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외전2

무심한하늘 작성일 10.06.03 0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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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tv뉴스와 라디오 뉴스에 전염성 질병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전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인간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광견병인지 영화에 나오는 좀비 바이러스인지 몰라도 우리는 우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보통의 우리와 달리 매우 빠르고 강하며 오감의 발달이 급속히 이루어졌다.

다만 지능이 낮은점이 우리의 패배를 막아주었다.

 

불안했던 정국은 민주주의에는 부적합했을지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딱 알맞았다.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곤봉과 방패가 날아들었고,

덕택에 초반 그들과의 전투에서는 일반 군인보다 전의경의 생존률이 높았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높은 담벼락에 기대어 버텼으며,

옥탑과 고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문을 닫아걸고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대중 교통은 마비되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했다.

화물연대 시위자들은 즉각 제자리로 돌아가서 옆자리엔 군인을 태우고 물류 운송을 도왔다.

우습게도 독재가 알맞은 시대가 온것이다.

 

문제는 북한이었다. 그들은 지하 벙커로 몰려들어가서 나타나지 않았다.

3천만이라는 잠재적 감염자들이 우리 머리위에 있는 셈이 되었다.

 

우리는 첨단산업을 버리고 농업을 다시 시작했다. 먹을것이 귀해지고 쇳조각이 귀해졌다.

발전소와 공장들은 요새화 되었고 일반 시민들은 국가의 통제에 따라 불평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할일에 몰두했다.

언뜻 보기에 평화롭지만 실은 숨막히도록 괴로운 시기가 되었다. 전염성 병원균 하나가 나라를 바꿔놓았다.

자유는 오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염병의 우려가 사라지고 병든자가 없어져도 전국에서 한달에 2~3명은 꼭 죽어나갔다.

전염병이 그들의 무기가 되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대로 그들만의 세상이 되버릴듯 했다. 무기도 없고 자유로운 집단 토론이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우린 전*이 아니라 기득권자에게 먹혀버린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자들을 부러워 하기 시작했다. 이유없는 수돗물, 전기의 통제.

식량은 배급제로 바뀌었고 풍족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자원들은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했다.

1인당 필기도구 한자루. 1인당 식기도구 하나. 1인당 반그릇의 밀가루와 반컵의 물. 모든 국민은 군인이 되어갔다.

시위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곤봉과 방패가 날아들었고 그들은 전염성 병원균에 오염된걸로 간주되어 소각처리 되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을까?"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느낄 수 있겠지."

"이 전염성 병원균이 완전히 사라지면?"

"만약 그날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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