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주 - 5 <BGM>

Shinss 작성일 12.03.08 19: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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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여관을 나서는데, 


미약하게 보이는 구름 조각들과 쨍쨍하게 내려쬐는 햇볓이 정말 시원해 보였어.


그런데 뿐만 아니라 정말로 뼛속까지 시원했음. 


3월인데도 공기가 너무 차가웠고, 미약하게 부는 옅은 바람마저도 살을 애는 듯 한 느낌이야.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먹는데 한국처럼 편의점 안에 서서 먹는 공간이 없어.


그래서 나가서 먹을 수 밖에 없었어, 마땅히 앉을곳도 없고...


근처 돌무더기에 걸터앉아 먹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묘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추운데 혼자 와들와들 떨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까먹고 있다니 너무 처량하게 느껴지더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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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자전거 도로가 끊겨서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는데 건널목이 없어 ㅋ


찾아보니까 이렇게 지하도가 있더라.


우리나라는 보통 육교로 만들잖아. 특이했어.


자전거는 내려서 끌고 가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데, 옆에 어떤 좆중딩이 걍 타고 내려가길래 나도 타고 내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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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찾기 어떻게 하냐는 횽들이 많아서 간단히 설명해줄게.


출발 몇일전에 구글어스나 네이버지도로 길을 미리 탐색해서 가는게 좋아.


일본 남부해안선 따라서 여행할거면 보통 2번국도가 최고야.


혼슈 남쪽 끝에서 도쿄 너머까지 쭉~~ 이어져 있거든. 그래서 2번국도만 안 잃어버리면 길찾기는 쉬워.


근데 가끔 2번국도가 산을 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 걍 살짝 빠져서 더 편한 길 찾아.


난 걍 무식하게 2번만 쭉 따라가다가 고생했어 ㅠㅠ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느끼는건데,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확 와닫게 되더라.


나는 뼈빠지게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리고 정말이지 고생고생해가며 가는데..


지도 펼쳐보면 진짜 눈꼽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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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다가... 터널이 나왔어!!


터널안에 공기 안좋을것 같아서 천쪼가리 하나 입에 두르고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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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 존나 무서웠어.


터널이 뭐가 무섭냐고 하는 횽들 있을텐데... 너무 무서웠어 ㅠㅠ


차도 더럽게 많이 오가고, 또 엄청난 기세로 달리는데, 사람 다니는 길에 난간 하나 없어;;


애초에 사람 다니라고 만든 길이 아닌것 같아. 


길도 엄청 좁아서 잘못해서 넘어지면 걍 한방에 골로 갈 것 같더라.


밖에선 못 느끼는데, 


터널 안에서는 차 한대가 지나가면 몇초뒤에 그제서야 바람이 뒤에서 확 끼쳐와..


큰 트럭같은거 한대 지나가면 잘 가던 자전거가 휘청거리게 되니까 너무 무서워. 


또 이게 가도가도 끝이 안보임 ㅡㅡ;; 보통 우리나라 터널 보면 입구에서 저쪽 끝에 출구쪽 빛이 보이잖아.


근데 이건 터널이 살짝 휜데다 길이도 너무 길어서 끝이 안보여 ㅠㅠ


사진 흔들린거봐, 너무 무서웠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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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까봐 핸들을 정말 꽉 쥐고 갔는데... 나와서 보니까 손이 하얗게 되어 있었어 ㅋㅋㅋ


나오자마자 자전거 세우고 혼자 두손들고 만세 했다. 사진도 찍었는데 좀 굴욕처럼 나와서 안 올림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와서 표지판 보니까 길이가 거의 2km 되는 터널이었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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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통과하고  세상이 달라보임 ㅠㅠ


옆에 핀 개나리도 존나 예쁘더라. 그래서 한장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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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밑에 보는데 으잌 놀래라 ㅋㅋㅋㅋ


늙은 고양이가 나 쳐다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산중에 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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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덕 나와서 한참 올라가는데... 지쳐 쓰러질것 같았어 ㅠㅠ


근데 산 중턱 작은 공터에 자판기가...  


자판기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나타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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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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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터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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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나오니까 또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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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 세게 달리는데 무서워서 옆길로 들어갔는데 이어지는 길 없음.


체력조루라서 지쳐 죽겠는데 진짜 짜증나더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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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내려왔는데 앞에 또 산이야 


와 진짜... 배도고프고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마을 있으니 식당 있겠지 하고 찾는데... 


마을에 무슨 식당이 없어 식당이 ㅡㅡ;; 


사람도 잘 안다니고, 


가다가 유치원생 두명 지나가길래 뭔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애들 영어도 안통하고 나도 일본어 못하고 ㅋㅋㅋ


영어쓰다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한국어 튀어나왔는데,


지들끼리 막 웃더라 ㅋㅋㅋ 


결국 바디랭귀지로 밥 먹는 시늉 했더니 알아차림. 


대충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주길래 고맙다고 하고, 사진 한방 찍으려는데 저쪽에서 애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막 애들을 불러.


순간 일본에는 로리콘 많아서 애들 사진 막 찍다가 잘못하면 잡혀간다는 말이 생각나서 걍 사진 안 찍고 손만 흔들어 줬어 ㅠㅠ


그랬더니 애들도 손 흔들러 주더라 ㅋㅋ 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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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말해준곳으로 가니까 식당 하나 나오더라구. 만세!


아저씨 한명 있길래 Can you spk English? 했더니 Nono, but she can 이라면서 뒤에 가르키더라. 영어 잘만 하면서 ㅋㅋ


보니까 가게안에 아줌마 한명 더 있었어. 말해보니까 영어 진짜 잘해 ㅋㅋㅋ


서로 부부라고 하고, 자전거 여행자라고 하니까 어디까지 가냐고, 일주 한다니까 놀라워함.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이라니까 굿 굿 ㅋㅋ 


아줌마는 필리핀에서 왔더라. 


참 좋은분들이었어. 근데 여긴 식당이 아니라 달콤한거(Sweet) 파는 가게래.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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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지쳐... 아우... 


더 가다 편의점 하나 나와서 또 편의점 도시락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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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난 이라는 도시에 도착... (산요 였나, 좀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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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야 있길래 바로 들어갔어 ㅋㅋㅋㅋ


편의점 도시락으로는 좀 부족하지.


전에도 말했지? 일본에 스키야랑 요시노야가 존나 싸고 많이 주는 곳이라고.


300엔 짜리 소고기 덮밥에 김치, 미소국 까지 해서 먹었어,


밥이 은근히 많아서 배불리 먹었어. 오랫만에 김치 먹어서 햄볶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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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인터넷 카페에서 잤어. 밤샘 할인 2500엔으로 저번보다 더 싼데, 


대신 토스트랑 음료는 공짜가 아니더라. 샤워실도 없고; 


그래도 전부 개인실로 되어 있는거랑, 누울수도 있는 변함 없더라.


난 못 읽겠지만 만화책도 있고. 


일본 피씨방은 재밌는게, 이용하려면 무조건 아이디 카드를 만들어야 해. 


우리나란 그냥 들어가서 바로 하면 되는데 ㅎ


야한 만화책 많이 있어서 그림만 좀 보다가 산책이나 하려고 나가는데,


개인실 문 틈사이로 뭐가 살짝 보이더라, 어떤사람은 야동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은 대충 동네 둘러보고 군것질 좀 하다가 잤어. 카메라를 안들고 나갔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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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나서 바로 출발~ 역시 아침은 좀 춥네 ㅠㅠ


내가 야구만화 크로스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거 보니까 왠지 뭉클해 ㅋㅋ  저쪽에 나이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분명 감독님 일거야!


우리나라도 초,중,고교 야구 좀 흥해서 갑자원 같은것도 생기고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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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에서 가끔 호또모또 CF하길래 들어가서 먹어봤어.


생각보다 별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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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또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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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다가 잠깐 나온 마을에서 라면 같은거 먹음.


490엔이라 양은 많던데 맛은 취향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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헠헠 산 2개 넘으니까 좀 큰 마을 나옴.


한국 음식점 발견! ㅋㅋ 근데 망했는지 내부는 텅텅 비어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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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뒤지겠다 진짜 ㅠㅠ 하루종일 페달밟으니까 힘들어 죽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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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짐이 무거워서 그런지 오히려 걷는게 더 쉬웠어.


그래서 잠깐 내려서 걷는데 반대편에서 자전거 한대가 지나가고 있더라.


나처럼 패니어에 짐 잔뜩 달고 여행하는 애는 아니고, 사이클 타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여행자 같았어.


나한테 곧장 오더니 일본어로 막 뭐라 그러길래 아까 만난 필리핀 아줌마한테 배운 말 써봤지 ㅋ


"고멘나사이, 와따시 니혼고와 조또 무리데스" (죄송합니다. 저 일본어는 잘 못해요)


다음부터 영어로 말하는데 솰라솰라 영어 잘 하더라. 왜 걷냐고, 혹시 자전거 고장났냐고. 도와줄거 있냐고.


지쳐서 그런다고 하니까 바로 앞에 산이 많은데 여기서 지치면 어떻하냐고ㅠㅠ


진짜 앞에 보니까 산이... 아아... 산이 ㅠㅠ 산이..... 있어....


길이 2번국도라 15번 국도로 나눠지길래 어느쪽으로 넘어야 더 빠르냐고 물었어.


15번 이라더라.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15번 국도로 다시 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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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랄같은 곳이었어... 얼마나 지랄 같았는지 여기 지명이 아직까지 확실하게 기억난다..


킨메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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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산이네... 진짜 미칠것 같았어 ㅠㅠ 힘들고 지치고.


25kg 되는 짐을 뒤에 싣고 자전거로 산을 몇개나 넘는다고 생각해봐... 슈발 자전거도 싸구려라서 존나 안 굴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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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날도 흐려지고... 작은 빗방울도 떨어졌다 말았다 하더라. 차도 거의 안다니고 ㅠㅠ 


계속 말하게 되는데.. 지쳐 쓰러질것 같더라 ㅋㅋㅋ


억지로 계속가고 있는데... 여기서.. 그걸 만났어.


경사가 조금 진 내리막길 이었어. 앞에 커브길 나와서 속도를 확 줄이고 꺽을 준비 했는데


무슨, 꾸웨엑! 하는 돼지 멲따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가드레일 쪽 풀숲이 팍팍 튀는거야.


너무너무 놀라서 자전거가 크게 휘청하는데, 가슴이 철렁 하더라.


겨우겨우 자전거 균형잡고 뒤도 안보고 진짜 미-친듯이 달렸어.


찰나의 순간에 다 벌어진 일인데... 가슴이 막 쿵쾅 거리고 ㅋㅋㅋ 


방금전까지 힘들어 죽는줄 알았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굉장한 속도로 달렸어.


뒤도 안봤어... 정말 미-친듯이 달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웃긴데 ㅋㅋㅋ


그땐 너무 놀랐고 무서워서 꽤나 진지했어. 아마 멧돼지나 뭐 그런게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넘어졌으면 어떻게 됬을까 하고...


가드레일위에 철조망도 있어서 튀어나와도 나한테 크게 위험하진 않았을텐데.. 그땐 그런생각이고 뭐고 아무생각 안들더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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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20분 미-친듯이 달렸나.


그제서야 힘들어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어 ㅋㅋㅋ


주변에 민가도 있고 해서 뭔가 생존의 안도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게 밀려와서 사진 한방 찍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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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하는데, 아까 너무 힘차게 달렸던지 발이 후들거리며 말을 잘 듣지 않았어.


자전거 여행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이렇게나 힘들고 피곤하고, 


지치고. 지치고, 


또 지치는 일이구나 하며.


억지로 패달을 밟고, 


내려서 걷고, 


주저앉아서 쉬고. 


다시 패달을 밟고. 


지쳐서 걷고. 


산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아스라히 다가온 구름떼가 해를 가리고.


 저녁이 되어가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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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공기가 차가워지고, 턱까지 차오른 숨에 입김이 새어 나올 때 즈음 되니까.


이제 그냥 어디서든 쉬고 싶었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산 중턱에 폐건물이 있길래 안에 텐트를 치고 자버렸어 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저런데서 어떻게 잤나 싶은데... 그때 진짜 너무너무 피곤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것 같아서...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던가.


간신히 몸을 움직여서 텐트를 치고, 대충 옷가지들을 바닥에 깔고. 침낭안에 완전히 파묻혀서 번데기처럼 쪼그려 앚으니,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잠들어 버렸어.






잠깐 ㅠㅠ 눈물 좀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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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 기어나온 텐트 밖으로는, 희미하게 내리는 이슬비와 산 전체에 깔린 안개가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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