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사마귀

로이2세 작성일 06.06.27 1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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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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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마귀할멈 오늘도 잘 있었어?....


아이는 눈망울을 빛내며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에게 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마귀 한 마리 였다.

사마귀는 자신의 앞발에 걸려 마지막 생명의 몸부림을 치는 이름모를 벌레를

네 개로 나뉘어진 턱으로 잘게 씹고있었다.

그리고 그 행위에 모든 정신을 쏟은 듯 아이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의 집 정원 구석에 있는 화단에 한 마리의 사마귀가

살기 시작했다. 화단의 사마귀는 날카로운 ‘낫’(사실 아이는 저번 달에

외할머니 댁에 가서야 그것을 처음 보았다.)처럼 생긴 커다란 앞발과

동글동글한 두 눈과 기다란 배를 가지고 있었다.

사마귀는 화단 주변에서 살고 있는 귀뚜라미며

여치등 여러 풀벌레들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가 처음 사마귀를 볼 적엔 징그러워 밟아죽일까도 생각했었지만,

가만히 계속 들여다보니 사마귀란 녀석도 나름대로 귀엽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귀할멈’이라는 이름까지(‘사마귀’에서 앞에 ‘사’자를 빼고 귀엽게

생긴 사마귀라(?) 뒤에는 할멈이라고 했다.) 붙여주며

마치 친동생 마냥 학교갈때나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항상 인사를 했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작은 화단에서 ‘마귀할멈’을 보는 것으로 보내었다.


아이는 한참을 식사중인(?) ‘마귀할멈’ 보고 있는데 현관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아 밥 먹어라!


-네~엄마


아이는 고개를 돌려 엄마의 말에 대답을 하고 다시 사마귀를 바라보았다.


-‘마귀할멈’ 나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하거든 밥 먹고 올 테니까 여기 있어..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달음박질하여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단의 사마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벌레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
.
.

아이가 다시 화단으로 온 것은 TV에서 하는 만화를 다보고

어둠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시간이었다.


-‘마귀할멈’ 나 왔어!


앞쪽에는 팬지꽃, 뒤쪽에는 키가 큰 해바라기가 어울어져있는

조그마한 화단 앞으로 달음박질 쳐 온 아이는 오자마자 ‘마귀할멈’을 찾았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서 그런지 ‘마귀할멈’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아이는 괜히 만화를 보다가 ‘마귀할멈’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투덜거리며

내일은 마귀할멈에게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로 다짐하며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다음날은 일요일 이였지만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이는 일어나 가장먼저 한 일은 화단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어제 일이 미안해 자신이 아껴먹던 소시지 선물 하나도 가지고서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하였다.


-‘마귀할멈’ 나 왔어


화단에 도착한 소년은 ‘마귀할멈’을 찾아 그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어제 늦게 와서 미안해. 대신 사과의 선물로 소시지 가져왔으니까 화 풀어.


아이는 손에 들려있는 소시지를 꺼내었다.

그리고 껍질을 벗기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마귀할멈’에게 소시지를 주기 위해 소시지의 껍질을 벗겨

내밀려던 그 동작을 멈추었다.


-어?


아이의 눈앞에 있는 사마귀는 ‘마귀할멈’이 아니었다. ‘마귀할멈’이 아니었다.

그 사마귀는 ‘마귀할멈’보다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였다. 거기다

몸 전체가 ‘마귀할멈’보다 더 누런빛을 띄고 있었다.


그 사마귀를 보던 아이의 머리 속에서는 전에 엄마와

함께 읽은 곤충의 습성에 대하여 적혀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사마귀는 자신보다 어리거나 작은 사마귀를 잡아먹는다는 .....]


-마귀할멈!!


아이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듯 ‘마귀할멈’을 불렀다. 아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마귀할멈’이가 다른 사마귀에게 잡혀 먹히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는 화단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지만

역시 ‘마귀할멈’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다만 팬지꽃 옆에서 ‘마귀할멈’의 것으로 보이는 날개 한 쌍만이 발견됐다.

아이는 화가 났다.


-‘마귀할멈’을 살려내! 아 나쁜 놈아!!


화가 난 아이는 커다란 발은 화단을 가로질러가던 누런빛의 사마귀를 짓눌렀다.


-에잇! 에잇! 에잇!


아이는 두 번, 세 번, 화가 풀릴 때까지 사마귀를 밟았고 순식간의 누런빛의 사마귀는

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졌다.

그렇게 ‘마귀할멈’을 죽인 사마귀에 대한 복수를 하였지만 아이는 이미

그에게 먹힌 ‘마귀할멈’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밖에서 빨래를 널고 있던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우아아앙~ 엄마


날은 조금 선선했지만 햇살이 따듯한 가을날

아이는 처음으로 커다란 슬픔을 알았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품안에서 한없이 울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마귀할멈’이 다른 사마귀에게 잡혀 먹혔다며....


한참을 울던 아이는 결국 지쳐 엄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의 엄마는 그런 아이를 방 한쪽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지금은 슬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아이의 엄마도 어릴 적 그런 일이 있었다.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가 열흘도 않가 죽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아이의 엄마는 미소 지었다.


먼훗날 아련히 회상할 아름다운 하나와 함께 이제 아이는 조금 더 커 나갈 것이다.

아이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은 부드럽기만 하였다.






시간이란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되었다.

이제 아이는 초등학교 이학년이 되었고 언제나와 같이 이른 아침부터 책가방을 싸서

바쁘게 학교를 다녔다. 아이는 여전히 명랑하였다.

단지 약간 달라진 점이라면 더 이상 화단 쪽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 뿐 이였다.

덕분에 화단은 엉망이 되었고 (이전까지는 아이가 자신이 화단을 돌본다며

제법 잘 가꾸었다.) 아이의 엄마는 무성해진 잡초와 풀들을 보고 남편에게 오래간만에

화단을 돌보라고 하였다.

모처럼 일요일이라 집에서 잠을 자야한다며 투덜대던 남편은 아이 엄마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투덜거리며 장갑에 호미와 전지 가위 등을 들고 화단으로 향하였다.

화단에 도착해 보니 과연 정글이 따로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였다.

그는 쪼그려 앉아 열심히 잡초를 뽑았다.

어느 정도 잡초를 뽑던 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눈앞에 흉측하게 생긴 어린 사마귀

여러마리가 앞발을 들어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사마귀들은

해바라기 줄기 뒤쪽에 있는 알집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어느 봄날의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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