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미키 할러는 운전사가 딸린 링컨차를 타고 다니는 형사사건 변호사다. 승부욕이 강하며, 일에 대한 애착도 높은 편인 그는 성폭행 및 살인미수혐의로 체포된 부호집 아들 루이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절대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이 어딘지 설득력도 있어보이고, 대박 건수를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면 할 수록 미심쩍인 부분들이 발견된다. 돈을 밝히긴 해도 뼛속까지 속물은 아닌 그에게 있어 이 일은은 변호사로서의 양심을 통채로 흔들만한 사건이 되어 버리고 만다.
마이클 코넬리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그리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빛과 어둠, 미국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의식, 악당을 심판하는 반전의 쾌감이 적당하게 뒤섞인 법정 스릴러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본 작품은 딱히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쪽에 무게를 둔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충실히 원작을 따라가며 적당한 오락적 재미를 선사할 뿐이다.
영화는 라이언 필립이 맡은 루이스라는 인물이 유죄인지 무죄인지에 대한 모호한 복선으로 관객들을 현혹시키기 보다는 아예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나간다. 말하자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법정영화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해도 골격 자체는 헐리우드 액션물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먹질과 총탄이 빗발치는 과격한 폭력대신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릴만큼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는 형태다.
마지막에 이르러 악당에게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먹이는 반전도 생각만큼 그리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주인공 미키 할러의 캐릭터 설정이 마치 변호사 버전의 '더티 해리'를 보는것 마냥 법조인으로서는 매우 막강한 능력치를 보유한 인물로 그려져서 일것이다. 약올리듯 이리저리 주인공을 압박하던 악당이 막판엔 해리 캘러한의 매그넘 44에 나가떨어지듯, 깝죽대던 악당이 법 전문가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는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니까.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둘 것은 [타임 투 킬], [아미스타드] 등 유독 변호사 역할을 자주 맡아온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다. 사실 이 배우의 연기경력을 따지면 이젠 배테랑 소리를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인지도 면에서 저평가 받아온게 사실. 어느덧 중견배우가 되어버린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변호사는 지금까지 연기해 온 변호사들의 정의로운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에게 가장 잘 맞아 보인다. 적당히 어둠의 힘을 빌릴 줄 알며, 치고 빠지는 기술에 통달한 세속적인 변호사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전체적인 면에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그리 나쁘지 않다. 호흡이 차분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편이다. 특히 원작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꽤 미끈한 각색을 한 덕분에 대부분 만족스러울 거라고 생각된다. 다만 도식적인 전개와 결말을 제시하는 영화의 한계 때문에 딱 그만큼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