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가 이곳에서는 쓰레기 취급 받는게 안타까워서 글 몇자 적어봅니다. 보는 사람마다의 영화보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 영화.. 결코 쓰레기 아니죠. 오히려 상당히 칭찬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이 영화는 사전 지식이 약간 필요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몇 년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기업 파산을 풍자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코미디라고 치부하기에는 생각해볼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입니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85년 휴스턴 천연가스 기업과 인터노스 기업의 합병으로 엔론이라는 기업이 탄생하고, 온라인으로 에너지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각종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죠. 기업은 점점 부피가 커져서 결국 1999년 기준으로 미국 재계7위까지 성장합니다. 미국에서의 7위면 전세계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기업이란 거 짐작하시겠죠?
근데 이 놈의 엔론이 거품이었던겁니다. 회계 장부는 무분별한 분식회계로 숫자에 불과한 거짓말 장부였고, 이에 따라 부실 기업이란 의심을 사게되죠. 엔론의 고위 간부들은 이러한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비밀리에 자기 주식들을 처분합니다. 결국에 엔론은 정부와 언론에 집중조사를 받게되고 파산신청을 하게 됩니다. 졸지에 수만의 실업자가 발생했고, 미국 경제는 통째로 흔들리게됩니다. 미국 역사상 최고액의 파산으로 기록되죠.
뻔뻔한 딕 앤 제인은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자본의 논리를 운운하면서 자기 살길만 찾아가는 배운 놈, 가진 놈 때문에 빈털털이로 전락하는 서민들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우는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승리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존재했던 비참한 현실을 비틀어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코미디라는 영화 장르에서 이 정도의 사회 풍자가 이루어진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죠. 찰리 채플린, 우디 앨런...의 영화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가 없을 정도네요.
물론 마지막에 약간의 비약이 첨가되고, 너무나 모범적인 해피엔딩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헐리웃 영화의 매력아닌 매력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죠.
이 영화 마지막 장면, 멋진 차를 몰고 가는 딕의 이웃집 남자가 자기의 새 직장을 자랑하죠, 새직장이 어디냐는 딕의 질문에 남자는 뻔뻔하게 대답하죠. "엔론!"
영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입니다. 국내 영화 홍보가 짐 캐리의 연기만 내세웠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웃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