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man, not a dog."
(나는 사람이지, 개가 아니다.)
와.
마지막 대사.
진짜..
그냥..소름 돋았습니다.
정확한 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의미였어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뭔가 불편한 내용의 난해한 인물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크게 안했었는데.......
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니 상이 전부가 아니고, 단순히 명성 높은 상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 이 영화를 표현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중간중간, 감성이나 인간성따위 다 메말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치솟는 걸 느끼면서,
아 이 영화, 참, 무겁지 않게, 초연한 시선으로 이토록 깊이 있게 다가오는구나 싶어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다니엘 블레이크.
그는 영국이 아니라 한국에도, 이 나라이든 저 나라이든
어디든 있을 것 같은, 꼬장꼬장하지만 성실하고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도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나름의 지식과 능력과 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 꿋꿋하게 살아가다
심각한 심장병으로 인해 결국 일도 못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성실하게 올곧게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했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모든 걸 디지털로, 온라인으로 하고 모든 것을 증명하고 증빙을 제출하라며
윽박지르고 끊임없이 그에게 비참함과 괴로움 만을 안기는 사회였습니다.
아내와 분명 알콩달콩 하나씩 사모았을 살림살이를 헐값에 다 팔아 넘기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도,
그는 우연하게 도움을 주게 된 한 미혼모와 아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가끔은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이상한 남-녀 사랑이 아니라,
정말로 순수한 같은 인간으로서의 사랑, 서로에 대한 배려심, 존경심, 믿음.
피 한 방울 하나 섞이지 않은 그들이 가진 것 없이도 서로와 계속 온정을 나누는 모습에,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에 울컥 했습니다.
자신의 어린 친구가 하는 선택에.. 그저 어린 아이같이 울 수 밖에 없었던
다니엘의 슬픔은,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울 수밖에 없겠지란 막연한 확신에 더욱 깊이 다가와
결국은 눈물이 쿨쩍쿨쩍 흐르더군요....
다니엘 블레이크는 너무 정직했고, 너무 강직했고,
너무 성실했고, 너무 진실했고, 너무 올곧았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앞에서 맨 몸으로 쫓겨나가는 그의 심정에,
이게 과연 내 일이 아닌지, 이게 내가 살아가는 현재가, 미래가 되지 않을거란
확신 따위 없습니다.
(일단 선진국인 영국도 저 꼴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훨씬 더, 더 냉혹하고 가차없죠.)
그저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비참해도,
그처럼 따뜻하게 친구를 만들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다, 나는 짐승이 아니다.
나는 그럴 값어치가 있는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내가 겁쟁이에 여러모로 미진하지만
그런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이라도 다니엘 블레이크 씨가 본다면
껄껄 웃어주진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블레이크씨, 영화 속의 당신에게는
케이티도, 이웃집 청년도, 다정한 마음의 복지상담사도 있었는데,
조금 더 기대도 좋아요. 라고 말을 건네고 싶어집니다.
I Daniel Blake,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