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번역] 스카이 크롤러 -제1화 "카울링"- 5

jjunius 작성일 08.04.10 20: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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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외출허가는 간단히 내려졌다. 토키노의 대형 바이크의 뒤에 얻어
타고, 기지에서 마을로 향하는 직선 도로를 달렸다. 플라이트 점퍼
를 입고왔지만, 몸이 공랭되어서, 매우 추웠다. 하지만, 몸이 차가
워지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진 듯한 황홀한 맛이어서, 싫지 않다.
 도중에, 제방에 올라가 철교를 건넌다. 이 주변의 강에는, 물은
거의 흐르고있지 않다. 키가 큰 잡초가 돋아난 초원이, 다리 밑에
펼쳐져있을 뿐이다. 바람이 불면, 그것이 파도처럼 움직여서, 수면
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같아 진다.
 하늘은 감색. 달은 오륀지로, 오른손에 흔들흔들 떠있다. 그쪽으
로 선회해서, 격추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어떤 탈것이건,
그만 후방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돌아보려 하는 자신을, 지금은 그
럴 필요가 없다, 하고 몇번이나 달래야만한다.
 토키고의 바이크의 엔진은 직렬 2기통이었다. 나는 이런 큰 이륜
차를 운전해본 적은 없다. 옆으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분명 내 완
력으론 일으켜세울 수 없을테지. 캠 소리가 기분좋게 고주파의 울
림으로 섹시했다. 아직도 여유가 있는 듯한 매끄러운 회전으로, 때
때로 바이크의 안에서 가볍게 떼를 쓰는 배기음이 귀엽다.
 황색의 네온이 눈부신 드라이브인 주차장에 바이크는 미끄러져 들
어간다. 주변에는 평야의 가옥이 몇 채. 토키노의 바이크가 조용해
지자, 벌레 소리가 지잉하고 귀에 들어왔다. 가게의 입구 부근에는
, 찌릿찌릿 우는 살충기가 빛을 내고 있고, 빠직빠직, 하고 격추하
는 소리가 가끔 들려온다. 거대한 트레일러를 끄는 트럭이 도로의
반대측에 멈춰서 있었다. 주차장에는 들어올 수 없는 크기다. 이런
것이 가까이 있으면, 어쩐지 하늘에서 노릴 것 같아 두렵다.
 "여기는?" 나는 고글을 벗고 물었다.
 "미트 파이가 맛있지" 토키노는 말했다. "배는 고프지 않나?"
 아스팔트에서 한 층 올라간 기와 테라스에, 더러운 몸가짐의 노인
이 걸터앉아있다. 종이봉투에 들어있는 채로 병을 쥐고, 이쪽을 뚫
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점내는 담배연기와 슬로 템포의
락이 충만해 있고, 양자의 혼합비는, 사대육 쯤일까. 약간의 압력
을 느꼈다. 카운터 안에 서있는 노인에게, 토키노는 무언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에게 눈으로 신호를 하고, 오른
쪽 안으로 들어가서, 코너의 테이블까지 가 앉았다. 유리 너머에,
네온으로 황색으로 물든 테라스와, 대조적으로 새카만 주차장이 보
인다. 도로의 대형 트레일러는 거의 실루엣이다.
 어디 있었는지, 하얀 에이프런의 여자가 나타났다. 테이블 옆에
서서, 메모용지를 꺼내 연필로 문자를 쓸 준비. 말을 하지 않고,
주문을 받으러 왔다는 것을 나타내는 의외로 적확한 제스처였다.
 "나는 맥주, 이녀석은 미트 파이" 토키노가 주문한다.
 "커피"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그녀는 잠자코 문자를 쓴다.
 다 쓰고는, 다시 우리들을 보고, 눈을 크게 든다.
 "그것뿐이야" 토키노가 말한다.
 웨이트리스가 가버리길 기다려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이곳이, 안내할 가게?"
 "이곳은, 포인트1 이다" 토키노는 코로 숨을 내쉰다. 그리고, 뒤
를 돌아보고 점내를 한번 둘러보곤, 이쪽을 보았다. "일에는 순서
란 게 있다고. 밖에서 마시고있던 영감님 봤지?"
 "응. 술을 마시고 있었지. 왜, 안에 들어오지 않지?"
 "그건, 물이야" 토키노도 담배를 꺼냈다. "이젠, 물이든 술이던
같다는 거지. 도로에 뭔가가 지나간다면서, 줄곡 저렇게 기다리고
있지"
 "뭐가 지나가는데?"
 "글쎄..." 연기를 내뿜으면서, 토키노는 성냥을 재떨이 던졌다. "
신일지도"
 "행복한 인생이군" 나는 미소지었다.
 "최소한 우리들보단 말야" 토키노가 말했다.
 어느 마을에건, 뭔가를 기다리는 노인이 있는 법니다. 어찌된 영
문인지, 아이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뭔가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 역시, 기다리는 것 따위 없다. 즉, 아이란 거다. 그래
..., 문자 그대로 아이다. 분명, 줄곧, 이대로일테지. 내기를 해도
좋다.
 마실 것과 미트 파이가 날라져왔다. 너무 큰 플라스틱제의 하얀
접시에, 파이는 올려져 있었다. 어젯밤부터 거기에 올려져있었던
것처럼 무서울만치 차분하다. 커피는 지성과 열기가 다소 부족했지
만, 젊음은 충분.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내 취향이었다.
 카운터 안에 늘어서있던 병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 근처의 거울
에, 아는 얼굴이 비쳤다. 이 마을에 지인이 있을 리 없었기 때문에
, 나는 조금 놀랐다.
 가게에 들어온 것은, 정비사인 사사쿠라였다. 회색 점퍼의 칼라를
세우고, 하얀 캡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공룡처럼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이쪽으로 걸어온다.
 "여어..." 포켓에 손을 찔러넣은채로, 사사쿠라는 살짝 웃었다.
굳은 표정으로도 보인다. 윙크한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어쩌면 안
면의 신경이 마비되어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 착각일 지도 모른다
.
 "상태가 좋았어요. 발군이었어" 나는 그에게 말했다. "감사를 하
려고 갈까 생각했는데, 공장에 없었죠"
 "자고있었어" 사사쿠라가 대답한다. "보조탱크가 없었고, 게다가
카울링이...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뭐라고 말했는지, 잘 알아듣지 못 했다. 음악이 시
끄러웠기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하는 방식이 문제다.
 "고양이가 세 마리" 토키노가 대답한다. "여기, 앉지?"
 "아니, 이제 곧, 일행이 올 거니까, 됐어" 사사쿠라는 표정을 바
꾸지 않고 토키노에게 말한다. "그쪽은 어떤 느낌?"
 "이쪽도,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참"
 "그게 아니라. 엔진 말이야" 사사쿠라가 한 눈을 조금 가늘게 떴
다.
 "아아, 뭐야, 엔진인가"
 "중속에서, 조금 헐렁하지 않았나?"
 "그런거지" 토키노가 대답한다.
 "헐렁한 거야, 너무 조인거야, 어느쪽이야?"
 "오늘 날씨로는, 알 수가 없지. 좀더, 상태를 봐야지"
 "그렇게 하게" 사사쿠라는 대답한다. 그는, 나를 봤다. "당신도,
일행을 기다리나?"
 "글쎄..." 나는 일부러 오버해서 어깨를 으쓱한다.
 "고양이가 세 마리다" 토키노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사쿠라는 가게 반대측으로 걸어간다. L자형이 되어있기 때문에
, 저쪽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일행이 어떤 인물인지, 아주 조금
신경쓰였지만, 2초만에 나는 그 흥미에서 이탈해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사사쿠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다. 바이크나 차일테지만, 주차장에는 그럴싸한 것은 없었다. 애당
초 그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엿한 녀석이지" 토키노가 말했다. 사사쿠라에 대한 평가일까.
 음악이 블루스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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