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날 이후로 남은 사람이 별로 없는듯 하다. 세계 곳곳에서 터진 핵무기들에 의해 통신은 끊어졌다.
전세계는 침묵에 빠졌고 대도시들은 자연으로 돌아갔다. 먹을것이 없으면 사람을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깨끗하게 샤워하고, 깨끗한 속옷을 입고,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맛있는 밥을 먹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직 생존을 위해 버텨낸 오늘까지 난 과거를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 모든 일들을 떠올려 보려한다.
(아침은 언제나 6시에 시작한다. 알람이 울리고 어머니가 나를 깨우셨다.
아버지는 이미 일어나서 tv뉴스를 보고 계신다. 듣기싫은 뉴스들 뿐이다. 더러운 정치, 더러운 경제다.
이불을 털어 장롱에 넣는다. 아침밥의 냄새가 정말 좋다. 씻고 나면 밥이 나온다. 밥을 먹고 이를 닦는다.
가방을 챙겨나서면서 mp3p를 귀에 꽂고 하루를 시작한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
한여름도 아닌데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일과를 끝내고 울리지 않는 이동전화를 들여다본다. 오후 10시가 넘었다. 문자 한통 온것이 없다.
이동전화를 접어 넣는다. 집에 돌아와 씻는다. 아버지는 렙톱으로 뉴스를 보고 계신다.
알레르기때문에 사온 한달 40만원짜리 한약을 마신다. 가습기를 켜고 전자모기향을 꽂은 후 잠이 든다.)
"그것들이 오고 있어."
"오늘은 누굴 데려가는걸까?"
"누굴 데려가는지 궁금해 할 필요 없잖아? 어차피 우리 모두 곧 데려갈꺼야."
"이런 젠장할……."
"엔진 소리가 들려. 수송기가 왔나?"
"아냐. 사냥꾼이야."
"빌어먹을 양키새끼들."
"양키 욕하면 뭐하나. 다 허무하군. 제길."
"오우거에게 잡혀가면 바로 수송기행이지만 우린 뭐지?"
"저 고무냄새나는 녀석들 속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 앞으로 영원히 자겠지만 난 지금 자고싶어."
"젠장. 빌머먹을.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 되고 이제 몸도 만들고 연애도 하고 부모님 여행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고. ……. c8."
"닥쳐. 저쪽 녀석은 사시 합격했다고 하던데 넌 약과야. 여기 사연 없는 새끼 없으니까. 조용히 하란 말야."
"하. 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