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무작정 전국일주 (6. 통영)

PLACEBO 작성일 12.09.09 2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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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에 베란다문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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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어두워서 몰랐는데.. 바다위에 섬들이.. 와우~

그런데.. 하늘이.. 하늘이... 젠장..  바람도 이거 심상치 않은데;;

TV를 켜서 일기예보를 보니 남부지방에 비바람이 몰아 친다고?? 음......

체크아웃전에 네이트온 함 접속해본다.

"성원씨~ 어디에요??"

오른씨와 효선씨가 동시에 말걸어온다;;

오른씨 曰 "여행지에서의 핑크빛 로맨스~ 어서 아이폰을 사세요!! 아이폰이 근처에 아이폰을 쓰는 여성을 알려줄거에요!!"

              "음.. 여기에도 있을까요..."

효선씨 曰 "회사 지금 난리에요~ 성원씨 나가고 이펙트가... 새로 들어오신분 어뜩한데요;; 일이 장난 아닌데.. ㅎㅎ

               근데 통영엔 뭐가 있죠??"

              "굴국밥 먹어야죠~!!"

헐.. 회사가 난리라니.. 음..이러면 안되는거긴 하지만.. 내가 나오고 난리라니.. 기분이 조은데?! 1_46.gif

 

일단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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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없는곳이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조쿠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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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ㅑ~ 저것은 어릴적 동네서 봤던 목욕탕 굴뚝이 아니던가..  반가워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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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함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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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딱팔딱 활어회가 그냥.. 그자리에서 바로 회뜨고 싶었지만;; 일단 침착하게.. 아침은 굴국밥으로 시작하자~

시장안에 식당들도 많은데 이상한게 굴국밥이 없다?? 결국 시장을 나와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보지만 굴국밥집은

보이질 않았다.  바람은 미친듯이 불어대고.. 옆에서 날아오는 빗방울은 따가울정도;; 우산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오래.. ㅠ

그래도.. 통영은 굴인데!! 거센 비바람도 나의 통영굴에대한 집념은 꺽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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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천신만고끝에 찾아낸 굴국밥 개시!!

옆의 약도를 보니 바로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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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숯불 장어구이!!

만신창이가된 몸과 걸레가된 우산을 들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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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국밥 주세요~!!

원래 굴국밥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관광와서 찾길래 추가했다고 한다.

서울에선 통영굴밥 해서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데 정작 통영에선 굴국밥집이 없다는거;;

그래두 굴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태현의 말을 되뇌며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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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고넘 참 실허네~

알도 굵고 양도 장난 아니다. 서초에서 먹었던 통영굴국밥.. 너댓개 들었던가..  이건 세네배는 더 들은듯..

퍼도 퍼도 계속 나온다. 아래에 걍 굴이 깔렸따 깔렸어~ *ㅠ*

난 원래 굴을 좋아하지 않았다.  굴은 어떻게 먹어도 니글니글하고 상한맛인 거다.

그러다 회사 근처 통영굴국밥을 먹어보고서.. 어라? 맛이 시원한데~??  그러면서 서서히 먹다보니 굴의 참맛을 알게 된거~

여기서 먹은건 굴국밥의 완성체이다.  굴만으로 배채울 기세다;;

정말 맛있게 뚝딱 해치우고 나가려고 보니 밖에 비바람이 더 거세진것이 아닌가;;

아아.. 망연자실 바깥만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주인 아주머니께서 말을 건네신다.

"총각 혼자 왔습니꺼?" 

"아.. 넹 서울에서 출발해서 전국을 돌고 있어요.." ^^

"아까 총각 뒤에 여자 둘도 여행왔던데.. 말좀 부치치 그랬소??"

아하~ 핑크빛 로맨스!! 아끕다~ 나는 몰랐네;;

거세진 비바람에 양해를 구하고 좀만 있다 가겠다고 했다.

추운 겨울에 비바람이 몰아치는날이라 그런지 손님도 나 혼자였다.

 

  하염없이 여기에만 죽치고 앉아있기엔 아까워서 지도를 살펴보니 바로 이근처에 동피랑 벽화골목이 있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한분은 비도오는데 나가면 고생이라고 말리시고 또 한분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은 해바야 될거 아니냐고

함 둘러보고 오라신다.  그럼 다녀오겠다고 하고 무거운 가방은 잠시 맡긴뒤 너덜너덜한 우산과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가게 뒤쪽이 바로 벽화골목 가는길이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든거 같아 얼른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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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골목 올라가기전 여기서부터 어릴적 향수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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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아저씨가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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푯말을 따라 위로 옆으로 위로 옆으로 지그재그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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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길에 이런 정겨운 글들도 볼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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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쪼위에 보이는 동피랑 등대그림이 꼭대기인갑다.  안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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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요기 요기~

계속해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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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다 뒤를 보니 통영항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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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뎌 벽화골목의 시작인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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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골목골목 정겨운 그림들이 날 기분좋게 한다.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굽이굽이 정겨운 골목들 이었다.

 

  드뎌 꼭대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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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몬당서 채리보이 토영항 갱치가 참말로 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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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 위로 썰렁한 흙밭에 이런 표지가.. 복원한다고 공사중인갑다.

 

  다시 거세진 비바람때문에 촬영도 힘들어지자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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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듯해지는 동피랑 벽화골목~  올라오길 잘했다. 

경주의 안압지와 더불어 그냥 근처에 있어서 간곳이었는데 뜻밖의 수확을 거둔곳!!

통영엘 가시면 굴국밥 한그릇하시고 동피랑 벽화골목 돌고 오기 추천입니다요~

다시 굴국밥가게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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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왔냐며 먹으라고 귤을 건네주신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구경하고 왔어요~" ^^

더 먹으라며 귤을 계속 건네주시는 아주머니.  귤도 커서 하나 먹어도 배부른데.. 다네??  또 먹는다..

아주머니 두분은 나물을 다듬고 계시고 나는 귤을 먹으며 서로의 여행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는 서울 자주 간데이~"

"내는 제주도 가봤는데 참말로 좋데이~"

"내는 중국도 가봤다!! 니는 중국 가봤나??"

두분은 자매지간 이신데 서로 더 조은데 가봤다고 싸우는 모습이 꼭 애들 같다. ㅎㅎ~

"비도 오는데 부침개나 해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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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드이소~"

"술도 한잔 할렵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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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렇게 고마울데가.. 

오늘 처음 본 나에게 이렇게 그냥 부침개에 술까지 주시고..  정말 감사할 따름 1_02.gif

화이트는... 맛있었다.  참이슬, 처음처럼보다 착 감기는 느낌이 오오 이거?  조은데~??

"내는 이거보단 저게 좋다~ 거 하나 가꼬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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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주도 따서 주신다.

"어잌후~ 고맙습니다."

"시간이 이래 됐네.. 걍 있는 반찬에 비빈건데 함 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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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허..  저녁밥까정...  걍 있는 반찬에 비빈거라고 주신거지만 진짜 맛있었다.

뒤에서 장어구이를 드시던 손님들이 나가신다.  접시에 몇점 남아있는걸 보시고 바로 가지고 오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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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거슨 비싼 장어구이!!  *ㅠ*

몇점 먹고 떨어지자 새로 장어구이를 내오시는 것이 아닌가..  뜨허~ 이 비싼걸...

"괜찮소~ 장사하고 남는거니까 그냥 드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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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야채좀 더 가꼬온나~"

두분이선 서로 가져오라고 싸우시고.. ㅎㅎ

나는 점점 포만감에 지쳐갈때쯤..

"총각 통영와서 뭐 먹고 싶은거 없었소?"

문득 떠오른 활어회~!!

"회 하나 쳐 온나~"

헉~ 회까정 쳐주실라 그러신가??

바로 중앙시장 가셔서 회 쳐오실 분위기다.

"저도 같이 가요~!!"

급히 지갑을 챙겨 따라 나왔다. 계속 그냥 얻어 먹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아주머니랑 같이 시장 구경도 하며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가게 저가게 가격흥정 들어가시고.. 결국 광어, 우럭, 도미 세마리의 모듬회를 이마넌에 살수 있었다. 와우~

나 혼자 회 치러 갔었으면 절대 저렇게 사지 못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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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양이 얼마 안되보이지만 바닥에 무채따윈 없는거다.

서울에서 먹었던 한점 먹으면 바닥이 보이는 그런 회가 아니다. 

가져가도 가져가도 남아있는 회가 날 흐뭇하게 한다~ ^-------^

회도 두껍게 썰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그냥~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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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나가셨던 아저씨들도 돌아오시고 회도 쳐왔겠다..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회들을 잘 안 드시는거 같아 좀 드세요~ 하니 "우리는 여서 맬 무으니 총각 마니 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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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배를 채울때즈음 고동을 또 내오신다.

 

  따라주시고.. 벌컥~ 따라드리고.. 벌컥~  부어라 마셔라~ 술잔은 계속 기울여지고.. 

나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꽈자 하나 사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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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흘러흘러 10시가 넘어가고..

아저씨와 계속 주고 받으며 잔을 기울이곤 있었지만 난 낮부터 주욱 달리고 있었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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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허~  전복까정 내오셨다. 

하지만 난 이때즈음 필름이 끊겨 버린것;;  내기억엔 전복이 없는데 카메라에 사진이 있는게 아닌가..

흐미.. 저 귀한 전복..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깝게시리..  아마 엄청 맛났을거야.. ㅠㅠ

가게 간판불을 내리고 계속 먹다가 11시즈음 나왔던거 같다. (사진찍은 시간을 확인해 보고 안거;;) 

정말 오늘 하루 너무너무 고마웠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음에 꼭 놀러오겠다고 약속드리며 나온 기억이 난다.

아저씨, 아주머니는 가게문을 잠그시고 집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잘곳을 찾아 헤메이기 시작했다.

 

  비틀대면서도 카메라는 계속 들고 있었나부다.. ㅋ

카메라가 취한 나의 눈을 반영하듯 초점이 맞질 않아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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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나온 찜질방.

뜨끈한 탕에 몸과 피로를 녹이고 수면실인지 홀인지 사람들 자고 있길래 같이 쓰러져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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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아저씨, 아주머니와 술잔을 들이킬때 태현과 통화를 했었드랬다.

"통영 좋네~ 경치도 좋고 먹을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정말 좋은곳이다~!!"

 

세찬 비바람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날씨였다.

찜질방에서나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야 할 상황이었지만 이런 뜻밖의 인연이 있을줄 알았겠는가.. 

처음보는 나에게 서울에서 온 착한 총각이라며 이것저것 다 퍼주신 통영 동피랑 아주머니들..

지금껏 여행하며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감사드린적이 없었던거 같다. (아.. 강릉 히치하이킹 아저씨가 계시구나..)

덕분에 통영 해산물은 진짜 배터지게 먹을수 있었다. 1_31.gif

 

꼭 한번 다시 찾아 뵐게요~!!

 

이처럼 생판 모르는 외딴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하며 인연을 맺을수 있다는것.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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