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르를 드디어 찾아서 정말 한시름 놓았다. 이렇게 시에르를 끔찍히도 걱정하고, 간절하게 돕고 싶다는 이 마음... 시에르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저 시에르의 일이 귀찮기만 했었다. 예전의 난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의 나는 시에르와 계속 함께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인간이 마족을 좋아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네페..." "왜??" "왜 후치히로에게 나에 대해 알려줬어?" "후치히로씨는 아마 널 많이 좋아한 모양인 것 같더라고... 그래서 알려줬지." "지...진짜야? 후치히로가 날 좋아한다고?" "난 이래뵈도 후치히로씨를 돌봐주기도 한 몸이니까..." "다들 거기서 뭐하고 있어?" "후치히로씨 전 이만 물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네. 전 저만의 길을 가는 것이니까요.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납시다." "부디 몸 조심 하세요."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한 네페 선배님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저기 후치히로." "왜?" "우리 데이트나 할까?" "데... 데이트?" "응. 나 데이트 한번 해보고 싶었어." 난 하늘을 날아 갈 듯이 기뻤다. 시에르와의 데이트라... 설레였다. "그런데, 마땅히 갈 곳도 없는데... 어떻한담..." "그럼... 인간들이 가상으로 만들었다던 텔레비젼이나 보자." "가상으로 만든 텔레비젼?" "큰 화면이 있고, 어두운 곳으로 알려진 곳 말이야." "아! 영화관을 말하는 거구나." 나와 시에르는 영화표를 끊고, 영화를 즐겨 보았다. 그 영화는 공포물 영화였는데, 말 그대로 무서운 영화였다. "이야. 정말 재밌었어." "재밌었나 보네..." "뭐야, 그 시큰둥한 모습은... 후치히로는 재미 없었어?" "하하... 난 공포물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거든..." "웅.. 하지만, 인간들이 가상으로 이렇게 재밌게 표현하다니... 나 정말 좋았어." "그래? 아까 그 영화보다 더 재밌는 영화들이 있는데 다음에 갈 땐 더 재밌는 영화를 보자." "그래? 후치히로가 말한다면 더 재밌겠지? 다음이 기대 돼." "이거 이거... 정말 따분해서 감시를 못 하겠군... 인간과 마족의 데이트라... 웃기는군." 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 눈 앞에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등장했다. "마족의 감시자? 역시 인기척도 없이 우리 둘을 감시했군." "저 녀석이 마족의 감시자야?" "마족의 감시자 중 실력이 1등급이라고 소문난 마족... 이름은 카이키테라고 해." "하암~ 도대체 뭐 하는거냐? 인간 따위와 데이트라니... 한심하군." "그건 네가 알아서 뭐 하는지 모르겠지만, 데이트를 방해 한 죄 값을 치뤄주게 해주마." "난 행동대장들보다 더 치밀하다. 과연 너 따위가 날 이길 수 있을까? 하하하!" "후치히로. 저 녀석의 약점만 가르쳐 줘." "약점만 가르쳐 주라니 무슨 소리야?" "저 녀석은 비록 추적병이지만, 실력은 키이라의 왼 팔과 동등한 힘을 가졌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약점만 가르쳐 줘." "나도 싸우게 해 줘." "난 네가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아... 알았어." "아주 잘들 노는 구만..." "녀석의 약점은... 턱이야. 조심해야 해." "고마워. 스메시!" "광속!!" [쿵!!] "모르는 가? 난 스피드가 빛의 속도라는 걸 말야." "그러면 그 움직임을 막도록 하지. 퀘천!" "흥! 상대방의 의지력이 강하다면 아무 소용 없는 기술이잖아! 돌진!!" [퍽!!] "으악!!" "인간을 잘 먹지 못 한 모양이군. 실력이 많이 떨어졌어. 왜냐? 네 녀석은 피를 잘 즐겨 먹는 다던 도도한 마족의 공주 아니었나?" "그런 이유까지 말 할 의무가 난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죽어라!!" [탕!!] "뭐... 뭐냐!" "그 더러운 손 시에르에게 대지 마라." "하찮은 인간 따위가 날 이기겠다고? 내 스피드도 못 따라가는 인간따위가... 광속!!" "머리를 통 안 쓰는 마족이로군..." "이얍!!" [푹!!] "헉!!" "역시 빙고!" "어.. 어떻게 내 스피드를..." "너무 간단한 문제더라구. 넌 분명 날 공격 하려 온 거지. 그래서 난 가만히 너의 턱 위치에 칼을 들었을 뿐이야. 특히나 여긴 모래 발판... 그렇게 날뛰면 모래가 날리는 법이거든. 그래서 어디로 올지도 알고 있었지." "흥... 시에르... 보기 좋은 인간과 함께 하다니... 그런 점은 부럽군..." 그렇게 카이키테도 비명을 지르며 모래가 되었다. "또 마족은 네가 물리쳤구나."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난 시에르를 돕고 싶다고 말 했잖아. 그런 말을 꺼낸 이상 마족을 2명 정도는 물리쳐야지." "카이키테 때문에 데이트도 제대로 하질 못 했잖아." "시에르..." "응?" "키이라도 키이라가 만든 군대도 모두 물리치고 나면, 이보다 더 멋 뚫어진 데이트를 해 보자." "고마워. 후치히로." "뭐야 시에르... 또 우는거야?" "안 울어. 우리 마족은 잘 울지 못 하도록 훈련 받았으니까..." "순 거짓말은..." "아니라니까!!" "아... 네, 네." 비록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지 못 했지만, 난 지금의 이 상황도 만족하다. 앞으로도 시에르와 함께 한다면... *인간과 마족 Episode-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