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번역] 스카이 크롤러 -제1화 "카울링"- 8

jjunius 작성일 08.04.11 21: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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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드라이브인까지는, 예의 고래 같은 세단이 우리들을 실어다 주었
다. 이번엔 나와 토키노가 뒤에 앉고, 운전석의 쿠스미 옆에는 후
코가 앉았다. 반정도 연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이 뒤
에 다시, 토키노의 바이크에 타야하는가 생각하자 마음이 무겁군,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쿠스미가 토키노의 바이크에 타고 싶다고
말을 꺼내서, 내 대신에, 공랭에 노출되는 역할을 사서 맡았다. 이
상한 아이다.
 드라이브인에 도착하자, 입구에 앉아있던 노인의 모습은 이미 없
었다. 우리들을 보고있었던지, 타이밍 좋게, 사사쿠라가 혼자서 도
어에서 나왔다.
 "에구 이런..., 두 분" 그는 나와 토키노를 보고 밝게 말했다. 몇
시간 전까지와의 낙차가 격렬하다. 상당히 취해있는 모양이다. "이
제부터, 어디로?"
 "돌아가려는 참이야" 토키노가 대답한다. 그는 바이크의 엔진을
걸었다. "어이, 칸나미"
 "뭐야?" 나는 그에게로 걸어간다.
 "점퍼를 그녀에게 빌려주지 않겠어?" 토키노가 말했다. "기지까지
버티지 못할 거야"
 기지까지 버티게 할 셈이었던 건가, 그게 나에게는 경이였다. 점
퍼를 벗어서 나는 쿠스미에게 던져줬다.
 "땡큐" 그녀는 싱긋 웃었다. 입에 비스듬히 담배를 문 채로다.
 나는 차에 돌아가, 거기 서 있던 사사쿠라에게 묻는다.
 "어떻게 여기에?"
 "버스" 사사쿠라는 시계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쪽은?"
 "운전은?" 나는 후코를 보고 말한다.
 "잘 못 해" 후코는 혀를 내밀었다.
 바이크의 엔진이 부릉부릉 소리를 낸다. 쿠스미가 시트에 매달려,
토키노의 등을 껴안자마자, 도로로 튀어나갔다. 마치 항공모함에서
날아오르는 전투기처럼 성미급한 가속이었다.
 "즉, 내가 이걸 운전해서 가란 거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사
쿠라씨도, 타요"
 "당신, 안 취한 얼굴이잖아" 후코가 말한다.
 고래 세단의 운전석에 앉아, 나는 그 커다랗고 가느다란 스티어링
을 움켜쥐었다. 정말이지 미덥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사각의
탈것은 그다지 운전하고 싶다고 생각지 않는다. 후코가 조수석에
타고, 뒤에 사사쿠라가 들어왔다. 나는 엔진을 건다.
 "하나 죽어있는거 아냐, 이 엔진" 사사쿠라가 중얼거렸다. "뭐,
하나정도 죽어도 돌아간다는 게, 듬직하지만"
 "엔진이란 거 하나 아녜요?" 후카고 돌아보며 물었다.
 "실린더 말이야" 사사쿠라가 귀찮다는 듯이 대답한다.
 "한 번, 플러그를 검사받아봐"
 "플러그?"
 차는 느릿하게 도로에 내려, 똑바로 어두운 도로의 앞쪽으로 헤드
라이트를 향한다.
 "진로우란 사람이, 내 앞에 있었어요?" 나는 반쯤 뒤로 돌아보고
사사쿠라에게 묻는다.
 "아아..." 사사쿠라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후욱
하고 숨을 내쉰다. "오늘, 당신이 탄 게 바로, 녀석의 기체야"
 "그걸, 뭐라고 불렀지?"
 "그거라니?"
 "그러니까, 그 비행기"
 아니, 딱히 이름은 붙이지 않았어" 사사쿠라는 대답한다. "여기선
, 아무도 비행기에 이름따위 붙이지 않아. 넷 밖에 없으니까"
 "언제, 죽었어요?" 조수석의 후코가 시트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기
대고 몸을 뒤로 향한다. "저기, 진로우의 묘, 어딘지 가르쳐줘요"
 "차에 태워줘서 살았어. 정말 고마워" 사사쿠라는 말했다. "하지
만, 그걸 당신에게 대답해 줄 수는 없어"
 "하지만, 죽은 거죠?"
 "여기에 없어, 그것 뿐이다"
 "죽은거구나"
 토키노의 바이크는 훨씬 앞으로 가버렸는지, 라이트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는 달리 없다. 약간 안개가 끼기
시작한 점도 있어서,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정도
푹신푹신한 서스펜션 이었다.
 철교를 건너고, 토대에서 내려와서, 삼림을 더듬어 달린다. 기지
의 백미터정도 지점에서, 토키노의 바이크가 보였기 때문에, 나는
브레이크를 밟아 거기에 정차했다.
 "어라, 쿠스미는?" 후코가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본다.
 근처에 인영은 없었다.
 우리들이 차에서 내리자, 잠시 후, 새카만 숲속에서, 토키노와 쿠
스미가 나타났다. 뭔가 언쟁을 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처음에 들
려 왔지만, 우리들이 가까이 가자, 쿠스미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쿠스미에게 차의 키를 건네준다. 그녀는 터벅터벅 도로를 횡
단해서 세단쪽으로 돌아가 버린다. 등에 프라이팬이 들어가 있기라
도 한 듯이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잘자요, 칸나미" 후코가 손을 흔들었다. "아, 맞다. 이름 가르쳐
줘"
 "나(僕)?"
 "귀엽지, 이 사람" 후코가 웃는다.
 "바이바이" 나는 한손을 편다.
 "저기, 뭐라고 해요?"
 "유히치"
 "미안해요, 웃어서" 후코는 미소지었다. "또봐요, 유히치"
 "응, 또..."
 "꼭이요"
 나는 한 손을 딱 한 번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수고했어" 토키노는, 바이크에 앉아 그리 말하고, 나에게 고글과
모자를 던졌다. 그는 자신의 헬멧을 팔게 낀 채로, 달려갔다.
 "쿠스미와 후코의 차도 U턴해서 길을 되돌아간다. 그 붉은 테일램
프가 멀어지자, 나와 사사쿠라는, 기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카울링에 두 개, 구멍이 뚫려있었어" 사사쿠라가 말했다.
 "오늘 거?"
 "아아..."
 "어느 쪽?"
 "우측 위쪽. 엔진은 무사"
 그렇다면, 그 때구나, 하고 나는 생각해낸다. 능숙한 쪽 녀석이다
. 분명, 탄도를 너무 본 거겠지.
 "프로펠러는?" 나는 물었다.
 "괜찮아. 다행히도"
 게이트에서 기지내로 들어가, 옆으로 빠져서, 중앙정원으로 나가
는 작은 길을 걷는다. 모래가 깔려있어서, 사박사박 소리가 울렸
다. 창고와 소각로부근은 매우 어둡다. 오피스의 이층에 조명이 켜
져있다. 쿠사나기 스이토가 아직 있는 것일까?
 "진로우는, 언제 죽었지?" 나는 갑자기 그 질문을 떠 올린다.
 "일주일 정도 전에" 사사쿠라가 대답했다.
 "나는 삼일전에, 이곳에 전속을 명받았다.
 내 손이 포켓안의 담배를 찾고있다. 조금 진정되지 않는 기묘한
감각이 있었다.
 "어째서, 죽은거지?" 나느 묻는다.
 두 사람의 발소리.
 중앙정원을 나서자, 조금 밝아졌다.
 사사쿠라는 대답하지 않는다.
 밤하늘을, 단 한 번 올려다 보았다.
 "그럼, 잘자" 사사쿠라가 말한다.
 "잘자요" 나도 말했다.
 어두웠기 때문에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사사쿠라는 격납고
쪽으로 걸어간다. 그쪽에 묵을 장소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어제
밤에도 그는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방에 돌아오자, 조명은 꺼져있었다. 나는 데스크의 작은 라이트만
켰다. 거기저, 쿠스미에게 빌려준 채 돌려받지 않은 플라이트 점퍼
를 생각해 낸다. 짧게 한숨을 쉬었다.
 토키노는 이미 침대안에 있었다. 단 한 번 움직였다. 점퍼를 벗고
, 그 밑에 나도 기어들어간다. 침대의 냄새는, 아직 나에게는 익숙
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카울링에 뚫린 구멍에 대해 생각했다.
 그 구멍을 뚫은 녀석은, 분명 죽었겠지. 불을 뿜으며 똑바로 물에
돌입했으니까. 유람선의 외륜처럼 물보라를 튀긴 쪽은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 두 사람을 떨어뜨린 나는, 전속 첫날로 실적을 올리고,
밤에는 선배가 한 턱 쏘고, 새로운 여자까지 소개받은 셈이다.
 죽어버리는 것과, 계속 사는 것과,
 어느 쪽이 행복한 걸까.
 글쎄, 어느 쪽....
 후코의 가슴의 올빼미가 눈에 떠오른다.
 진로우는, 왜 죽은 것일까.
 그런 것을 생각해봤자, 별 수 없다.
 분명....
 하지만,
 그렇지, 비행기는 무사하다.
 최소한, 일주일만에 고칠 수 있는 상태였다. 즉, 추락한 것이 아
니다. 격추당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럼, 어떤 이유로 죽은 것일까....
 그는, 후코에게 플라이트 점퍼를 주었을까?
 그 정도, 남겨줘도 좋았을 지 모른다.
 침대도 차와 마찬가지로, 사각.
 관도 사각.
 사각 탈것은,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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