 있다. 물론 동양적 정서에서 봤을 때 둘의 사랑은 잘못된 것이었고, 그런 그들의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이든 영화든 사랑의 힘이란게 때론 그런 것들을 깨버리곤 한다. 이런 둘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은 끊임없이 그들을 이어주려고 한다. 할아버지대부터 이어져 온 둘의 기이한 인연. 둘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계속되는 운명의 고리가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런 내용면 외에도 주인공 들의 이름도 이런 순환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 오토(otto)와 여자 주인공 아나(ana). 그들의 이름은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똑같다. 오토의 독백처럼 그들의 이름이 암시하는 건 불완전한 원을 그리는 그들의 인생이다. 계속적으로 순환되는 오토와 아나의 삶과 인생. 하지만 결코 행복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불완전한 인생이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우연한 만남과 그 만남으로 인해 계속 물고늘어지는 운명.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에 갇혀버린 그들의 삶을 그들의 이름이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형식 또한 순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시작과 끝이 연결되고 중간 중간 시간적 흐름이 끊어지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있다. 이런 컷들은 북극권의 독특한 배경과 함께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솔직히 영화의 재미가 그리 컸던 건 아니다. 그냥 그 내용이 너무 독특해서 봤던 것 뿐이다. 그래도 운명에 대한 생각은 하게 해준다. 운명의 고리란게 정말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내 주위를 돌면서 나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