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보기엔 욕나오겠지만 전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FadeToCrow 작성일 17.01.25 14: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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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하면 37살 미혼남이며(모...모솔..ㅇㄷ)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고 있고 TV 애니메이션 제작 하고 있습니다.
경력은 다른거 하다와서 다소 짧은 9년 정도지만 나름 실력이 있는편이라
회사에 팀장을 맡아서 신입들 교육도 하면서 제 주도하에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네요.
일은 재밌고 회사에선 사장 다음으로 대빵이다 보니 눈치받을일도없고
성격상 남 눈치주는 짓을 못하는데 다행이 모난 직원들이 없어
스트레스 받을 일 없는 직장생활을 하고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이 재밌음!ㅎㅎ


지금 받는 연봉은 3000인데.. (월급은 세후 214정도..) 이 바닥에선 나름 나쁘지 않은
편이고 계약이 2년단위라 40살땐 아마 3600정도 받을수 있겠네요.


부친 작고하신 후 홀로 무작정 상경해서 생활하는데 먹고 살려고 사체 땡겨쓰느라
초반 생활이 다소 어려웠고...  묘하게 운이 없는데 제테크나 금전감각이 제로라...
어설프게 손댔다 손해 본 돈도 날린 돈도 만만찮습니다..
37살에 은행잔고가 200만원 입니다만 다행이 빚은 없네요 ㅎㅎ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모을만큼 고수입직종이 아니라 반지하 집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전세라 (부천 2500짜리 ㅎ) 춥고 낡은 집이지만 나름 만족하고 살고있습니다..
차는 당연히 없이 버스 지하철 갈아타며 출퇴근 중인데 애초에 차에 관심도 없고
운전에도 흥미가 없어 좋은 차 몰고 싶다는 욕구로 고통받거나 하진 않네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는 소설책(주로 카카오페이지)보는 재미가 쏠쏠해서...ㅎㅎ
요즘은 영어공부하고있구요..

친구나 가족은 모두 부산에 있고 홀로 경기도로 떨어져 생활중입니다만
집에 오면 고양이가 반겨주고 요즘은 카톡에 단톡방도 있고... 온라인 게임하면
(게임상에서) 맨날 보고..그러다보니 외롭다거나 하진않네요.
하앜 고양이 졸귀..;ㅁ; 근데 이녀석 안고 있으면 안 안길려고 발악하는건 좀 슬픔;

항상... 게을러지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꾸준히 그림연습하고 관련분야 공부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언젠가 만들
제 작품을 위해 시나리오나 캐릭터 구상하고... 요즘 열심히 영어 공부도 하는데...
이것만해도 바쁜데 취미까지 쓸데없이 많아서...
기타 잠깐 치다가... 게임하고...다큐 보기(다큐매니아임ㅎㅎ) 영화 만화책 소설책보고...
모형도 잠깐식 만지고... 이러다보니 외롭긴 커녕 하루하루 재밌게 살고 있네요.ㅎㅎ
37살 나이만 먹었지 놀기 좋아하고 게임좋아하고.. 하여튼 얼굴만 늙고 속은 아직 어린놈인듯..ㅋㅋ


하지만 이 만족스럽고 재밌는 삶도 어느 순간 구질구질해지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창피하게도 그건 여자문제죠..^^;

스스로를 딱히 사랑하는 편은 아니긴 합니다만 나 스스로를 싫어하거나 하진 않는데
여자앞에만 서면 스스로가 너무 못났고 혐오스러우며 미워지는 자존감 바닥을 경험하게 됩니다.
말을 못하는 편도 아니고 성격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성격좋은 사람이라
교우관계가 두텁고 나를 신뢰하는 사람도 제법 많은 축에 속합니다만...

여자앞에선 초라해보이 작은 키와 못생긴 얼굴...  호감있는 여성에게는 말도 어버버...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재산도 없고 가족도 없고(이건 요즘엔 흠이 아니긴하지만)...
대게 짝사랑으로 끝나서 다행이 남의집 귀한 따님의 신세를 힘들게 만들지 않긴하지만
본인은 짝사랑의 상대가 마음에서 정리가 될때까지 '시역과의'를 필사적으로
되뇌이며 번뇌와 집착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죠....;ㅁ;

모든 고통과 번뇌 그리고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이 세상만물이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것을 최대한 잊지 않도록 하여 고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노력합니다만 쉽게 되는건 아니더군요..

아직 수행이 부족해 욕심과 집착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것들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지하고 인정하는것만으로도
확실히 전보다는 나아지더라구요...
이제 앞으론 더 나아지겠죠!

제 사연을 쓴 이유는.... 이런 나도 잘 먹고 잘 사니 징징대지 마라... 따위의 잘난척을
하기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이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삼고자 저 자신을 위해 쓴 글이기도 하지만
이런 제 글과 사연이 읽어 주시는 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적어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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