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달도 침대마저도 잠이 든 밤,

홀로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그 때는 아무라도 붙들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어항 속 금붕어면 어떤가,

구멍 뚫린 벽지를

갉아대는 바퀴벌레면 어떤가,

그렇지도 않다 그냥 벽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던진 말을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반사체이면 족할, 그럴 때....

아무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에게도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마음을 다 읽기라도 한 듯이

단 한 번의 벨소리에 수화기를 거침없이 드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밤이 너무 깊었지? 자고 있었니? 미안해!

굳이 이런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한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내가 지금 전화를 통화하는 건지 아니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물리적 거리를 생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 더 좋겠다

오줌보가 꽉 차도 눈을 찔끔 감고

잠시 오줌을 유턴시킬 만큼 수화기를

놓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없이 좋겠다

어느덧 두부 장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스름한 새벽녘까지도

서로 미안한 나머지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러다가 수화기를 베개 삼아 스르르,

서로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쯤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도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련만

오늘도.....

외로움에...너를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