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 결과를 지켜본 여권의 심경은 쓰라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기호 4번 김진춘 후보가 진보·개혁 진영 대표주자로 나선 기호 2번 김상곤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후보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낸 교육계의 대표적인 진보 인사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직·간접적으로 그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진춘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경기 교육감 출신으로 지난해 7월30일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리틀 MB' 공정택 후보 당선을 도왔던 뉴라이트 세력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인물이다. 한나라당의 탄탄한 조직력까지 고려할 때 투표율이 낮으면 김진춘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치적 의미 남다른 경기도 선거
▲ 8일 실시된 경기도의 첫 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가운데) 후보가 수원 팔달구 인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선거 개표 초반부터 앞서나갔던 김상곤 후보는 여유 있는 격차로 김진춘 후보에게 승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상곤 후보 당선을 ‘교육 혁명’에 비유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정치적으로도 남다른 상징성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수도권 전반적인 표심을 알 수 있는 선거는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와 올해 경기교육감 선거 정도이다.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부유층과 서민층 등이 골고루 섞여 있고 서울의 뉴타운처럼 단일 이슈에 움직이기 어려운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경기 북부와 남부, 서부와 동부, 도시와 농촌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전통적 강세 지역, 진보 후보 선전
경기도 선거는 지역주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에서 민심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 선거 결과가 흥미롭다. 한나라당에 일방적 승리를 안겨주던 성남 분당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원했던 김진춘 후보는 김상곤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겨뤘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강세 지역인 과천에서는 김진춘 후보가 32.5% 득표율로 47.5% 득표율을 올린 김상곤 후보에게 밀렸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고양·일산 지역을 석권했지만,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는 김상곤 후보가 15% 포인트 안팎의 여유 있는 격차로 김진춘 후보를 눌렀다.
한나라당 전통적 강세지역과 신흥 강세지역의 표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유권자 수도 많고 학생 수도 많고 학교도 많다. 정치적 의미로 봐도 경기도는 서울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이다.
서울 교육감 선거 때 1면, 종합면, 사설 내보냈던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08년 7월31일자 1면. ▲ 조선일보 2008년 7월31일자 사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12.3%로 낮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 투표율도 15.5%로 낮았다. 조선일보는 ‘리틀 MB'로 불렸던 공정택 후보가 당선되자 7월31일자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당시 4면은 <서울시교육감선거>라는 문패를 달아 공정택 후보 승리의 의미를 부여했다. 머리기사 제목은 <서울시민들 ‘평등’ 대신 ‘경쟁’을 선택했다>로 뽑았다. <‘전교조 교육감’은 안 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이라는 사설도 실었다.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 당시 1면과 종합면, 사설 등으로 공정택 후보 승리 의미를 분석했던 조선일보는 이번 경기교육감 선거 결과에 관련해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을까. 1면은 물론 종합면에서도 경기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교육감 선거 결과가 '사건과 사고'면에 실린 까닭은?
▲ 조선일보 4월9일자 10면. ▲ 경향신문 4월9일자 1면. 한참 지면을 넘기다보면 ‘사건과 사고’면(10면)에 실린 <김상곤씨 경기도교육감 당선>이라는 기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관련사설은 실리지 않았다. 경기교육감 선거와 ‘사건과 사고’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중요 현안이 많아서 ‘사건과 사고’면에 실렸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조선일보의 가치 판단이 지면에 담겼다는 부분이다. 경향신문은 9일자 1면 머리기사로 <‘반 MB교육’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경향은 경기교육감 선거 결과를 1면 머리기사감으로 본 셈이다.
조선일보가 경기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쓰라림을 감추고자 ‘사건과 사고’면에 기사를 싣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교육감 선거가 평등 대신 경쟁을 선택했고, 전교조 교육감은 안 된다는 유권자의 뜻이라면 경기교육감 선거는 어떤 의미로 보는지 조선일보의 판단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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