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시리즈의 스티븐 소더버그가 돌아왔다.
일찍이 약관의 나이에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느를 정복했던 영화 천재 소더버그가 소포모어 징크스로 한동안 빌빌대던 슬럼프를 극복한 작품이 케이퍼 장르의 '표적'이었다. 그리고 트래픽,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시리즈로 이어지는 성공.
탁월한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인물 구축, 경쾌한 리듬의 편집 감각. 소더버그의 재능은 그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범죄영화 장르에서(도) 만개했다.
<로건 럭키>는 오션스 시리즈의 루저 버전이다. 깔끔한 슈트 차림의 멋쟁이 스페셜리스트들이었던 오션스 패거리들과 달리 <로건 럭키>의 주인공은 가난한 촌동네 웨스트 버지니아의 보잘 것 없는 인생들이다.
촉망받던 미식축구 유망주에서 다리 장애 노동자가 된 형 지미, 두차례나 걸프전에 참전한 결과 한쪽 손을 잃은 바텐더 동생 클라이드는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 한방 먹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오션스 시리즈의 공간에 코엔 형제의 루저들 혹은 순화된 타란티노의 수다쟁이들이 들어 와 활약하는 느낌이랄까.
멤버들의 맥락없는 썰렁 다이얼로그와 어이없을 정도의 우스꽝스런 실수 등 범죄자 답지 못한 이들의 나사풀린 듯한 투박한 작업 공정은 장르 특유의 긴장감 대신 여유로운 킥킥됨을 선사한다.
오션스 멤버들의 작업이 경탄스럽다면 로건 형제들의 작업은 '이 친구들아, 조심조심~ 제대로 좀 해'라는 조바심을 갖게 한다. 나도 모르게 이들의 범죄를 응원하고 있는 꼴이랄까, 그만큼 로건 형제들의 인간적 매력과 사연은 공감의 여지가 크다.
그렇게 방심한 채로 영화를 즐기다 순진한 결말에 순진한 박수를 보내며 좌석에서 일어 날 준비를 할 때 쯤
마치 '우리 로건 패밀리를 그렇게 우습게 보시면 곤란하지'라는 듯
로건 삼남매의 유쾌한 반격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