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번역] 스카이 크롤러 -제2화 "캐노피"- 1

jjunius 작성일 08.04.14 14:41:08
댓글 0조회 599추천 0

제2화 캐노피


지금은, 아주 조금 남은 그의 피도, 가는 줄을 그으며 그의 손목을
거쳐 방울져 떨어졌다. 그는 옴바에게 얼굴을 돌리라고 명했다. 옴
바는 흐느껴울면서 그 명을 따랐다. 그리고 웃는 남자는 자신의 가
면을 벗었다.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그리고 그 얼굴이, 피에 물든
지면을 향해 기울었던 것이다.

                                                   (웃는 남자)
                                  샐린저, '나인스토리즈'중에서


1

 이 주일 사이에 5회 출격했다. 이것은, 평균적인 숫자보다는 비교
적 빈도가 높은 부류가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한 번도 전투기와
는 만나지 않았다. 이것은 아주 보통의 확률이다.
 훨씬 높은 곳을 나는 정찰기를 쫓아간 적이 단 한 번 있었지만,
탄이 도달할 거리가 되기 전에 연료가 버틸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이쪽을 보자마자 급선회해서 도망쳐갔는데, 어째서일까 지금도
알 수 없다. 뭔가 획기적인 무기를 가진 최신형이라고 착각해 준
것일테지.
 어제는, 오일유출로 되돌아왔다. 덤으로, 타이어를 활주로 옆의
도랑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질 뻔 했다. 풀이 무성해서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아무도 거기에 도랑이 있다는 것따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실제 그런 변명을 한 것은 아니다. 게
다가, 아무도 비꼬는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은, 세 대가 나가기로 되어있었지만, 오일유출의 수리가 제때
되지 않아, 시노다라는 선배가 대신하게 되었다. 즉, 나 혼자만 날
지 않고 지상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지상에서 대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고있는 녀석들을 본다. 이것
이 어떤 종류의 감정인가 약간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쓸쓸하다,
분하다, 허무하다, 혹은, 울분, 처량, 초조, 전부다 다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비슷한 걸로 말하자면, 졸리다, 정도일까.
머리가 멍해서, 살아있는 기분이 멀어져간다. 자신이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된다. 예를들면, 아이가 휘두르는 막대기에 목이 꺾인
잡초가 이런 기분일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최악의 상태란 것만은
틀림없다, 고 생각한다.
 활주로의 가장자리를 걸어, 표시등 부근의 나무그늘에 주저앉는다
. 다리를 박차서 둥치에 거꾸로 기댄다. 만약 햇살좋은 장소였다면
, 분명 내 모습은, 청소후에 손 닿는 곳에 말리고 있는 대걸래를
연상시킬 것이다. 적당히 처지고, 적당히 늘어진 상황이다.
 벌이 한 마리 날고 있길ㄹ,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처음엔,
훈련이 될 거라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요사이는, 모르는 새에
, 움직이는 작은 것을 눈으로 쫓고만다. 어지간히 멀리 가지 않는
한, 모습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보이지 않게 되자, 아무
것도 날고있지 않은 공기를 잠시 바라보았다. 머리는 멍하게 공회
전하고 있어도, 두 눈은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눈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바람은 거의 없어서, 작은 풀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면 가까이에는 보기드문 것이 많았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에는 어째서 이렇게 많은 것이 모
여있는 것일까. 모두 떨어져내린 것일까.
 짧은 잔디는 계절에 민감하다. 이미 엷은 갈색이 되어있다. 이
주변에는 겨울이 어떤 상황일까 모른다. 눈은 내리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상상한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눈이 지면에 부딪히는 순간을
보고싶다. 그것은 튕기는 것일까.
 콩콩콩콩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격납고쪽이다. 오일유출의
원인은 알 수 없다, 고 사사쿠라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거나 곤란해하는 구석은 전혀 업다. 술래잡기에서 술래처럼,
어느쪽인가 하면 즐거운 듯한 얼굴이었으니까, 당장 발견해 줄 것
같다, 고 나는 생각했다. 거기서 곧장 이 장소까지 걸어온 것이다.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연기가 흐르는 방향으로 풍향을 비로소 알았다. 그 정도로, 무풍
에 가까운 맑은 하늘. 이거라면, 우주에서도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겠지.
 격납고의 셔터 안에서 인영이 움직였다. 하얀 작업복의 사사쿠라
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녹색 제복은, 쿠사나기 스이토였다. 그녀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완력에는 전혀 자신이 업지만,
시력에서는 진 적이 없다. 나는 지금 거의 드러누운 자세였다. 게
다가, 나무그늘이다. 아마도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을테지.
 쿠사나기는 격납고에서 이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직 수백미
터나 거리가 있으니까, 보통의 보행속도로는 삼, 사분은 걸릴 것이
다. 이러한 계산을 순식간에 하는 것도, 내 버릇, 혹은 직업병의
하나라 해도 좋다. 나는 시계를 봤다. 점심시간이었다.
 어찌할까 생각한다. 이 틈에, 뒤쪽 숲으로 몰래 숨어버릴까. 아니
면, 일어서서, 격납고쪽으로 돌아가 그녀를 맞이할까.
 어느쪽이든 상관없군, 하고 생각하는 새에, 쿠사나기가 가까워져
서, 슬슬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어쩔 수 없으니, 쓰
고있던 모자를 끌어내려서, 얼굴을 가린다. 자고있는 시늉을 하기
로 했다. 가장, 지장이 없는 처치로, 스스로도 명안이라고 생각
했다. 점심시간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줄곧 기다렸다. 모자 밑에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쿠사나기
가 가까이 오는 것이 보인다. 그녀의 전신이 아니다. 보인 것은 다
리 뿐이다. 의외로 작은 신발이었다.
 "칸나미" 쿠사나기는 내 앞에 서서 불렀다.
 나는 한 손으로 모자를 들어올려, 눈을 가늘게 뜨고, 눈부신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발 끝에서 쿠사나기까지의 거리는 일 미터정도.
거기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상반신을 일으키고, 허리를 당겨 고쳐앉는다.
 "뭡니까?"
 "나와 이야기할 생각이 있으면, 일어서세요"
 지금은 점심시간이다, 고 말할까 생각했다. 이전의 직장이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나는 잠자코 일어서서, 바지를
두세번 털고서, 그녀에게 경례했다. 불평을 듣지 않을만큼 아슬아
슬한 원만함을 추구한 일품 경례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오일유출은, 첫날의 무리가 원인이었던 모양인데..."
쿠사나기는 안경에 한 손을 대고, 나에게 가까이 온다. 그녀도 나
무그늘에 들어왔다.
 "사사쿠라씨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나는 물었다.
 "자동적으로 숨잇기하도록 개선했다면서?" 그녀는 나를 대신해서,
나무 둥치에 기대었다.
 "에에..." 나는 끄덕인다. "혹시, 그건, 제것만 그런 겁니까?"
 "그런것 같다. 잘 되면, 전기의 엔진을 개조하고 싶다고, 사사쿠
라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일유출의 원인이 명백해질 때까지는,
허가는 내릴 수 없군"
 "실험체였던 셈이군" 나는 미소지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필요한 녀석도 있어"
 "할 가치고 있다고 생각해?"
 "가치라니, 뭣 말입니까?"
 "그건 내가 판단한다. 자네 개인의 감상은?"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솔직한 리스폰스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서야, 어쩔 수가 없어" 쿠사나기는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아니면, 뭔가 특별하게 무리를 했다거나?"
 "아니오, 특별히는"
 "탄이 어딘가에 맞았나?"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카울링에 두 발, 맞았다고 들었는데"
 "각도상으로는, 엔진내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답했다
. 그것은 거의 확신이 있었다.
 "그래..." 쿠사나기는 밑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버린 담배를 발
견했다. 그녀는 신발 끝으로 그것을 가리킨다. "이것을, 제대로 주
워둘 것. 활주로는 금연이야"
 "죄송합니다"
 쿠사나기는 나무에서 등을 떼고, 격납고 방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저기..." 나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뭐지?" 멈춰서서, 쿠사나기가 천천히 돌아본다.
 "제 앞에, 그 기체에 탔던 사람 말입니다만..."
 "무슨 일 있나?"
 "물어봐도 괜찮습니까?"
 "뭘 묻고싶어?"
 "으~응" 나는 어깨를 움츠린다. "이름이라든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등..."
 "쿠리타 진로우" 쿠사나기는 즉답했다. "여기에 온 것은, 7개월전
. 육십삼회 출격. 상당한 실력이었다"
 "어디로, 간 겁니까?" 나는 물었다.
 "그것은, 프라이빗이다" 쿠사나기는 살짝 턱을 든다.
 "이곳을 떠난 이유는?"
 "마찬가지"
 "제 전속은 매우 급작스러웠습니다. 그 정도로, 이곳은 사람이 필
요했습니다. 그는 갑자기, 그만 둔 겁니까?"
 "그래" 쿠사나기는 끄덕인다.
 "원인은?"
 "무슨 원인?"
 "으~응, 즉, 그만두는 게 급작스러웠던 원인말입니다"
 "자네가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쿠사나기는 역으로 질문
해왔다.
 "죽었습니까?" 나는 묻는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황에 차이는 없다" 그녀는 표정을 바꾸지 않
고 대답했다. "있는가, 없는가. 사람의 상태는, 이 두 가지 밖에
없다"
 "아니..., 비행기를 인수할 때는, 통상은 전임자와 컨택트를 취합
니다. 이야기를 듣는 법입니다. 물론, 전임자가 살아있을 경우에만
, 그렇습니다만"
 "그 기체는 아지 새것이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내가 판단했다.
뭔가, 불만인가?"
 "아니오, 전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도"
 "다행이 아니다. 검토의 결과다"
 "그것은, 지금까지 탄 중에서도, 최상의 부류입니다"
 "그밖엔?" 쿠사나기가 눈을 가늘게 뜬다.
 "당신은, 킬드렌입니까?" 나는 물었다.
 쿠사나기의 눈이 커진다.
 수초간의 침묵.
 그녀는, 입을 아주 조금 열고, 천천히 숨을 토했다. 거기서 어떤
말이 나올것인가, 나는 기다렸지만, 유감스럽게도 말이 생겨날 만
큼 점도가 있는 공기는 거기에는 없었다. 그녀가 서둘러서 정신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가 표정의 변화를 감
추려고 미소지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원래의 표
정을 재생하려 했다.
 "그밖엔?" 좀전과 같은 목소리였다. 훌륭한 정신력이라고 나는 감
탄한다.
 "아니오" 나는 순순히 경례한다. 이번엔 정말로 경의를 표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떨어뜨려 그녀의 발밑을 보았다. 신발 사
이즈는 얼마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가,
 그녀도....
 일순, 소녀의 뒷 모습을 나는 보았다.
 쿠사나기는 등을 돌리고, 걸어간다. 상의의 등부분엔 두 줄의 주
름이 있어서, 나는 잠시 그것을 눈으로 쫓았다. 녹색의 제복. 어깨
에는 작은 금속제 별. 때때로 짧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활주로도, 그 앞으로도 쭈욱, 건조한 공기가, 적은 인간의 이마처
럼 상냥하게, 정체되어있다. 새조차도 날고있지 않았다. 아직, 나
뭇잎은 아슬아슬하게 가지에 매달려있다. 저항하는 것이 생명의 증
거인 것이다. 설령, 그 행위가 반복해서 헛수고가 된다 해도.
 살아있다고 믿으려면, 뭔가에 저항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꽁초를 주워, 그것을 한 손에 쥐었다. 이미, 쿠사나기는 멀
리 가 버렸다. 그녀는, 기분나쁜 인공향이 나지 않았다. 나는 격납
고와는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쿠사나기 스이토는 얼핏, 이십대후반으로 보인다. 화장은 하지 않
는 모양이다. 머리도 짧다. 게다가 그 고풍스런 안경. 명백하게,
나이들어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리를 하고 있다. 누구에 대
해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들
파일럿, 정비사, 기타 계원, 사무원, 전부 합해도 열 명정도.
 우리들 파일럿은, 보다 젊다. 거기 비하면, 쿠사나기는 다소는 진
정되어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걸음 기지밖으로 나가면, 요
즘세상에 젊은 녀석은 정말로 적다. 매우 드물다. 젊다는 것은, 그
만큼 눈에 띈다. 쿠사나가도, 충분히 특별하다.
 도회에 가면 조금은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촌에서는
숨기는 건 무리일 것이다. 젊음만으로, 킬드렌으로 여겨져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즉각 상상되어 버린다.
전투법인이거나, 아니면, 위법 아슬아슬한 종교법인이거나 어느 하
나다. 토키노가 첫날 밤에 데려가 주었던 곳도, 종교법인이 틀림없
다. 그런 확실한 세상인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되어버렸을까.
 아마도, 두 번째 대전 뒤..., 그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 그 때부
터....
 분명, 최초에는 아무도 깨닫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 여부는, 어떤지 알 수 없다.
 정확한 정보따위, 이미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정보일수록, 빨리 사라지는 법이다.
 신발끈이 느슨해ㅈ서, 나는 한 손의 담배를 내던지고, 웅크려서
끈을 고쳐맸다. 훨씬훨씬 예전에, 아직 정말 아이였던 무렵에, 나
는 신발끈을 처음으로 스스로 맸던 것이다. 그때까지는, 줄곧 어머
니나, 아니면, 누나가 매어주었다. 그런 것이다, 고 생각하고 있었
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올라가서 혼자서 생활해야만 하게 되었다
. 자신의 발이 신발을 신고있으니까, 끈은 매우 매기 어렵다. 셔츠
의 단추도 그렇다. 그것을 자신이 입고있지 않으면 간단한다, 자신
이 입고있는 셔츠에 한해, 갑자기 어려워진다.
 타인의 얼굴은 간단히 때릴 수 있는데, 자신의 얼굴은 때릴 수 없
다.
 자신의 것이 된 순간에,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자신의 것은, 무엇도 부술 수 없게 된다.
 나는, 자신을 부술 수 없다.
 타인을 부수는 것은 가능해도,
 자신은, 부술 수 없다.
 신발의 끈을 맬 때마다, 그러니까, 그 사실을 떠 올린다.
 어머니도 누나도, 이미 없다. 두 사람 모두 죽어버렸다.
 나에게는, 이미 가족은 없다.
 그러니까,
 자신의 신발 끈을, 스스로 매야만 하는 것이다.
 신발 사이즈는 이젠, 줄곧, 이대로일 테지.

jjunius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