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합니다 - 3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11.01.24 10:37:19
댓글 2조회 789추천 1

  

(3)

그 날 남만왕의 가슴에 박힌 한 낭인의 검, 청룡대는 전쟁의 끝을 생각했다. 하지만 남만왕은 그 심각한 부상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이후 이어진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강해진 습격은 청룡대를 3년동안이나 괴롭혀왔다. 그런 남만왕이 위중하다는 소식에 제갈군의 '마지막 전투'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제갈, 근거는? 그 악귀가 위중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근거말이야. "

 

조용히 제갈군의 이야기를 듣던 '청룡대'대장 설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당 '악귀'(남만의 주술사이자 의사)들이 남만왕의 처소에 자주 드나든다는 정찰병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망할, 선수끼리 왜이래? 그 정도 근거로는 부족해."

 

"남만왕의 차남 우가 사람을 보내 저에게 거래를 요청했습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남만의 왕은 각과 우라는 두명의 아들을 두었습니다. 그 동안은 남만의 왕의 강력한 무를 바탕으로 한 철혈통치에 그들의 세력싸움이 미미하였으나..."

 

"아, 제갈 잠깐."

 

제갈군의 말을 끊고 설담은 기분이 상한듯 자신의 이마를 한손으로 꽈악 쥐더니 문지르며 말했다.

 

"제갈, 그 정도의 정보를 대장인 내게 보고도 하지 않았던거냐?"

 

설담의 말에 제갈군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보고 드리기위해 이 막사에 들어온적이 총 세번, 그 중 두번은 조장들과 도박판을 벌이시다 돈을 잃으시고는 제게 화풀이를 하며 저를 쫒아내셨습니다. 그떄 제게 한 폭언들은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번은 '그 서찰'을 받으시더니 우울하다며 저를 끌고가서는 강제로 술자리를 가지셨습니다. 물론 그떄도 저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으셨죠."

 

조장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설담을 쳐다보았고 막사에 찾아 든 정적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윽고 만향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작전판을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작전판이 퍽 소리와 함께 부서지면서 바닥을 뒹굴었고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조장들은 움찔하며 몸을 바로 세우고는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부동자세를 취했다. 설담은 천천히 제갈군 쪽으로 걸어가서 제갈군의 어깨를 잡고는 말했다.

 

"제갈군. 말은 바로해! 그떄 도박에선 져준거였어. 전투로 힘들어하는 부장들을 위해 내가, 이 설담이, 도박장에서 도신이라 불린 이 내가!! 져준거였어!!"

 

"......"

 

설담의 말에 막사안은 허탈감이 찾아 들었고 곧이어 그 느낌은 제갈군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졌다. 대체 저 인간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 것일까. 말을 잃은 제갈군과 조장들, 그 어색함 침묵 사이에서 현호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역시 설담 대장, 저는 그 도박판에서 대장이 봐주고 있다는것을 예상, 아니 확신했습니다."

 

현호의 말이 끝나자 조장들이 각기 현호를 거들기 시작했다.

 

"어쩐지 그때 설담 대장 얼굴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가득하시더라고."

 

"평소에도 우리 설담대장의 마음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같은 범인들이 대해와 같은 대장의 속을 어찌 알 수 있을까."

 

막사에서 연출되고있는 한편의 희극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제갈군은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에 설담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고는 말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제갈군은 자기도 모르게 등뒤는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연신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자신을 강하게 해주겠다는 이유로 5년동안 이어진 설담의 욕설과 이어지는 구타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 수록 흐려질 것이다. 잊혀진 기억이 있기에 인간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나 슬프지만 몸은 기억한다. 설담이 제갈군의 말에 만족한듯 뒤돌아 자리로 돌아갈때 제갈군은 어처구니없다 못해 화가 치민다는 표정으로 거칠게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런일이 자주 있었는지, 병사들이 새로운 작전판을 막사로 가지고 들어왔다. 설담은 다시 작전판을 바라보며 얼굴빛을 바꾸고는 제갈군에게 말했다.

 

"흐음, 결국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우가 우리와의 거래를 통해 남만의 왕이 되려한단말이지. 흐음 그래도 미심쩍어. 남만왕 같은 자가 집안 싸움을 예상 못했을까?"

 

"더구나 전쟁을 빠른시일내에 마무리 하라는 이렇게 황제의 칙령이 내려온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말야. 너무 공교롭지 않아?"

 

설담은 얼마전 내려온 황제의 칙령을 부장들에게 던졌다. 칙령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들의 노고를 치하하는것처럼 보였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전쟁을 5년동안이나 끝내지 못한 자신들을 책망하는 내용이었다. 필히 빠른시일내에 전쟁을 마무리 하라는 황제의 진언(眞言). 결국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의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우와의 만남은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를 만나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좋아. 일단 그렇게하지. 이번 기회는 패배든 승리든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기회인건 변하지 않아. 5년간의 전쟁으로 남만도 우리도 많이 지쳐있어. 특히나 상부에선 남만의 원정을 일찍 마무리 짓지 못할경우 원정을 실패로 마무리 짓고 숙청을 시작할거야. 그 피바람 속에서 원정의 치부가 고스란히 담긴 우리 '청룡대'의 안위는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빠른 시일내에 이 전쟁의 끝을 봐야만해."

지금은짝사랑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