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합니다 - 6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11.01.26 2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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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언제든 자신의 몸을 관통하여 내장을 짓이길 설담의 손을 느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목숨이 설담의 손끝에 달려있는 상황이었지만 설담의 질문에 우는 차마 답을 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다. 약속했다. 그녀와."

 

"역시, 그녀로군."

 

설담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손을 우의 등에서 뗀 후, 우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녀라면 분명 이 검공을 익힌 남자에 대해서 말했을 거야. 너도 알고 있겠지 이 검공."

 

그리고는 설담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만검출해. 만향의 기에 반응하여 주위 병사들의 검집에 묶여 있든 검들이 일제히 풀려났다. 풀려난 검들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만향의 주위로 몰려 들었다.

 

"만검출해."

 

설담의 움직임과 함께 살아있는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십 개의 검들을 바라보며 우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설담의 의도된 연출에 압도된 동시에 우의 머리속은 어지럽게 흡사 꿈을 더듬듯 과거의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남만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 여인의 아름다움에 반한 남만왕은 이미 열 명이 넘는 부인이 있었음에도 그녀를 욕심내었고, 그녀가 남만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 후 계속된 노골적인 남만왕의 구애, 그 여인은 계속되는 구애를 거절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남만왕은 맹수병들로 하여금 그녀의 몸을 힘으로 짓밟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온몸에 강철갑옷을 걸친 그녀의 호위무사에 의해 모두 제압당하고 남만의 왕은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게 된다.

 

“강해지고 싶어요.”

 

어느날, 우는 용기를 내어 그 여인에게 말했다. 그 여인은 그런 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슬픈 미소를 짓더니 은가창법을 가르쳐주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호위무사에게 그 무공을 전수 받았다. 호위무사의 창에서 펼쳐지는 고속의 은빛 창기(槍氣)에 매료당해서일까, 아니면 그때 그녀가 보여준 슬픈 미소에 매료당해서일까. 우는 매일 그녀를 찾았다. 우의 창 끝에 미세한 은빛기가 맺혔을 때, 너무 기뻐서 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달려 갔을때, 그녀는 우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는 말을 했다.

 

“몰래 떠나고 싶었는데. 그동안 즐거웠어. 이젠 헤어질 시간이야.”

 

우는 이별을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그녀에게 반했음을 깨달았다.

 

"떠난걸 알면. 아버지. 화 낼 거야. 죽일 수도 있어. 당신을."

 

우는 아버지 핑계를 대었다. 하지만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후훗. 난 떠나야해. 내가 떠나더라도 은가창법을 꾸준히 수련하도록 해. 강한 자만이...

 

"세상의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이어서 답했다.

 

"이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우는 더 강해 질 거야."

 

그녀는 미소와 함께 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는 행복의 막다른 길에 몰려 주체할 수 없는 절망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 막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강해지면. 당신을. 할 수 있나? 내 것으로."

 

우의 고백에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그리움.

 

"뭐? 후훗. 너와 같은 눈을 하고 내게 고백한 남자가 한명 더 있었지."

 

그녀는 아련한 눈빛을 하며 누군가를 추억하는 듯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그 슬픈 미소를 바라보며 우는 자신의 첫사랑이 끝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어디 있나? 왜 같이 있지 않지?"

 

"글쎄, 아마 나를 원망하면서 쫒고 있겠지. 하지만 난 그와 함께할 수 없어.”

 

어느새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져 눈물 자욱을 덧그리듯이 두 방울, 세 방울 바닥을 적셨다. 그녀의 눈물로 젖은 비애스러운 표정은 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매혹 시킬 만큼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달빛이 황금비처럼 내리던 날, 그렇게 우의 첫사랑이 끝났던 날,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를 원망했던 그 날, 그녀는 우를 남겨놓고 떠났다. 그 후 왜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분노하는 아버지에게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슬퍼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뒤 쫒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였군. 그녀가 말한. 그 남자. 그 망할 놈."

 

우는 자신의 첫사랑을 짓밟은 설담을 노려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남만에 아직 있나?”

 

설담은 조급함이 섞인 목소리로 재촉하며 우에게 물었다.

 

"그녀는 지금 남만에 없다. 떠났다 오래전에."

 

"어디로 간다고 했었지?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말을 안했나?"

 

"그녀는. 말했다. 네가 이곳에 찾아 올거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자신을 쫒지 말아달라고."

 

"젠장!!망할!!지랄!!!!"

 

설담은 그동안 마음속 깊이 지니고 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을 이 기회에 터뜨려버리려는 듯이 악을 질렀다. 설담 주위에 있던 검들이 설담의 분노와 함께 폭사되어 위로 솓구치더니 그의 주위에 하나둘씩 박히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검들 사이로 보이는 설담의 표정.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슬픔을 우는 읽을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이 있길 원했던 혹은 자신과 함께 했던 사람이 머나먼 곳으로 떠나 버렸을 때 터져 나오는 인간의 감정들. 외로움. 고독감. 실망감. 쓸쓸함. 허전함. 이 모든 감정들을 한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 말. 자신을 쫒지 말아달란 그 말. 나를 떠나던 그날에도, 그녀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도 항상 들어왔어."

 

아주 낮게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설담의 목소리는 슬픔 그 자체였다. 슬픔이란 감정은 쉽게 전이된다. 누군가의 눈물과 한숨. 이 모든 것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슬픔의 전이. 제갈군을 비롯한 청룡대는 까닭 모르게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가족들을 누군가는 사랑했던 연인들을 떠올렸다. 설담의 절실한 그리움이 담긴 목소리가 그들의 속에서 울림을 일으켰다.

 

"청룡대, 버림받은 인간들의 집합이군."

 

제갈군은 쓰게 웃으며 설담에게 다가갔다.

 

"대장, 일단 중요한건 남만원정을 마무리 짓는 겁니다."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설담에게 제갈군이 현실을 말했다. 제갈군의 말에 설담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걱정 하지 마. 그녀를 찾기 위해 청룡대를 떠나는 무책임한 일은 없을 테니.”

 

제갈군과 설담은 서로 마주보며 쓸쓸히 미소 지었다.

 

“우, 집안싸움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건 그 집안을 통째로 넘기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우린 이 기회로 남만을 무너뜨리고 전쟁을 끝낼 생각이다."

 

"솔직하군."

 

우는 너무나 솔직한 설담의 말을 듣고 씁쓸했다. 하지만 어쩔 수 가 없다. 약한 자는 주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룡대라는 승냥이를 집으로 끌어들인 이상, 자신은 더 강해져야만 했다. 우는 자신에게 항상 강조했던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강한 자 만이 세상의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좋아. 우, 세부사항은 우리 군사와 의논하도록 해. 머리를 쓰는 일은 군이 만한 녀석이 없으니까."

 

제갈군은 만향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설담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와 막사로 들어갔다. 그런 설담에게 조장 명원이 다가왔다.

 

“대장, 전 이런 날은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를 않아요.”

 

명원은 듬성듬성 자란 수염을 매만지면서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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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헝, 재미있으면 재미있다고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댓글좀 달아주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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