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정보는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용 자체가 힐링이 된다기 보다는 류승범의 연기로 인해 힐링이 된 작품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류승범은 천상 배우이자 오직 배우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원래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배우라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했지만 그래도 류승범이 누굽니까? 대한민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양아치 연기의 일인자 아닙니까?!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생각이 일절 들지 않더군요. 원작의 수학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더라구요. 더군다나 이런 지고지순한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잘 되기 마련이구요.
이 영화가 관객몰이도 그렇고 작품성에서도 큰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들 아시겠지만 태상적으로 불리함을 안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원작소설, 그리고 이미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영화. 이들과의 비교선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죠. 기존의 원작과 영화를 섭렵한 관객들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고, 스릴넘치는 추리극을 기대했던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영화였죠.
원작소설과 일본판 드라마, 영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중에 일련의 시리즈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입니다. 유가와 마나부라는 물리학자와 쿠사나기 슌페이라는 경찰이 주인공인 시리즈 물로써 둘은 대학교때 테니스 동아리 동기였습니다. 우연히 쿠사니가 형사가 유가와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해결하면서 유가와가 경찰청에서 갈릴레오 탐정이라고 불리며 유명세를 떨치게 됩니다. 물리학자라는 특성상 이 시리즈물에 나오는 사건들의 트릭은 과학적 현상과 연관된게 많죠. 여러 단편과 장편 작품이 나오다가 그 정점을 찍은 소설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처음으로 나오키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이 작품 말미에 유가와는 다시는 쿠사나기의 사건의뢰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시 이 시리즈물이 끝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후 '성녀의 구제'라는 장편을 통해 이 시리즈가 부활하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 쿠사나기의 후임 파트너인 카오루라는 여형사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유가와의 과학을 바탕에 둔 날카로운 추리, 쿠사나기의 정석수사, 카오루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직감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 이후 드라마화가 논의되면서 '갈릴레오'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어 시청률 대박을 칩니다. 흥미로운것은 드라마에서는 유가와와 카오루가 주인공이고 쿠사나기는 서브캐릭터가 되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아무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에 극장판이 만들어 지는데 그 극장판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근데 앞서 언급했듯이 원작소설에서는 카오루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점이기에 유가와의 비중이 가장 뚜렷해지고 카오루와 쿠사나기의 비중은 비슷해집니다. 이것이 한국판 영화인 '용의자X'로 넘어오면서 캐릭터 설정이 또 한번 변화하게 됩니다. 형사로 나왔던 조진웅의 캐릭터가 유가와+쿠사나기+카오루가 되어 버리 거죠. 알게 모르게 그 점이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으니 영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다들 조진웅 캐릭터가 참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굉장히 불만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런 점들 제외한다면 평타 정도는 되는 영화입니다. 이미 많이들 보셨겠지만 혹시나 안보신 분들을 위해서 리뷰 한번 써봤어요.
P.S.1) 결말이 너무 슬프다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원작 소설과 일본판 영화에 비하면 비교적 굉장히 해피엔딩입니다.
P.S.2) 어쩌다가 시작한 힐링무비 소개였는데요. 당분간은 없을듯 싶습니다ㅠㅠ 딱히 영화 장르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힐링될만한 영화가 더이상 떠오르질 않네요ㅠ그냥 재밌거나 괜찮은 영화들 종종 리뷰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