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더니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어.
자전거 여행자 최대의 적은 날씨야. 역풍까지는 대충 이해해.
그런데 비나 눈 내리면 정말 답이 없어 ㅠㅠ
호텔에서 자전거 덮을 만한 비닐 구할 수 있냐고 하니 요앞 마트까지 가보래.
마트에 갔더니 알바 아줌마들이 급 괌심 보이며 우르르 몰려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친절하게 도와줌 ㅎㅎ
횽들도 일본인이 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거야. 항상 말 뒤엔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적어도, 겉으로 친절하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로 좋아져.
내가 여행하며 겪었던 수많은 친절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정말로 좋게 만들어 줬어.
적당히 자전거 덮을 비닐을 구했고.
일단 호텔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지도를 한참이나 뒤적거려 봤더니 어제 텐트쳤던 강가보다 훨씬 뒤로 와버렸음 ㅡㅡ;;
안그래도 체력조루인데 5~10km정도 후퇴해 버렸어 orz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라운지에서 빈둥거리고 있으니까 오전 다 가서야 비가 그치더라.
다시 달리기 시작~
한참 달리다가 배고파서 근처 지나가는 아저씨 붙잡고 편의점(convenience store) 어디냐고 물었는데 못 알아먹음 ㅋㅋ
몸짓 발짓 전부 동원해가며 겨우겨우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아아, 콘비닌!" 이러더라.
일본사람들은 재밌는게 일상에서 영어를 엄청나게 많이 쓰는데, 정작 대부분 일본어화 되서 외국인들은 하나도 알아먹을 수 없어.
편의점도 convenience store를 줄여서 콘비닌 이라고 부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PC(Personal Computer)를 파소콤(파소나루 콤퓨타)이라고 부르는거야.
학생들은 또 0 이라는 숫자를 제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해.
여튼 겨우 편의점 찾아가서 도시락 샀어.
카레밥 오무라이스로 추정되는 480엔짜리 도시락을 사서 계산하는데, 점원이 일본어로 뭐라뭐라 하길래 뜻도 모르고 '하이!' 했더니 데워주더라 ㅋㅋ
생각보다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480엔이 별로 아깝진 않았어.
달리고 또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시발 힘들어 뒤지겠다 ㅠㅠ 완전 체력조루라 조금만 달려도 정말 힘들고 지쳐서 욕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어.
슬슬 시 외각으로 접어들었는지 완전히 산골풍경이 펼쳐짐 ㅋㅋㅋ
건물 양식 같은것만 빼면 우리나라 산골이랑 분위기가 정말 비슷했어.
물도 다 떨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어.
물한잔 달라고 부탁하는데, 영어를 쓰려다 일본에 왔으니 웬만하면 일본어 쓰기로 결심해서 일본어 써봄 ㅋ
페리에서 만난 타카히로군 한테 배운 문장이랑 접목시켜서.. 좀 어설프게
"스미마셍, 와따시와 지텐샤 료쿄샤 데스. 간고쿠진 데스. 미즈 구다사이." (실례합니다 저는 자전거 여행자입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물 주세요)
했더니 사장님 포스 풍기는 좀 예쁜 아줌마가 웃으면서 물에 얼음까지 띄워서 줌 ㅋㅋㅋ 친절한 아줌마 고마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뜬금없는지. 다짜고짜 나 자전거 여행자요, 한국인이오. 물 주시오!
라니 ㅋㅋ 여기거 무슨 주막도 아니고.
하지만 다 외국인인걸 감안해서 필터링해서 들었겠지?
커피숍 지나고 계속해서 달리는데, 오르막이 멈추질 않았어. ㅡㅡ;;
경사가 심한건 아닌데, 가도가도 계속 오르막길 이니까 도저히 힘들어서 페달을 밟을수가 없겠더라 ㅠㅠ
그래서 이 루트는 걍 걸어가버렸어 ㅋㅋㅋㅋ 시간 엄청 잡아먹었다 orz
사진으론 잘 느끼기 힘들거야. 아무리 평탄한 길이 나와도 미묘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모퉁이를 돌면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 오르막 ㅠㅠ
근성을 보이자. 힘내자 하며 애써 열심히 올라도 이내 지쳐 걸을 수 밖에 없었어.
오르막 끝나서 열라 신나게 내려감 ㅋㅋㅋㅋ
도시 발견~~
여기가 슈난이었나??? 지명이 확실히 기억이 안나네.
인터넷 카페 발견!!!!!
산에서 너무 힘을 빼서 배가 엄청 고팠어.
마침 길 건너편에 스키야가 보이더라 ㅋㅋ
스키야는 일본 곳곳에 체인점으로 퍼져있는 간이 식당 같은곳인데.
이게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해.
일본 자전거 여행자라면 엄청나게 애용하게 되는 곳이야.
스키야 말고 요시노야라고 소고기 덮밥집도 있는데, 거기도 최고임 ㅋㅋ
100~300엔 정도 가격에 배부르게 한끼 할 수 있어.
200엔짜리 카레 돈까스 시켜먹었어.
100엔 더 내면 김치도 추가 가능한데 돈 아까워서 안 시킴 ㅋㅋ
다 먹고 밖에 나갔는데 조금씩 비가 내리네 ㅡㅡ;
다시금 내리는 비에 오늘은 힘들겠다 싶어서 아까 봤던 피씨방으로 들어감 ㅋㅋㅋ
피씨방 입구에 아이온 포스터 덕지덕지 붙어 있더라.
일본 피씨방은 정말 신기하게... 분위기가 완전 한국 독서실 분위기야.
독서실 처럼 개인 칸막이가 다 되어 있고... 엄청나게 조용해. 엄숙하게 느껴질 만큼 조용해.
스피커 사용은 아예 안되고 헤드셋만 사용가능.
쇼파는 완전 고급쇼파에 다리 쭉 뻣을수도 있고 ㅋㅋ
만화책 엄청 많이 있어서 마음껏 뽑아 볼 수 있고,
토스트, 음료는 셀프로 무한리필 가능... 우와...
완전 문화충격 ㅋㅋㅋㅋㅋ
밤샘할인 가격이 3천엔 정도길래 유스호스텔에 자는셈 치고 걍 결제하고 여기서 잤어 ㅋㅋ
샤워실도 있겠다. 완전 좋음. 다음날 아침은 공짜 토스트랑 오렌지주스로 대충 떼우고 나올 수 있었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어.
오늘도 열심히 달리자.
마을 곳곳에 고양이들 진짜 많았어.
일본에는 개보다 고양이가 더 많다고 하던데 진짠가 싶더라 ㄷㄷ
좋은아침~
유치원에 짱구를 데려다 주는 엄마?
마을 구경한다고 안에 들어갔다가 길 잃음 OTL
묻고 물어서 겨우겨우 2번국도 발견~
한참 달리다 지쳐서 유원지에서 휴식 ㅋ
일본에 이런 작은 돌부처들 정말 많다.
그냥 가정집 입구에서도 하나씩 보일정도...
대부분 옷이나 치마 같은걸 만들어서 입혀놨더라.
배고픈데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서 혼자 페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감 ㅋ
이름좋다. Joyfull!
페밀리 레스토랑인데 혼자 온 사람 은근히 많았어.
한국이면 어느 식당이건 혼자 들어가면 좀 이상하게 보는데, 일본은 이게 참 좋은거야. 혼자 먹어도 아무도 신경 안써.
320엔짜리 뭔지도 모르고 싸길래 시켰더니 햄버거 스테이크 나오더라~ 우왕
고기가 보기보다 두터워서 맛있게 먹었어 ㅋ
조이풀에서 나와 건널목 신호 기다리는데, 강아지 한마리가 계속 내 다리를 햝으려고 해 ㅋㅋㅋㅋ
강아지 주인 아줌마한테 '카와이 데스 ㅋ' 했더니 막 어디서 왔냐고 물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막 반가워 하더라. 일본일주 한다고 하니 놀라면서 대단하다고.
자기집에서 하루 묶어가도 된다고 하길래 덥석 오케이 해버렸어ㅋㅋ 아는 한국인 친구들도 있다고 하길래.
여행 3일째 드디어 일본 현지인 집에 묶게 되는구나!
아줌마 집까지 가는길에 이것저것 이야기 했는데,
알고보니 아줌마가 한류에 빠진 사람임 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용준, 이병헌 엄청 좋아하고,
개 이름이 '병'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병헌의 '병'에서 따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에 계속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