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력자 -1-

무심한하늘 작성일 10.12.19 20: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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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였다.

 

왕이 누구였는지는 모른다.

 

그저 떠올리기로 세상은 재밌는 곳이었다.

 

5살때였다. 내가 처음으로 다쳐서 피가 난것은.

 

그리고 까진 무릎이 다 나은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흉터조차 없었다면 믿기 힘들었겠지만 다른 부분보다 약간 하얀것이 분명 상처가 있던 자리다.

 

엄마 아빠는 매우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엄마는 아끼던 돼지 가죽을 꺼내어 동네 굿하는 아줌마에게 다녀왔다.

 

아줌마가 말하길 세상에 여러 이능력자가 있으나 나의 능력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라 하였다.

 

특히 나 자신에게.

 

아줌마가 엄마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하는듯 했다. 그리고 엄마는 날 방으로 데려가 꼭 껴안고는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다.

 

아빠는 밖에서 묵묵히 낫을 갈았다. 겨울도 멀었고 키우는 소도 없는데 낫을 갈다니 이상했다.

 

곧 아빠가 들어왔다. 엄마가 내 입에 엿을 넣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엿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엄마는 날 다시 꼭 껴안았고, 아빠는 내 목에 낫을 가져다 대었다.

 

아빠가 말했다. 다 아빠 잘못이라고 저승에 가서 모든 잘못을 빌겠다고 했다.

 

아빠가 낫을 휘둘렀고 엄마가 껴안던 손을 내밀어 낫을 막았다.

 

엄마 손에서 피가 낫다. 난 무서워서 엄마 손을 얼른 꼭 잡았다. 나도 모르게 잡은 엄마 손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손이 따끔했다. 내 손에서 피가 흐르고 엄마 손에 있던 상처는 없어졌다.

 

아빠는 너무 놀라서 엄마와 나를 번갈아 보았고 엄마는 손을 잼잼 하면서 나를 보았다.

 

내 손에 흐르던 피가 잠시 후 멎었다. 그리고 상처난 부분이 조금씩 아물다가 흉터로 살짝 남았다.

 

아빠가 밖으로 뛰어나갔고 엄마는 꺽꺽 거리는 숨소리만 내었다. 내가 웃으면서 엿 하나만 더 다라고 하자 엄마가 그러마 하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들어올때 아빠도 같이 들어왔다. 엿도 들고왔다. 아까의 무서운 기억은 잊고 다시 엿을 먹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빠랑 엄마가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난 밖에 나가서 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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