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무작정 전국일주 (2. 강릉 -> 안동)

PLACEBO 작성일 12.09.05 00:50:25
댓글 18조회 8,871추천 22

4:30 am

저시간에 잔적은 있어도 일어난 적은 없었을 거다;;

6:10 전에 정동진에 가야한다는 일념하에 부랴부랴 찜질방을 나섰다.

깜깜한 어둠속을 뚫고 택시는 한참을 달렸다.

기사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울에서 강릉오는데 고속버스로 두세시간 이란걸 알았다.

제길.. 앞으론 고속버스 시간도 꼭 확인해바야 겠다.

정동진 바닷가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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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5:40 분이었다.

해뜰려면 30분이 남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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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위에 배는 썬크루즈 호텔 이란다.

바다위에도 배가 하나 있었으나 출입금지 였다.

사진찍고, 동영상 촬영 하는데 손이 깨지는줄 알았다. 발도 시렵고...

그러던 와중에 6:10 분이 되었는데 해는 뜰 생각도 안한다.

6:30 분이 되어도 깜깜하기만 하다. 얼어 죽을거 같아서 근처 슈퍼에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께 해 언제 뜨냐고 물어 봤드만..

"요즘은 7시 넘어서 뜨죠~"

젠장.. 일단 여기서 몸이나 좀 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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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때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다~

7시가 되어 따듯한 칸타타를 손에 쥐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해를 보려고 해변가로 나오고 있었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졌다. 동트기를 기다리는것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정말로 서서히.. 서서히.. 하늘은 밝아져만 갔지 동그란 해는 뿅~ 하고 나타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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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출이란게 이런 건가 보구나.. 동그란 해는 없는거야...

뒤돌아 정동진 역을 향했다. 다음 장소를 향해..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수만은 없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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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밀레니엄 모래시계가 있길래 사진 한방~

매년 12월 31일 24시가 되면 저것이 180도 돌아간다네.

Alicia Keys 의 신보를 들으며~ 정동진역으로 30분가량 걸었을까...

등뒤가 따스해짐을 느낀다. 걷고 있던길에 나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뒤를 돌아본다... !!

다시 해변가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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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 찍느라 추운지도 몰랐다. 해가 떠서 따스했다.

뭐하러 정동진까지 가서 일출을 보나... 했었던 그동안의 나의 생각은 이순간 바뀌었다.

안가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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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과 함께~

이제 다시 정동진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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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으로 가려고 했으나 방금 묵호행 열차가 떠났다 ㅠㅠ

묵호항을 가는 이유는 다음 장소로 정한 울릉도로 가기 위해서 였다.

혹시나 해서 120번을 걸어 봤는데 연결이 됬다.

서울만 되는게 아니었다. 이거 여행하는 동안 유용하게 쓰였다 ㅋㅋ

울릉도가는 배편을 물어보니 묵호항은 2월까진 운항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쉽게도 울릉도행은 포기해야 했다. 열차가 떠난게 다행이었다. 1_39.gif

그렇다면.. 강릉을 좀 더 둘러봐야 겠다. 강릉관광안내지도를 펼쳐 보았다.

오죽헌이 강릉에 있었네? 가자~

일단 다시 강릉 시내로 향해야 했다. 시내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였다;;

좀 있으면 버스 올시간이라고 하시길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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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긴 버스 정류장이었다. 그런데 15분쯤 기다렸을까.. 내 뒤에서 버스 한대가 슝~ 하고 지나간다;;

점점 사라져가는 버스를 멍하니 한동안 쳐다만 봤다;;;

알고보니 저기에 서는게 아니고 뒤쪽길에 편의점 앞에서 버스가 선다는 것이었다.

편의점 앞에는 버스 정류장의 표시를 찾아 볼수 없었다;; 아..ㅆ.. 1시간...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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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맛집이라고 쓰여 있길래 믿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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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는 올림픽 경기에 심취해 계셨다.

모태범이 금메달권에 들어가자 박수를 치시며 기뻐하신다.

초당 순두부 찌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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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었다. 배가 고팠기에..

순두부를 먹는동안 모태범은 어느샌가 메달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죽헌 가는길은 험난했다.

시내에서 내려 종합버스터미널에 들려 다음 장소인 안동행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다시 오죽헌을 가려하니 터미널에서 바로가는 버스가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어느 여학생에게

오죽헌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다시 시내로가서 오죽헌행 버스로 갈아 타란다.

그래서 다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나는 잘 모르기에 기사님께 시내간다고 얘길했다. 그리고 기사님

뒷자리에 앉아서 내리라고 하실때까지 앉아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시내는 안나오고 점점 산으로 간다;;

점점 길에 사람들은 없어지고 나무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며 길이 좁아지고 주위에 차들도 없다;;;

이거 좀 이상하다 싶어.. "기사님.. 시내는 언제쯤..."  "허허허~ 아까 지났는디..."

'아악~ 기사님' 1_47.gif   

내렸다.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길에는 덩그러니 나홀로 서있었다;;;

흠... 우째야 쓰까나......

저 멀리서 차가 한대 온다. 다른 방법이 없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수밖에...

난생 처음 해보는 히치하이킹.. 차가 다가오자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쌩~  쪽팔림이 밀려온다;;; 그래도 난 굴하지 않았다. 다행히 10분에 한대꼴로 차는 다녔다.

3~40분이 흘렀을까... 세네번의 시도 끝에 어느 인자하신 어르신으로부터 차를 탈수 있었다.

안그래도 시내로 가는 길이시라며 흔쾌히 태워 주셨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고마웠다 1_47.gif

어르신과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동안 시내에 도착했고 나는 감사의 무한인사를 드리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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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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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드뎌 오죽헌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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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도 다 둘러봤고.. 아직 해는 남아 있으니 주문진항 함 가보자~

또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주문진을 지나쳐서 내렸다;;

다행히 반대편 버스가 금방와서 다시 타고 주문진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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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날 맞이한다.

처음으로 항구란 곳엘 와봤다.

촌놈은 신기해서 여기저길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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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신기, 배도 신기, 갈매기도 신기...

이런게 항구란 곳이구나~

바다를 보니 서울의 건물들에 갇혀 갑갑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방파제에 올라서서 느닷없이 달리기를 해본다.

이내 지치는 저질체력...

강릉 구경은 여기까지로 하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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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행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안에 뭐 먹을만한거 없나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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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식이 젤 만만하다. 버스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후딱 해치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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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김밥.. 오뎅궁물의 환상 조합~  ㅋㅑ~ 

허나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마지막엔 좀 힘들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입에 우겨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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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이라 그런지 자리가 큼직하니 좋았다.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린텐데 방금 우겨넣은 만두랑 김밥이 살짝 불안했지만 다행히 우려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밖은 이제 어두운 밤이었다. 버스안 조명도 다 꺼버려서 모두들 취침 분위기 였다.

하지만 나는 자지않고 눈만 감고 있었다. 귀는 열어둔채 안동에 도착했다는 기사님의 안내를 기다렸다.

고지대를 한참을 달려선지 귀가 멍멍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니 창밖에 안동 팻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안동 시내에 들어서는구나~

좀있음 도착이겠군.. 그런데 한참을 계속 달리는 것이다. 안동 팻말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어둠속을 헤집고

버스는 계속해서 달린다. 아까의 안동 팻말들은 안동시를 벗어나는 거였나..? 그런거였다;;;

아~ㅆ!! 분명 난 자지않고 귀를 열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님의 안내는 단한번도 들은적이 없다.

중간에 도로에서 정차는 몇번 있었으나 당연 신호 대기중으로 알고 있었다. 아무런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줘야 알꺼아냐!! 알아서 내리라 이건가... 

아... 잊지 않겠다~ 강릉버스.. -.-^

그럼 이제 어디로 가는것인가.. 모른다. 어딜향해 가는지;;

불빛하나 없는 어둠속을 달리는데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옥행 버스는 아니겠지? 그래.. 기다려보자.. 어딘가 나오겠지..

뭐.. 될데로 되라~ 그냥 나오는데가 이번의 여행지가 되는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을 그냥 지나친게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의 여행이란것이 나름 기대도 된다.

어느샌가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번화가가 나오더만 몇명이 내리는것이다.

나도 잽싸게 기사님 저도 내릴게요! 하고 무작정 내리고 본다.

... 또 여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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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마인부우에게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살아있나? 지금은 어디냐??"

"나도 몰라;; 여기 어디냐? 내가 묻고 싶다. 여긴 대체 어디냐??"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본다.

"저.. 여기가 어딘가요?"

"네? 여기요? 여기.. 인동인데..."

"인동이요? -.-;; 안동 아니구요??"

"네 인동요.. 모르세요??"

"네.. 몰라요.. 인동이 어디에요??"

"구미에 인동.. 모르세요??"

"아아~ 구미~!!"

그렇다. 구미까지 내려온 것이다;; 지도를 보니 강릉에서 안동거리만큼 더 내려왔다.. 어둠에 빨려들어가더니 많이도 왔다;;;

일단 밤도 늦었고 잠을 자야했다. 인동 여기저기 기웃거려본 결과.. 인동은 유흥가 였다;; 

가는곳마다 술집과 모텔들이 반짝거린다. 일단 잘곳은 걱정 없군~

화려한 모텔을 피해 좀 준수해 보이는 곳으로 정하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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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안동이 아닌 인동에서 두번째 여행지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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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버스... 힘들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엉뚱한데서 버스가 서질 않나..

정류장은 노선 표시도 없고.. 타고자 하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씩 오고..

버스를 타도 문제인게 내가 어디서 내려야 될지를 모르기에 기사님 뒷자리는 내 지정석 이었다.

하지만 그 맨 앞자리는 언제나 가시방석인게 버스를 타는 손님들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셨다;;

그래서 거의 기사님 옆에 서서 가는게 대부분 이었다. 다리는 아프고 무거운 가방에 어깨가 쑤시지만 결코

택시는 타지 않았다. 길을 걷고 있으면 지나가는 택시가 나를 유혹한다. 저걸 잡으면 목적지까지 쉽게 갈텐데...

아냐.. 타면 지는거다.. 돈도 돈이지만 최대한 내 힘으로 길을 찾아서 가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지만 보이는 곳이면 걸어서 갔고 몰라도 버스를 탔으며 쪽팔려도 히치하이킹을 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정말 이런것들 하나하나가 나에겐 값진 경험 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혼자 하는 여행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결국 그래서 안동이 아닌 인동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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