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남겨진 사람들2

무심한하늘 작성일 10.06.26 01: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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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까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알고 있다는걸 마을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살기 위해서 식량과 무기와 주거지가 필요한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세가지 생각을 하면 한번은 움직여라.'

 

작은 둔덕위에서 마을을 지켜보던것을 그만두고 작게 파놓은 구덩이로 들어가서 몸을 눕힌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데에 매달리기 시작한것은?

세상이 박살나고 살아남은 생명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걸 알고난 후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여년이 지난 후 지도자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남은건 중간에서 지휘하던 몇몇 군인들과 부근에 살던 소수의 마을 주민들뿐.

먼지들이 가라앉고 식량이 떨어질즈음 결국 몇 남지 않은 4족보행 동물들은 번식을 통한 식량 증대라는 목표에서 멀어져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당황했다.

 

어렵게 어렵게 버텨나가던 삶이 지겨워질때쯤 남은 식량이 떨어졌고 며칠 뒤 자신의 허벅지를 먹고 있던 젊은 군인이 발견됬다. 인체는 식량이 없으면 절전모드로 들어간 노트북처럼 활동을 줄이고 잠을 자며 자신의 몸에 있는 단백질과 지방을 연소시키고 뼈에서 칼슘을 꺼내서 영양분을 뇌로 돌려 심장이 멎지 않도록, 숨이 멎지 않도록 애를 쓴다. 여기가지 견디는 인간은 모두 무덤에서 편히 잠들었지만 그 전에 정신이 나간 사람들 몇명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배고픔을 참아왔던 우리들 중 한명이 처음 다른 인간의 시체를 먹었다. 그리고 신체 변화가 멈추고 다시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100명도 안되던 우리는 순식간에 사실을 인지하고 암묵적인 동의 아래 생몇활동이 정지한 동료는 식량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다시 어느정도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무기와 적은 힘으로 우릴 찾아오는 반가운 여행자들을 선별했고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이나 살아남을 가망이 없는 약한 자들은 느리지만 참을성 있게 견뎌가며 우리와 한몸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몇년이 흐르고 나는 아이를 가졌고 우리는 다른식의 희망을 꿈꿔보았다.

 

그렇게 다시 근근히 버티던 세계가 말라 비틀어진 35년 후 물도 따라서 말라 버렸다. 100년은 버틸거라던 물은 빌어먹을 부실공사로 끊어져버렸다. 기술자도 없어졌고 남은것은 재활용 뿐이었다. 아이는 크지 못했고 '사육되던 동물'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라지 못하는 아이는 희망에서 식량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지고 있고 나는 몇 남지 않은 동료들과 같이 버티느라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인간으로 살아가던 우리 중 대부분이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도 데려가 버렸다.

남은 무기는 블랙잭과 군용대검, 가벼운 알루미늄 단창뿐.

 

다가오는 여행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항상 목이 마르다. 지쳐서 걷기도 힘들어지도 사지에 돌릴 힘도 없어서 벌벌 떨기 일수다. 살고싶다. 아직 죽고싶지 않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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