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 교수 험버트는 어린 소녀에게 첫눈에 반해서 샤를롯 헤이즈의 집에 하숙을 하게 된다. 아름답고 당돌한 그 소녀는 로리타 헤이즈였고, 그 하숙집의 딸. 험버트는 어릴 때 헤어진 첫사랑 소녀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소녀탐닉증이 있다.
결국 그는 샤를롯과 결혼을 해서라도 로리타와 가깝게 지내고자 결심한다. 의붓아버지라면 분명히 접근할 기회는 더욱 많을테니까. 그런데 사춘기의 로리타 역시 이 외간 남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유혹을 한다.
험버트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샤를롯과 결혼을 하지만, 로리타는 멀리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의 내밀한 비밀일기를 훔쳐본 샤를롯이 일기 내용에 충격을 받아 교통사고를 당해 죽자, 험버트는 기숙학교에 있는 로리타를 데리고 미국 내륙을 도는 도피 여행을 떠난다.
방해자가 없는 길 위의 삶이 됐지만, 이내 정체불명의 추적자가 생기고 그는 행여 로리타가 떠날까 싶어 노심초사한다. 아닌게 아니라 가는 곳마다 추적자가 따라붙고, 그때마다 수상쩍은 행동을 취하는 로리타. 결국 그가 방심한 틈에 로리타는 병원에 보내지고, 험버트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퀼티라는 사내가 로리타를 빼돌린 다음이고...
원래 이 작품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이다. 막연히 '로리타'라고 하면 그 언어가 갖게한 일종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그저 '성적인' 이미지 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속에도 분명 그런 시선도 담겨있긴 하지만, 거의 이것은 소스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리타'보다는 남자 주인공인 '험버트'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어쩌면 중년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한 남성이 소녀에게 빠지게 되어 일어나게 되는 줄거리는 굉장히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성적인 코드만을 다루는 것으로, 탐욕하고 해소하고 파멸하고 만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는 이 감정선을 유치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으며, 영상미학의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어린 소녀를 좋아하는 것을 금기시 하기 때문에거부감을 느끼는 것일뿐이다. 괴테도 80살의 나이에 16세의 소녀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영화에 나오는 성적인 묘사들은 부가적인 요소일뿐 결코 메인이 아니다. 그런 행위엔 반드시 서로의 정신적 교감이 깔려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고 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손가락의 모습에 대해서만 문제점을 제시한다면 이 영화는 어린소녀를 좋아하는 변태성도착증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선입견을 깨고 본다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