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열차-일상속 소소한 추억잠김-

무심한하늘 작성일 10.06.03 0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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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일찍 헬스장에 갔다.

 

노트북을 들고가서 열심히 싸이클을 탔다. 배틀스타 갈락티카를 보느라 조금 천천히 달리긴 했다. 창문 아래로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무척이나 가늘어진 그녀가 검은 벨벳 쟈켓, 하얀 블라우스, 주름이 많은 검은색 짧은 치마,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검은 양말과 검은 구두를 신고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든채 어떤 남자의 뒤를 따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오랜만이다아!" 소리쳤다. 나를 올려다 보았다. 피식 웃고 그냥 가던길 간다. 그녀가 아니다. 난 소리치지 않았다. 그냥 착각이었을뿐 다른 여자였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시계 초침가듯 정확하게 들리는듯 하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수수하지만 보이쉬한 느낌의 헤드폰을 착용한 여성이 앉아있다. 일부러 한칸 떨어져 앉았다. 다음 정류장이 되자 내 뒤로 와서 털썩 앉는다. '내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시크하게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본다. 내 어깨에 그녀의 왼손이 올라온다. "저기요." 목소리가 또렷하다. "사귀는 사람 있어요?" 이상하다 남자같다. "없는데요." "그럼 저랑 사귈래요?" 내 휴대폰을 내민다. 번호를 적었다. 남자라도 마음에 드니까 열렬히 사랑해주자. 속옷가게에 갔다. "AA사이즈 이쁜 브라와 팬티 추천해주세요." "애인 선물해드리나봐요. 근데 사이즈가 맞는게 별로 없을거 같아요." "상관 없어요. 이쁘면 되니까." 검은색과 붉은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없이 가벼운 속옷을 샀다. 입으면 약간 비칠듯 하다. "아. 그리고 남자친구 줄거에요." "네에?" 선물을 줬다. 너무 기뻐한다. 모텔에 가서 발을 씻긴다. 대야가 없어서 하얀 대리석 욕조에서 걸터앉게하고 씻겨준다. 발이 빨갛고 부드럽고 따뜻하다. 아무래도 씻기려면 내가 아래는 벗어야 할것 같다. 반바지가 없어서. 내릴때가 되었다. 뒷문으로 가보니 이미 그녀는 내리고 없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입에서 담배 냄세가 난다. 담배는 남았지만 그냥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누가 가져가서 피우겠지. 라이터는 건물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누가 가져가겠지.

 

집에 들어오니 몸에서 담배냄세가 난다.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얼굴, 목, 귀뒤, 손, 발을 씻는다. 이를 닦는다. 혓바늘이 세 개 돋아있다. 피가 나도록 문지른다. 아픔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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