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바다의 시간 -2

혼돈자 작성일 09.07.15 2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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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고... 식사와 술자리를 하기전... 우린 모두 거실에 모였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정도 되는 자작곡 발표회... 각자 만들어 온 음악을

듣고 평하는 시간이다... 거실 한 쪽에는 오디오가 마련되어있었다...

소파에 다들 앉고... 가운데에 엑스형이 서서...

-자... 이제 자기가 가지고온 자작곡을 듣고 평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다들 시디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 테잎을 꺼냈다... 쪽 팔렸다...

 

먼저 개째즈형의 보사노바곡... 굉장히 감미로웠고... 거기 있는 누나들이 좋아했다...

큐티메탈형의 강렬한 데스메탈... 누나들이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다고 하지만

난 고등학교때 '크래쉬'라는 그룹에 빠진적이 있어서 듣기 좋았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큐티메탈 형의 밴드 음악이라고 한다...

그 다음 힙게스의 힙합곡... 직접 부른 랩이 멋있었다... 힙합은 모르지만 이런 리듬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상당히 궁금했다...

크리티아누나와 글래머린 누나가 같이 만든 발라드곡... 글래머린 누나가 직접 불렀는데

정말 잘 부른다... 크리티아누나만의 차분한 느낌이 들려서 크리티아 누나가 거의 다

만들었나보다...  

친친누나는 이번 아동방송에 들어갈 귀엽고 이쁜 로고송을 만들어왔다... 저 귀여운

아이같은 목소리가 친친누나라니...

락소녀누나는 느낌이 있는 모던락음악을 만들어왔다... 락소녀누나도 홍대에서 밴드를

하고 있다... 그래서 큐티메탈형이랑도 가장 친하게 지낸다...

 

다음은 나... 테이프로 가져온 발라드 음악... 떨어지는 시퀀싱 프로그램에 사운드카드로

소리나는 제네럴 미디음원으로만 작업한 발라드곡이다... 어떻게든 열심히 만들어

보겠다며 끙끙댔는데... 역시나 다른 멤버들에 비해 사운드도 팍 떨어지고... 녹음장치도

없어 보컬대신 가이드음만 간단히 들어가있다... 또 곡 길이도 5분도 넘는다... 내 노래가

나오는 동안 나는 경직되어 있었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제 겨우 끝났고...

바로 용진러쉬형이

-야... 빨리 돈모아서 음원이라도 하나 장만해라... 우리랑 다르게 음대 다니는 녀석이...

  너 멜로디만 좋다고해서 인정받는 시대 아니다? 미디공부 좀 열심히 해 임마...-

용진러쉬형답게 완전 직격탄이다... 크리티아 누나가 바로...

-발란답게 발라드 자체는 좋은데... 정말 너무 음원이 안좋은거 같아... 요새는 이런식으로

  데모를 만들면 퇴짜당하는 때라... 발란 니가... 많이 미디에 대해 인식을 해야 할것 같아...-

그 목소리가 천사같고 은은한 크리티아 누나의 말이 너무 괴롭게 느껴진다... 힙게스가

-형 누나 말이 맞어... 너 음대에선 멜로디나 코드로 점수를 많이 받았겠지만 여긴 미디도 같이

  공부하는 곳이야... 적어도 우리사이에서 인정받으려면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미디도 역시 중요해...-

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직 돈도 없고... 또 올해 군대도 갈 예정이어서 음원과 오디오카드 준비를

생각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친친누나가...

-야 너무들 쫀다... 아직 초보인 애한테... 난 칭찬만 해줄게... 멜로디는 역시 발란답게 예쁘고 감성적이고

  음원이 나쁘다해도 락발라드식으로 편곡자체는 참 잘 맞는거 같아... 발란!! 잘했어 굿!!-

하며 이런 날 칭찬해주신다... 그 때 엑스형이

-그래 이건 인정하자... 발라드는 정말 발란이 잘 만든거 같아... 아직 초보니까 나중에 좀 더 나아질거야...-

-어휴... 쟤는 덩치에 안맞게 너무 감성적인걸 만들어왔어...-

락소녀누나 말에 다들 웃었다... 개째즈형이...

-그래서 우리 동호회가 있는거잖아... 많이 물어봐... 도와줄게...- 

-열심히 해...-

마지막 글래머린 누나 말로... 아... 이제 겨우 넘어갔나... 너무 긴장해선지... 해준말들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용진러쉬형...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엑스형의 곡 발표다...

   

그 때 개째즈형이 용진러쉬형에게

-야 니 차례야...-

-아니... 난 엑스꺼 먼저 듣고 싶어...-

하며 엑스형을 보았다... 엑스형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래 먼저 한다...-

난 긴장하며 그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역시 시작부터가 달랐다... 인트로부터 오는

느낌이란... 마치 무언가의 세상을 보여주는 느낌... 어느 부분 멜로디 하나 놓칠 수 없게

귀에 꼭꼭 넣어주고...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우후... 엑스형의 생각... 마음은

도데체 어떻기에... 말대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것인지...

엑스형의 노래가 끝나자 역시나 일제히 환호성... 박수... 나 역시 몸을 떨며

박수를 쳤다...

-이번에 작업할 앨범에 들어갈 곡이야... 아직... 타이틀일지 정해지진 않았어...-

-야... 당연히 이건 타이틀이다...!! 넌 정말 대단해...!!-

하며 개째즈형이 찬사했다... 락소녀 누나는

-와아... 정말 엑스가 만든 동호회에 있는 내가 다 자랑스럽네...-

-맞어... 나 정말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어...-

하며 친친누나도 굉장히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용진러쉬형의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엑스형의 분위기를 일축시켰다 이럴수가...

더욱 대단한 음악이 선보여졌다... 와아~~~ 하며 다들 탄성이 나왔다... 용진러쉬형의 음악이

끝나자... 아까보다 더욱 환호성과 찬사... 믿을수가 없었다... 난 상태가 마치 넉다운 당하는

느낌일 뿐이다... 큐티메탈형은...

-야... 이 자식 일취월장했네... 너 이 정도로 실력이 늘줄 몰랐다...- 

-정말 대단하세여...-

하며 힙게스도 흥분하며 말했다... 나는 아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엑스형을 바라봤는데...

엑스형은 가만히 말이 없었다... 표정이 심각하다... 용진러쉬형의 음악에 압도된 것일까...

그보다는 다른 의미가 있어보이는 표정이기도 하다...

 

발표회를 그렇게 마치고 우린 정원에 나가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 크리티아누나와

친친누나가 열심히 요리를 만든 음식들을 가져놓고... 우린 맥주와 소주를 가지고 나와

테이블을 셋팅하고... 모닥불을 피우며 꽤나 분위기 있게 술파티를 시작했다...

 

락소녀 누나는 씩씩한 목소리로

-와~~ 분위기 최고!! 먼저 원샷으로 시작합시다!!-

하며 다들 술잔을 들고 건배하고 술을 마셨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가 좋아서 어느정도

먹을 것 같다... 아까 초라한 내 자작곡으로 맘이 무거워서라도... 좀 마시고

달래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나들이 만든 음식이 역시 맛이 있다...

-와... 음식이 정말 맛있네여... 정말 잘 먹을게여...-

하자... 크리티아 누나가

-고마워... 많이 먹어...-

-역시 발란이 바른 소리 잘해... 야 너희들은 그런 말 안해줘?-

하며 친친누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자... 그냥 여기저기서

-잘먹을게...-

-난 그냥 먹을게...-

하며 장난느럽게 얘기한다... 옆에 힙게스가 술을 따라주면서

-거... 임마... 오늘 같은 날은 원샷해라... 반씩 먹고 있어 답답하게...-

-알았엄마...-

하며 술을 따라주었다... 앞에 있는 친친누나가...

-그러게... 너 보면 모임 있을때마다 술도 잘 안먹어서 먼저 가고...

  너무 니 몸 챙기는 거 아냐? 무리하게 먹이진 않을테이까 한번 먹어봐...-

하며 친친누나랑 힙게스랑 건배하자 옆에 있는 글래머린 누나가

-어, 나도... 발란의 원샷을 위하여!-

하고 끼어들었다... 난 할 수 없이 원샷했는데... 잘못 넘겨서인지 기침이

나왔다... 주위의 사람들이 웃고... 옆에 있는 글래머린 누나가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취기가 왔다... 다들 각자 얘기하느라 바쁘고...

잠시 엑스형을 바라봤는데... 약간 얼굴이 무거워보였다... 크리티아 누나와

글래머린 누나... 용진러쉬형끼리만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

잠시 이런 틈을 타서... 난 잠시 일어나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갔다...

 

난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화가 난다... 핑계이지만 난 실용음악과의

작곡 전공이다... 아무리 21살이라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보다 내 음악에 더욱 깊이가

있어야 하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은 어느정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엑스형만이 아닌 나를 뺀 저 사람들은 정말 훌륭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고...

나보다는 경험이 많다고 쳐도... 지금 내 나이때 나처럼 한심한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음악은 저렇게 발전할 수 있을지... 아무도 없다면

난 지금 뭐 하나 바닥에다 집어던지고 욕을 할거 같다... 그러고 싶은 걸 참고 있다...

 

그 때 친친누나가 내 뒤로 왔다...

-뭐해? 게임한다고 다 모이라는데...-

-아... 예...-

난 쑥스럽게 웃으며 누나에게 걸어갔다... 친친누나는 날 보더니...

-얼굴이... 많이 속상하구나...?-

-아... 그...-

진정시킬수 없는 이 표정을 누나에게 들켰다... 누나는 웃으면서...

나 한테 걸어왔다...

 

엑스와 용진러쉬도 다른곳에 단둘이 있었다... 엑스는

-너... 어떻게 그럴수있냐?-

-내가 뭘...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라는 법 있어?-

용진러쉬가 비웃듯이 말했다... 엑스는

-속셈이 뭐야? 너와 나만 알고 이러기로 했잖아... 서운하다며 이런식으로

  나오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말 하지마... 니가 나한테 이런식으로 뒷통수 치는데 어쩌라고?

  니가 다 책임져 준다고 해놓고선... 나한테 돌아온게 겨우 돈 몇푼이냐?

  나... 니가 시킨대로 그 자식 그렇게 만들어놓고 너한테 다 바치듯 그녀석

  아이템 넘겨줬어... 근데... 벌써 3년이 다되가는데... -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잖아...!! 이제 나도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그럼... 너도 내가 확실히 책임진다고 햇잖아!! 너 이런식으로 하다가

  또 그때처럼 이상한 소문내서 이번 동호회도 문닫게 하려고?-

엑스가 톤이 굵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진러쉬는

-이상한 소문? 말은 바로하지 그러냐? 그게 단지 소문은 아닐텐데...

  그 때 니가 나 뒷통수 치려해서 나도 별 수 없었던 거야...-

그 말에 엑스는 흠짓했다 다시 용진러쉬는 

-그리고 뭐라고? 책임...? 좋은 조건은 다 크리티아에게 줬으면서... 또 둘만

  아주 좋아지고... 내 몫까지 다 크리티아에게 준건지도 모르지... 내 다시 말하는데...

  너 이번 일에 또 나 재끼려하면 정말 가만 안있는다... 정신 차리고 있어라...-

용진러쉬가 강하게 반박했다... 멀찌감치 개째즈가 둘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랑 친친누나는 벤치에 앉았다... 같이 바다를 보았다...

-사람마다... 깨달을수 있는 시간은 빠르기도 하고... 느릴수도 있어...

  그것만으론... 아직 자신이 모자르다... 부족하다... 라고 할 수만은 없으니까...

  난... 글쎄... 갑자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배우러 다니고... 독학하고... 그게 솔직히 2년의 시간밖에 되진 않았어...

  너에겐 좀... 열받는 말일수도 있지만... 다행인지 인정도 많이 받아서

  돈도 꽤나 벌었다?-

난 아무말 없이 웃기만 했다... CF음악이나 방송로고음악은 보통 가요보다

안정적이다 라는걸 많이 들었었다 친친누나는 이어서

-아까 니 음악들을때... 너 혼자 고개숙이고 어쩔줄 몰라하는거 봤어...

  창피하겠지... 하지만... 넌 그래도 용기내서 사람들에게 니가 만든...

  니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보여준거야... 그걸로... 넌 음악을 하는 사람이야...

난 누나를 보았다... 친친누나의 친절한 미소... 참 보기 좋았다...

-역시 나도... 니 음악... 아쉬웠어... 들으면서... 이런 음원을 썼으면...

  좀 더 좋은 음질로 들었으면 하는... 하지만 좋았던 점은...

  그 안좋은 소리만으로 너 최선을 다해서 만들려고 하는 모습...

  멜로디도 참 좋고... 음대를 나와선지 단순해도 편곡이 기본적으로

  잘 맞는다는 점... 난 그게 맘에 잘 와닿던데...?-

-아.. 아녀... 그건...-

난 너무 화끈거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누나는...

-앞으로... 할 음악은 더 많으니까... 모르는거 있으면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누나도 많이 도와줄게... 너 보면...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 비슷해서

  많이 떠오른다 야...-

아... 난 왜 친친누나가 나에게 잘해주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뒤에서 락소녀 누나가...

-언니... 야 발란... 뭐해... 어서 모이라니까...-

-알았어... 자 가자...-

하며 난 누나랑 같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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