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르를 힘들게 물리친 나와 시에르는 지친 몸을 이끌며 시에르의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몸이 많이 피곤해졌어." "평소에 잘 안 쓰던 사의 눈을 갑자기 많이 사용해서 그럴거야." "난 너에 대해 많이 궁금해졌어." "정말? 신난다!" "신... 신난다고?"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은 후치히로 밖에 없거든." 정말 신났던 모양이다. 이렇게 해맑은 시에르는 보질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묻고 싶은 게 뭐야?" "음... 일단 넌 얼마큼 살았어?" "나? 난 약 950년 정도 살았지." "950년이나? 대단한 수명이로군. 전혀 늙어 보이지도 않아." "우리 마족들은 기본 수명이 3000년 정도 된다구. 뱀파이어같은 종족도 우리와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또 우리 마족들은 절대 늙지 않아." "그런 점에선 인간들은 부러워 하겠군." "또, 또 묻고 싶은 게 있어?" "내가 아는 마족들은 주로 먹는 음식은 살아있는 동물이나, 가끔씩 사람들을 잡아 먹는 다는데 너는 그렇지 않은가봐? 식성이 특이해서 그런가?" "그... 그건." 시에르는 대답하는 걸 꺼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 긴급 비밀인 것만 같았다. "후치히로씨. 마족 따위와 뭐 하고 있는거죠?" 갑자기 아름답고 고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네페 선배님!" 네페 선배님은 후배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쓰는 참 아리따운 선배님이다. 네페 선배님은 악령이나 귀신 퇴치를 잘 해서 퇴치사 일을 자주 하시는 분이다. 분명 내가 알기로는 2년 전 행방 불명이 된 이후 소식이 더 이상 없어져서 결국 자살로 판명 되었다는데... 이렇게 멀쩡히 돌아오시다니... 참 이상했다. "선배님. 2년 전 행방불명이 되셨다는데, 이렇게 살아 돌아 오시다니 기뻐요." "입 다물어라! 마족과 동행하는 인간따위... 그런 인간은 마족과 같은 존재... 죽어라!!" "선배님..." 네페 선배님은 정말로 이상했다. 평소에 순하던 네페 선배님이 아닌 것 같았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후치히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저 인간은 너에게 어떤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확실히 2년 전 나와 라이벌로 통했던 퇴치사다." "시에르. 잠깐만. 너한텐 별로 좋지 못한 인상을 준 라이벌이었겠지만, 내가 중학교에 다녔을 때 항상 친절 했던 선배님이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후치히로 네가 그렇게 말한 다면 그런거겠지. 메이트!" "시에르 어떻게 좋은 방법 없을까?" "그런거군... 녀석은 악의 씨앗을 몸 속에 품고 있어." "악의 씨앗이라니?" "키이라가 모든 마법 능력을 총 동원해 만든 씨앗이지. 그 씨앗은 단 1개 뿐이라서 가장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그 씨앗을 몸 속에 넣어 버리지. 역시 10년 전 키이라의 바로 밑의 실력파였던 마족이라서 키이라는 네페에게 악의 씨앗을 넣은 건가." "네페 선배님이 마족이라고?" "그래. 네페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키이라의 바로 밑의 실력파였어. 하지만, 키이라는 네페를 그만 배신하고 말았지. 그래서 네페는 키이라와 함께 저질러 왔던 죄를 씻기 위해서 모든 악한 자들을 처벌하고 있어. 네페는 마족 같지 않은 마족이야." "키이라 녀석! 용서할 수 없어. 배신을 하다니..."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냐. 충격에 대비해!" [쿵!!!!] "으악!!" "마족과 같이 동행하는 자는 아무리 제가 좋아하는 후치히로씨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윽... 이봐 시에르. 몸 속에 있는 악의 씨앗을 빼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방법은 있지만, 너무 위험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빨리 말하기나 해!" "정 그렇다면... 자, 이 실을 받아." "이 실은 뭐야?" "내가 이 실로 너의 심장과 네페의 심장을 잇게 할게." "나의 심장과 선배님의 심장을?" "그러고 나서 무조건 네페에게 너와 함께한 기억을 이 실로 통해 보내." "어떻게 보내는건데?" "그냥 기억해내면 돼. 자, 그럼 간다!" 시에르는 순식간에 실로 내 몸 속에 넣고, 네페 선배님에게도 실로 몸 속 안에 넣었다. 그렇게 하여 내 몸 속에 실과 선배님 몸 속에 실이 탱탱하게 이어졌다. 그러고 난 후 난 모든 기억을 되살렸다. 같이 놀던 기억... 싸웠던 기억... 함께 웃고 즐거운 기억 마저도... "으악!!" "윽... 으악!!!" 난 끝내 고통을 참아보려 애 썼지만, 갑자기 엄청난 고통 때문에 참아 내질 못 했다. 곧이어 내 몸에서 엄청난 출혈이 났다. 그리고, 선배님 몸 속에 들어 있던 악의 씨앗은 선배님 몸 속에 빠져 나와 산산 조각이 나 버렸다. "윽... 기억이 없어. 어? 후치히로씨가 왜 여기에... 윽..." "헉...헉... 선배님... 괜찮으세요?" "키이라라는 자에게 간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어쨋건... 도와줘서... 고마워... 시에르..." "피? 그것도 대량의..." "왜 그래? 시에르... 어디 안 좋아 보여..." "후치히로... 가까이 오지 마. 제발..." "왜 그러는데..." "가까이 오지 마!!!" "시에르!!" 시에르는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고는 곧바로 도망쳐 버렸다. 왜 일까? 도망간 시에르가 걱정이 되었다. *인간과 마족 Episode-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