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그해여름

로이2세 작성일 06.06.27 1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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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한 글입니다... 평가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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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여름...]


부제/당신은 아시나요?







-이얏호~!!! 드디어 해방이다!!-


자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시간이 돌아왔다.

정말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이 끔찍하게 길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나는 여름이면 항상 집에만 있었다.

수학학원 영어 학원 피아노에 미술...

그리고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바둑교실 까지....



항상 나에게는 방학은 학교 다닐 때 보다 더욱 바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매일 매일 찜통 같은 만원버스...


항상 나에게 뭐라 하는 선생들…….


모든 게 날 짜증나게 하였다.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출은 하고 싶지 않아다.

그냥 그저 며칠간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난 엄마에게 졸랐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할머니 댁에 내려가고 싶다며....


그러나 엄마는 내년이면 고3이라며 안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철인 박태호님 아니신가!!


난 매일같이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르길 일주일...



결국 나의 불굴의 의지에(?) 엄마도 항복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조건을 걸었다.


-이번 기말고사 성적이 평균 85점이 내가 꼭 시골에 보내주지..-


충격이었다.

평균 85점이라.....

저번 중간고사 때 내 평균이 76점 이였으니까

자그마치 9점을 올리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자유!!!

난 여름 방학 중 보름간의 자유를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정말 머리털 나고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한 적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친구들은 차라리 시골을 안 가고 말겠다고 뭐라 하였지만

난 꿋꿋이 시험공부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성적표가 나오던 날!

난 성적표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평균85.03...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긴 것 이였다.


결국 엄마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날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름간 보내주시기로 하셨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난 시골 할머니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날 시골로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는지

연신 빠트린 건 없는지 물어보셨다.

그리고 용돈으로 쓰라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셨다.

두둑한 만 원짜리의 감촉이 느껴졌다.


돈을 받은 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엄마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 할머니의 집은 전주라서 난 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
.
.
.


-태호야!!-


터미널에서 내리자 제일먼저 사촌형이 날 반겨주었다.


시커먼 얼굴에 큰 키를 가진 형의 모습이 보였다.

사촌형의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더 많아 지금 고3이였다.

요즘 한창 공부를 해야 할 때지만 오래간만에

내가 시골에 내려왔다고 날 마중 나왔다.


-형!!-


나는 손을 흔들며 형에게로 갔다.


-자식아! 정말 오랜만이다,..-


-형도 정말 오랜만이야!!-


나는 너무 반가웠다.




오랜만에 형을 보니 어릴 적 함께 놀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볏단을 모아 불을 피우고 몰래 서리해온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했고

바닷가에서 놀다 잡고 있던 튜브를 놓쳐 빠져 죽을 뻔도 했고

늦은 밤까지 술래잡기와 얼음땡을 하며 놀았던 시간이 생각났다.


그리고 평상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에 별들...


정말 서울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있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동은 지금도 내 뇌리에 생생하다…….

난 별들을 보며 생각했다.

시간은 영원히 이대로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하지만


즐겁던 나의 어린 시간들은 금방 흘러갔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사실..다른 사람들이 보면 지금의 나도 어리지만...

어차피 그건 다른 사람들의 관점 일뿐....



형과 나는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터미널을 벗어나

길가에 길게 늘어서있는 택시중 하나를 잡아탔다.


택시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와 한시간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난 차창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연신 감탄을 했다.

붉은 석양빛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와.... 하나도 안변했네.... -


시골은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옛 모습 그대로 있었다..

가끔 힘들 때 가슴 속으로 그려봤던 그 모습 그대로 이곳에 있었다.



난 눈을 감고 어릴 적 보았던 할머니 집을 떠올려 보았다.



집 주위를 두른 황토로 빚은 토담.

토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호박과 박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작은 초가집 하나와 너른 마당.

작은 오이나 가지 그리고 상추 같은 것들을 기르는 작은 텃밭....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던 평상

한편에 놓여있는 장작더미들...

모든 것들이 내 눈앞에 아른 거렸다.


여름에도 할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궁이에 불을 집혀 커다란 가마솥으로

지은 밥은 서울 집에서 멋는것과 차원이 다르게 정말 맛있는데....



-태호야 다 왔다..,.-


-어? 벌써?-


한창동안 상상의 나라에 있었던지

택시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내 눈앞에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 보였다.


박과 호박이 주렁주렁 열려있던 황토로 만든 토담은

견고한 시멘트 벽돌로 만들어진 담이 되었고

텃밭과 장작더미는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마당에 놓여있는 평상만은 그대로 있었다.


-할머니! 태호 왔어요!-


-아이고~ 내 강아지~~-


나보다 먼저 할머니 집에 들어선 형은 내가 온 것을 알리며 소리치자

현관문을 열고 할머니가 나를 반겨주셨다.


지글지글 주름이 많은 우리 할머니는 나를 껴안고

볼에 있는 힘껏 뽀뽀 세례를 날렸다.


-우웃...할머니....그..그만...-


나는 할머니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이상하게도 할머니의 힘은 셌다.


수십 차례나 볼에 뽀뽀를 하시던(그나마 입술에 뽀뽀를 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아직 첫 키스도 못해본 내 입술을 할머니에게는 드릴 수는 없으니....)

할머니는 나에게 먼 길을 오느라고 고생 많았다며

방안에 음식을 장만해 놨으니 어서 먹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음식이라고는 아까 휴게소에서 먹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전부였다.



나는 기쁜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할머니의 정성어린 손길이 닿아있어서 인지 음식들은 모두가 다 맛있었다.


형과 나... 그리고 할머니는 다 먹은 밥상을 치우고 한동안 방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며 있었던 재미나는 이야기들을

해드리자 할머니는 연신 즐거워 하셨다.

오래간만에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던 나에게 갑자기 졸음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이렇게 먼 곳까지 혼자 온 것이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되었나보다...

할머니와 형은 아직도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졸리지....




나의 눈은 점점 감겨왔다....



.
.
.
.
.

눈을 아주 잠깐 감았다 뜬것처럼 느겼는데

내가 눈을 떳을때에는 이불을 덥고 누워있었다.



-이런...-



난 깜작놀라 오른손에 차고있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디지털시계의 액정은 시간을 가르켰다.

AM 01:12



대략 두시간?

그리 오래 자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나는 다시 이불을 덥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낮선 잠자리라 그런지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멀뚱하게 누워있기를 30분

도저히 좀이 쑤셔 누워 있을수가 없었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여름이라고 하였지만 시골의 밤날씨는 반팔을 입은

나에게는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나는 한번 부르르 떨고는 마당 한켠에 있는 평상으로 걸음을 옮겨

그곳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무심히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와~~!!!-


난 탄성을 자아냈다.

고개를 들어 본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 모습은 내가 어릴적 보았던 그것과 똑같았다.


뭔가 알수없는 신비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는듯 했다.

빨려들어갈것만 같이 매력적인 밤 하늘의 모습은

내 뇌리에 깊이 세겨졌다....




모든 것은 내가 어릴적 보던 그대로 였다.




언제나 나와 즐겁게 놀아주던 개구쟁이 사촌형도


사랑스러운 나의 할머니도


그리고 할머니의 집도....


모든건 변하지 않았다....




어느새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모든건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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