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 잘 잤다." 오랜만에 맛보는 이 상쾌함. 캬! 역시 평범한 지금이 좋다니깐... 시에르의 집을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있는 도중, 창가에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됐다. 매우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 따스한 햇빛 때문이지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녀는... 시에르. 시에르였다. "후치히로. 매우 상쾌해 보이네." "네페 선배님과 네 덕분에 이렇게 멀쩡하다고 하하하!" 왜 이리 좋지? 보통 때보다 더 좋은 이 느낌은... 내가 이제 마수인 되지 않게 돼어 좋아서? 아니면 평소보다 좀 더 상쾌해져서? 아니, 이건 분명 시에르를 만나서 그런 게 틀림 없다. 아무리 시에르 주위를 살펴 보았는데도 네페 선배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것보다 네페 선배님은??" "아. 네페는 돌아갔어." "정말? 내가 낸 상처는 낫지 않았을 텐데..." 난 마수인이 되어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 뿐이지만... 너무 생생해서 미칠 정도랄까? 아무튼 그정도다. "아! 맞다. 시에르 넌 괜찮아? 넌 너무 많은 출혈이 났었잖아." "난 괜찮아..." 난 시에르가 걱정됐다. 내가 낸 상처는 둘째치고, 평소 보다 더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더 걱정된다.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말을 꺼내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았다. "자자, 키이라의 군대를 박살 내야지. 키이라의 군대는 이제 몇명 남았어?" 난 쓸쓸한 시에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얼른 화재를 돌리며 말을 꺼냈다. "응..." 응... 이라니... 아무래도 그냥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같다. 왜 이러지? 아무리 고등학생이라도 쓸쓸한 표정을 짓고, 계속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면 궁금증이 생기는 법. 아참! 그러고보니, 고등학생이 된 이후 고등학교를 간 적이 한 번도... 없잖아!! "시에르. 나 잠시 학교 좀 다녀 올게." [쿵!!] "후치히로... 앞으로도 나와 함께 있어 줄거니?" 시에르에게 걱정하는 건 그 다음이야. 한 달 가까이 학교를 빠지다니... 이건 최악이야!! [쿵!!] "헉... 헉..." "넌 누구니?" 굵직한 목소리를 내는 한명의 남자. 선생님일 게 틀림 없다. "헉... 전... 아시카 후치히로라고 합니다." "아시카 후치히로? 오! 여기 있구만. 한 달 가까이 무단으로 결석한 학생이로구만..." "죄... 죄송합니다." 아... 어쩔 도리가 없잖아. 그냥 크게 혼나는 수 밖에... "그래. 거기 앉아라." "네?" 당연히 당황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한 달 가까이 결석했는데... 그것도 무단으로... 선생님이 너무 인심이 좋으셔서 그런가? 하지만,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혼내야 할텐데... "잉? 저기 선생님. 왜 다른 학생들이 없는 가요?" 교실에 나 말고, 학생이 한 명도 없다니... 이상하다. 쉬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학생이 어떻게 한명도 없고, 이렇게 조용하지? 이상해...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건... 이 학교의 모든 자들을 다 죽였으니까!!" "뭐.. 뭐라고?" 이상하단 내 느낌은 100% 정확! 역시 내 민감함은 알아줘야 해. 아니지, 지금 이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나, 기억 하나?" "너... 넌!!" 가면을 벗고 말을 꺼낸 자는 바로 주세미르였다. 네 녀석이 날 속이다니... 이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였다는 게 더 용서 못해!! "네 녀석!!" "잠깐 기다려!" 내가 칼을 들고 달려드는 순간 주세미르는 기다려 달라며 소리를 쳤다. 그 때 주세미르는 시에르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 후 시에르는 내 앞에 도착했다. "시에르... 어떻게 여기에..." "가르쳐 주지. 시에르는 나와 거래를 했어." "거래? 무슨 거래길래..." "내가 인심을 베풀어서 말 해 주도록 하지. 시에르는 널 다시는 우리 키이라의 군대랑 싸우게 만들지 말라는 조건을 내 걸었다. 그 대신 우리는 시에르의 영혼을 가지겠다는 조건을 내 걸었지." "시에르... 그게 사실이야?" 그런거였어. 그래서 시에르가 평소보다 더 쓸쓸해 보였던건 바로 이 이유 때문이였던 거야. 제길!! 내가 조금만 더 먼저 알았다면 시에르를 설득할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학교 문제를 시에르의 문제보다 더 신중히 생각했어. 젠장!! "우리 마족들은 목숨이 잃는 한이 있더라도 거래의 조건을 지키거든. 시에르의 영혼을 가져가는 대신 널 두번 다시 건드리지 않을테니 걱정 마." "시에르. 네가 진정 바라는게 이런 거냐?" "후치히로. 여태껏 고마웠어. 하지만 네가 마수인이 된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이런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 난 네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만을 원해. 어떤 사건도 휘말리지 않고..." "내가 지금 행복해 보여? 내가 가장 행복한 건 너와 함께 키이라의 군대랑 싸우는 것이야! 너와 함께 했으니까 많은 시련을 극복 할 수 있었던 거라고!" "흥! 그런 말은 둘이 지옥에 만나서 하라고. 그럼 거래를 해 보실까?" "시에르! 칼 받아!" 난 있는 힘껏 시에르에게 칼을 던졌다. 그리고 난 주세미르의 약점을 가르쳐 주었고, 이윽고 시에르는 내 칼을 받고는 주세미르의 약점을 찔렀다. "크크.. 거래를 못 했군... 곧 너희들도 죽을 것이다 캬캬!!" 도통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모래가 되어버린 주세미르. 우리가 죽긴 왜 죽어. "시에르...." "고마워. 그런 말을 해 주어서... 그나저나 이제 우리는 어떻하지?" "왜 그래?" 무사히 위험한 거래 속에서 시에르를 구출하기 대 성공! 그나저나 시에르가 왜 걱정을 하지? *인간과 마족 Episode-17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