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삼십년을 위한 버킷리스트

온리원럽 작성일 13.05.19 0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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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긴 여행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더 많은 행복을 마주하면서 여행의 종착지로 흘러가며, 어떤 사람은 더 많은 불행과 마주하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여행, 더 많은 행복과 마주하길 바란다면 단 한 가지만 실천하면 된다. 바로 계획이다. 그것이 인생의 행복을 디자인한다. 중년 남자들은 링 위에 오른 선수와 같다. 때문에 의사가 진단한 병명을 듣고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전성기보다 약해진 선수가 자신의 몸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중년이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진다. 그렇다고 마냥 누워있을 수도 없다. 주말은 한 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불과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입원은 어쩌면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기간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이 중년 남성이 짊어진 가족이라는 삶의 무게다.

마흔 이후 삼십 년을 위한 버킷리스트 이미지 1

마음껏 아프지도 못하는 중년
나는 요즘 습관적으로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반복한다. 하나도 괜찮지 않지만, 다 괜찮다고 우겨댄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희망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괜찮다고 하니 정말 다들 괜찮은 줄 안다. 아내는 지난달 ‘예상치 못했던’ 명절선물 비용 때문에 3월 용돈에서 10만 원을 줄이겠다고 한다. 명절은 해마다 돌아오는데 그 비용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다. 게다가 돈은 내가 벌어오는데 그건 내 돈이 아니다. 월급은 그저 통장에 숫자로 찍히는 것에 불과하다. 자녀가 커가니 지출도 계속 커가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매년 학원비는 오른다.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돈 많이 벌겠다’고 하니 ‘웃기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분명 학원을 운영하는 그 친구도 그 어딘가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마 세상 돈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또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나가야 한다. 그게 가장의 법칙이다. 아내와 자녀의 행복을 위해 자기 자신의 행복은 잠시 미뤄두는 것. 정말 올봄에는 감기라도 마음껏 걸려봤으면 좋겠다.

행복한 인생 여행을 원한다면
중년은 청년과 노년의 중간이다. 그야말로 인생의 반환점이며 한 복판이다. 이 반환점을 무사히 통과하면 조금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때문에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 희망을 더 단단히 붙이기 위해 몇 가지 '접착제'를 발라본다.

1. 남은 삶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첫 번째 접착제는 자녀가 몇 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 역시 일의 양을 조금 줄일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적게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듯 적게 일하면 분주한 마음이 평온해 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러면 내 남은 삶의 가치와 목적이 조금은 더 자세히 보일 것이다.

2. 실천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적어본다.
두 번째 접착제는 그 동안 꿈만 꾸고 실천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는 것이다. 마흔 이후 삼십년은 지금까지 경험을 기초로 나만이 이뤄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 구체적인 계획서를 작성한다.
세 번째 접착제는 실천하지 못한 목록을 추려 아주 세밀하고 디테일한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우선 나의 경우에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아내와 함께 유럽 일주를 꿈꾼다. 2주 동안 지중해 크루즈 여행도 즐길 것이다. 이를 위한 모든 것을 상세하게 적는다. 10여 년 후 들어갈 비용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한 후 지금부터 얼마를 모아야 할지 적는다. 술자리와 점심값을 줄이더라도 이 비용은 꼭 저축할 것이다. 그 다음 여행할 루트와 기간 등 모든 것을 상세히 적는다. 그리고 그것을 아끼는 책 사이에 끼워두고, 요약본은 지갑에 넣어둘 것이다. 매번 지갑을 열 때마다 이 메모가 보일 것이며 10여 년 후 이 꿈을 이룰 것이다.

마흔 이후 삼십 년을 위한 버킷리스트 이미지 2

4. 엉뚱한 희망도 괜찮다.
네 번째 접착제는 아주 엉뚱한 희망을 적어 놓는 것이다. 나는 무인도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고 싶다. 이를 위해서도 아주 디테일하게 계획을 짜야 한다. 아내의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해줄 것인지는 물론 무인도를 결정하고 식량과 물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10여 년 동안 세밀하게 다듬고 계획하면 정말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계획하듯 인생을 계획하라
아무리 세밀하고 디테일한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날 때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은 많지 않다. 인생 여행도 마찬가지다.

마흔 이후 삼십 년을 위한 버킷리스트 이미지 3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보자. 그리고 시간을 두고 좀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수정하자. 그러면 하나씩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 디자인은 사실 별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이룰 수 있도록 실천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그 실천 방법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계획을 지갑에 넣어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확인한다면,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라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생은 결국 계획이다. 수정되고 수정되는 계획이다. 다만 여행의 종착지가 변하지 않듯, 행복이라는 인생의 종착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계획을 더 세밀하게 할수록 더 많은 행복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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