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도 이만저만 난리가 아니다. 이번 장마의 물난리보다도 더 심각한 난리가 일어났다. 바로 ‘괴물’ 난리다. 또다시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불세출의 집단 발작 증세가 시작되고 있다. 매스컴과 각종 잡지에서는 시종 ‘괴물’이 당연히 천만 관객이 들어야 하는 것처럼 매일 매일 호평과 극찬일색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그 어디에서고 지금 이 난리의 사태를 수습하려는 매스컴의 노력은 보이질 않고, 오히려 그런 결과를 만들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건 물난리가 난 강원도 지역에 헬기로 물을 공수해서 계속 쏟아 붓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국 영화 잘 나가고 있는데 시방 무슨 소리하는 것이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대들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지금 괴물을 욕했다가는 매국노 취급을 받거나, 개인주의라 착각하고 있는 극히 이기주의적인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을 만나야 된다. 이런 부작용들을 알면서도 나는 지금 괴물을 욕하려 한다. 나에게 오는 이 따위 부작용은 아무 것도 아닌 괴물로 인해 파생될 문화적 부작용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확 끼쳐 오기 때문이다.
충무로인들은 지극히 단순하다. 어쩌면 바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스크린쿼터를 축소할 빌미를 만들어 놓고서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데모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쿼터를 지켜야 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그렇게 자기들이 알아서 무너뜨리고 있다. 바보가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양한 문화를, 한국의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괴물’과 ‘한반도’, ‘플라이 대디’가 국내 극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마당에 괴물 하나 보고 나면 다른 영화를 볼 것이 없어 극장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 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논하는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할 뿐이다. 15개 멀티플렉스관에서 괴물이 9개관에서 상영을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차라리 이건 만행에 가깝다. 한국의 영화를 살려야 된다는 주장에 이런 행위들이 과연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고, 한국영화를 살리는 길일까?
올 한 해 제작되는 한국 영화 편수는 120편이다.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는 정식등록 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합치면 제작 편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이 많은 한국 영화 중 관객들이 극장에서 만나게 될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괴물 같은 영화 한번 나오면 끽해야 1년에 스무 편 정도 극장에 걸릴까? 그나마 그런 영화들도 흥행에는 참패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개봉도 못하는 영화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문화적 쓰나미가 머릿속에 밀려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관객 천만 명만 들면 한국영화의 부흥이고 발전인 것처럼 말하는 영화인들과 매스컴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분명 무뇌아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정말 한국영화를 살리고 싶고 그들의 주장대로 문화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다면 그들 스스로가 천만 관객 운운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나서 다른 조그만 한국 영화들이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괴물을 보더라도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들을 보여주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해야 된다. 오죽했으면 이문식 같은 배우가 ‘이건 너무하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괴물을 좋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슬프게도 아주 많다. 극장을 싹쓸이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그렇게 극장을 싹쓸이하는 행태가 참 비겁하기 때문이다. 정말 작품이 좋다면 작품으로 승부를 해야 하거늘, 괴물은 분명 그런 점에서 벗어나 있다. 한반도는 툭하면 민족주의를 건드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중년의 관객들을 끌어오고 있고, 괴물은 한국인 특유의 집단 떼거리 정신을 긁어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한반도는 괴물보다는 그런 점에서 단순하지만 순진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괴물은 600개관이라는 초유의 싹쓸이도 모자라 ‘안보면 왕따’라는, 한국인들의 떼거리 정신을 부채질하는 야비한 마케팅을 하고있다. 물론 떼거리 정신이 나쁜 것은 아니다. 월드컵 때 광화문을 가득 메운 떼거리 정신은 분명 아름답고 활기찬 것이다. 하지만 괴물에서 보여지는 떼거리 정신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10일만에 관객동원 500만이라는 것은 축하할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이 미치지 않았나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정말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국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이젠 괴물에게 물러 가라고 소리쳐야 할 때이다.
영화인들은 스스로 물러 서야 하고, 관객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괴물은 이런 문화의 다양성을 이루는 기본적인 문제를 ‘헐리웃에 주권을 뺏긴 우리 영화의 자존심을 되찾고, 잘 만든 한국 영화를 살리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철저히 밟아 죽이고 있다. 그리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 괴물을 안 보면 ‘왕따’ 당하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남들 하는 것은 나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그다지 좋지 않은 습성을 철저하게 이용해 먹는 이 괴물의 작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욱이 웃긴 건 괴물을 ‘잘 만든 한국 영화’로 포장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 스스로가 이렇게 대놓고 얘기할 정도로 잘 만든 영화일까? 물론 현장장악력이 최고인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고, 50억이 넘는 괴물 캐릭터를 탄생시켰기 때문에 볼거리가 풍부하고 화면 때깔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잘 만든 영화이고, 천만 관객이 들 정도의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강력하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 스타일의 스토리 구조의 탄탄함은 온데 간데 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전개만이 보인다.
보여지는 가족들은 국가대표급 콩가루 집안이고, 미국은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족속으로 분류된다. 반미감정이야 작가의 사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굳이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친미주의자라면 안 보면 그만이고, 반미주의자라면 쌍수 들어 환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영화 안에서 보여지는 가족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난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싸우고 싶다. 일반 소시민들의 가족을 담았다고 하는데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봉 감독이 도대체 어떤 집안을 모델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콩가루 집안은 그다지 쉽게 찾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가족이라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이런 가족의 해체를 이 영화에서는 교묘하게 반미 감정과 연결시켜 버린다.
나 역시 엄청나게 미국을 싫어하고, 부시 혐오증에 걸린 놈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미국을 씹어대는 모습을 보면 인상이 구겨진다. 포름 알데히드를 한강에 버린 미군은 분명 욕을 먹어도 싸지만, 그것을 빌미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의 결과가 마치 우리네 소시민들의 가족들을 와해시킨다는 것으로 대책 없는 반미주의를 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스크린쿼터를 반미로 몰고 가는 것도 이해하고, 위의 내용까지도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극장을 싹쓸이해서 관객들의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제거해 버리고, 떼거리 정신을 자극해 자국민들의 등이나 쳐 먹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버린 미국 놈들보다도 더 구역질이 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인 것인가?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 말자. 영화인들은 이런 만행을 스스로가 느끼고 빨리 관객들에게 다른 영화를 볼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다른 조그만 한국 영화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국 영화가 살아날 수 있음을 알길 바란다. 각종 매스컴은 그저 무조건 띄워 주기식의 바보짓은 그만해야 한다. 대신 한국 영화가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함께 왜곡 되어버린 관객의 시선을 뜨이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객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이런 영화인들과 매스컴의 만행에 돌을 던지고 문화주권의 주인으로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살아날 것이고, 그래야만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 영화가 헐리웃 영화와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는 모습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유명한 감독이 만들고 막강한 배급사의 힘으로 이룩한 단 하나의 모래성은 무너지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진다. 스스로 다양성을 없애버리는 만행은 결국 한국 영화의 전체적인 침몰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괴물은 홍보 문구처럼 ‘헐리웃을 넘어서는 영화’이기 이전에, 한국 영화 문화를 갉아 먹는 영화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 홍콩 영화가 침몰했던 것처럼… 괴물을 보면서 그 영화가 괴물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공재 (독립영화감독)
※ 위 글은 시사웹진‘뉴라이트’(www.new-right.com)의 양해를 구해 게재됐습니다.
괴물이 대단한 흥행몰이를 하니까 배아픈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스크린을 너무 많이 먹었다는둥, 한 영화의 잠식적 구도라는 등 대부분 압도적인 스크린 수 차지에 토를달고, 심하면 짜깁기 영화, 평론가만을 생각하고 만든 영화라는 등 얼토당토 않은 소리로 떠듭니다.
그리고 또 가장 많이 들고나오는게 영화 르네상스 시대에서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저예산 영화 제작자들이 괴물로 인해서 더욱 큰 고통을 받고있다... 입니다.
구차하더군요.
괴물이 거대 자본영화라고 부르짖는데, 거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도 능력아닙니까?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서 더 좋은 영화를 찍으면 그게 훌륭한 감독인거지, 거대 자본 안(사실 안이 아니고 못이지...)끌어들여서 저질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훌륭한건가요?
그리고 다른 영화도 생각하라....
이게 제일 황당합니다. 중소기업 생각해서 잘나가는 대기업 무너뜨려라 라는 식으로 보는게 저뿐일까요?
지금 극장가에 걸린 한국 영화는 플라잉대디, 스승의 은혜, 아파트 정도가 있습니다. 근데, 하나같이 다 쓰레기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개쓰레기더군요...
플라잉대디.
배우 이문식이 괴물을 그렇게나 욕하더니 이런 영화 찍어놓고 그랬더군요.
이건 완전 스토리가 귀여니 소설급입니다. 인터넷 소설 문고판을 보는 것 같은 전혀 현실성 없는 스토리에 그래도 감동 좀 주겠다고 부성애 코드 들고나오고, 관객도 좀 생각해서 이준기 끌어들여서 개폼 좀 잡아주고... 무슨 레인보우 로망스 시트콤 한편 보는줄 알았습니다.
스승의은혜.
이건 정말 BEST OF BEST 쓰레기라고 부를만한 작품입니다. 분홍신 이후로 정말 개념없는 한국 공포물(사실 그 사이에도 많지만)이더군요. 뭔가 스릴러를 만들려고하는 노력은 보이지만, 결국 완성된건 한국형 고어물 + 기가막힌(좋은 의미아님)반전이 짬뽕된 최악의 영화입니다.
아파트
아파트는 아직 못봤습니다만, 어제 DVD가게에서 8월 신작안내하는데 아파트가 8월 중으로 DVD 나온다는군요.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7월 개봉한 영화가 8월에 DVD가 나옵니까... 무슨 긴급조치 19호도 아니고...
아니 그래 이딴 영화만 만들어놓고도 무슨 할말이 그렇게나 많은지 거대 영화를 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자기도 극장에 많이 걸리고 싶으면 싶다고 말을 할것이지 왜 남의 영화를 잡고 넘어집니까?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 들어올때는 외국영화에 잠식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같이 스크린 쿼터 반대한 동지끼리 싸우는꼴. 그야말로 밥그릇 싸움처럼 보여 참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극장을 공평하게 배분해서 괴물 상영극장 200개, 플라잉대디 200개, 스승의 은혜 200개, 아파트 200개 만든다고해도 괴물의 성적이 훨씬 좋고, 기타 떨거지는 성적이 개판이란것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임금으로 어렵게 영화를 찍는 스텝 생각을 하라고요?
저임금이든 임금안받고 일하든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좋아서 선택한길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찍은 영화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영화를 봐준다면 과연 그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그 사람들이 거집니까?
마지막으로... 저예산이든 거대 자본이든 영화는 잘 만들면 얼마든지 봅니다.
다만, 거대 자본영화가 잘만들어질 확률이 더 높긴하지만, 반드시 그런건 아니죠. 저예산 영화가 대히트를 친 예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를 잘만들 생각은 하지않고 허구헌날 남탓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