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던 혜원은 임용고시탈락의 우울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눈 쌓인 겨울 마당. 냉기로 가득한 작은집을 장작난로를 지피며 온기로 채운다. 간단한 재료로 뚝딱 한 끼를 해결하고 포만감에 미소 지으며 잠깐이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탈고향을 꿈꾸는 토박이 농협직원 은숙,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 농사를 돕는 귀농인 재하와 티격태격 소소한 수다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을 떠나 시골마을로 돌아온 혜원의 특별한 사계절을 담았다. 농작물 재배나 요리과정이 기대만큼 자세히 담기진 않지만 맛깔스런 요리가 계절별로 다양하게 등장해 즐거운 볼거리를 준다. 시루떡 꽃튀김 콩국수 수제비 배추전 홍시 등 친근한 먹을거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다슬기 줍는 맑은 개울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 황금빛 벼 물결과 한적한 마을길 등 계절마다 멋진 정경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폭우에 쓰러진 벼를 세우고 수시로 삐져나오는 잡초를 제거하는 등 녹록찮은 노동의 고단함도 나오지만 영화는 귀농 판타지에 가깝다. 지척에 사는 고모, 수시로 오가는 친구들, 진돗개 오구가 있어도 홀로 사는 여성에게 허술한 작은 집은 신경 쓰인다.

앞날을 위한 뾰족한 대책 없이 혜원이 머뭇거리는 사이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계절마저 바뀐다. 바쁘게 살아간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상념을 비우고 열심히 몸을 움직일 때 뜻밖의 결론을 얻기도 한다. 가을 갈무리를 다부지게 하듯 지난날을 점검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확신이 생길 때까지 바삐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마의 갑작스런 부재로 상처가 컸지만 자신의 삶을 위해 힘들게 떠났을 엄마의 고민도 차츰 이해한다. 배우 김태리의 맑은 에너지는 능청스러운 듯 유쾌한 혜원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 마음에 훈풍이 절로 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