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 보다가 짜증이 나서 그냥 글이나 쓰러 왔습니다. 초반부터 기회를 못살려서 불안했는데
역시나..흠..
오늘은 짤막하게..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해드릴려고 합니다.
저희 집안은 원래 평양 근처 신천? 인가 어딘가 지금으로 치면 분당정도 되는 도시에서 살다가 6.25때
남쪽으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친할머니께서 어릴때 서울에 놀러가면(외가,친가 다 서울)
저번에도 이야기 했듯이 귀신이야기를 워낙 좋아했던 저라 할머니께서 여러가지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건 저희 증조할아버지 이야기십니다. 즉 할머니의 시아버지..이야기 입니다.
저희 증조부님께서는 그 지방에 유명한 한의사였습니다. 그만큼 돈도 많이 버셨지요.. 할아버지 말로는 식솔이
30명이 넘는다고 하셨으니..ㅋㅋ..만약 공산당이 집권 안했으면 저도 평양에서 부잣집 도련님으로 지금 살고있었을 지도..
ㅠ.ㅠ
여튼 이 증조부님이 저야 뵌적이 없지만 공산당이 집권하자 역시나 잘사는 사람들 부터 조지기 시작하니 저희 할아버지를
바로 서울로 내려보내셨는데 그리곤 한달뒤에 6.25가 터졌지요. 이야기 하다보니 집안내력 자랑질이네요..
그때 할아버지가 증조부님한테 같이 내려가자고 하셨지만 증조부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자신은 그래도 의사니 쓸모가 있어
공산당 애들이 어쩌진 않으 실거다..이러면서 외아들이셨던 저희 할아버지만 내려보내시고 식솔들 다 모아놓으시고 돈을
나눠주시면서 다 살길 찾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80년대에 이산가족 상봉할때 기회가 있었지만 증조부님은
이미 오래전 돌아가셔서 뵙지는 못했다고 하시고 친척들 이야기로는 예상대로 공산당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하진 않고
천수를 누리셨다고 합니다. 여튼 이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이야기가 짧으니 그냥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할머니가 시집오시고 1년쯤 지났을 때 일이라고 합니다. 건너마을에 출장진료를 가셨던 증조부님께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환자들을 보다보니 밤이 깊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보통때라면 그냥 그 마을 유지집에서 하룻밤 머무시다가 오시겠지만
그날은 왠지 모르게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셨다고 합니다. 기분이 묘하셔서 집으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뭐 첩첩산중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풀이 우거지고 가끔 야생동물도 나오는
곳이라 하인들이 말렸지만은 증조부님께서는 " 어허~~ 오늘은 기분이 영 이상하구나 빨리 더 어두워지기 전에 가자"
하고 말씀을 하셔서 하인 셋이랑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당시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한텐 농사물이나 그 지역 특산물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망아지에다가 달구지를 매달아서 많이 다니셨는데 그 날도 마찬가지로 앞에는 망아지 고삐를 잡고 끄는
하인 한명, 증조부님, 그리고 뒤에는 보디가드 겸 힘쓰는 하인 1명 총 3명이서 움직이셨다고 합니다.
산길을 따라 덜그덕 덜그덕..히이잉~~ 간간히 들리는 망아지 소리, 달구지 덜그덕 거리는 소리..그리고 하인들이 부르는
노래..할머니 이야기로는 노래를 크게 부르면 호랑이 들도 그냥 귀찮아서 왠만히 굶주리지 않으면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드물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대부분 사람보다는 망아지를 노리는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정도 왔을까요..
증조부님 사시는 마을이 보이는 중턱까지 왔을때 ~~ 헐~~ 그 어둠컴컴한 산길에 흐느끼는 여인네 울음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앞에 하인도..이게 무슨 소린가 하더니 바로 증조부님께.." 어르신..저 앞에 왠 처자가 울고 있습니다"
" 나도 들었다~~ 뭐하는 처자인지 알아보거라 " " 네~~"
하인이 겁을 잔뜩 먹고..뭐 그당시에는 과학이 거의 없던 시절로 미신, 구미호등이 판치던 때라... 앞으로 가서 " 거기 누구요?"
라고 묻자 흰소복을 입고 머리를 늘어뜨린 처자가 울음을 뚝 그치고..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답니다.
하인이 와서.." 어르신 저 처자는 반댓마을에 사는데 약초캐러 왔다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너무 무서워서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요"
저희 증조부님은 그말을 듣고 속으로..웃기고 있네..라고 혀를 차셨지만 할아버지도 정신차리지 않으면 홀리겠구나 싶어서..
" 그래..그럼 우선 우리마을까지 데려다 주자꾸나. 데리고 오너라.." 그리곤 뒤에 있는 하인보고 동앗줄을 준비하라고 시키셨다고 합니다.
자..하인에 이끌려 온 소복을 입은 처자..증조부님이 딱 보자..아..이건 구미호구나..ㅈㅅ...ㅡ.ㅡ; 그렇게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럼 그걸 알아보는 방법은? 참 영리하신 그당시 어르신들.. 말그대로 여우이다 보니 사람처럼 말을 탈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당나귀에 태우려고 하니 계속 미끄러 지더랍니다..미끄덩..쿵..미끄덩..그 와중에 당나귀는 구미호인걸 눈치 챘는지 계속 난리부르스 치고 있고..
그때 하인들은 아차~~ 이거 사람이 아니구나 알았다고 합니다.
증조부님이..짐짓 모른척.." 어허~~ 이 처자 당나귀 태우기가 어렵구먼 안되겠네. 그냥 수레에 타시게나..그리고 수레가 많이 흔들리니
떨어지지 않게 수레랑 꽉 묶어 드려라.." " 예~이~~"
그 순간 사람모습을 한 구미호는 움찔거리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양옆에 하인이 달려들어 포박하고 수레에 묶어버렸다고 합니다.
묶자 마자 " 끼잉~~끼잉~~ " 사람의 소리가 아닌 여우의 울음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습니다.
증조부님 께서는 껄껄껄~~ 웃으시고 " 네 이 요물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홀렸느냐~~ 넌 이제 끝이다"
하인들도 낄낄 거리면서 구미호를 묶은 수레위에 천을 덮고 다시 줄을 둘러서 무슨 짐차에 짐을 싣듯이 꽁꽁 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심이 되었는지 다시 흥얼거리며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수레에선 계속적으로 끼이잉~~끼잉 여우 울음소리가 났었지만
곧 하인이 몽둥이를 갈기자 .." 캥~~" 소리와 함께 잠잠~~~증조부님도 그때 흠..구미호를 잡는게 생각보단 쉽구먼..이러면서 안심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흘렀을까요..조금만 가면 산아래 마을이 보일 정도로 집에 가까이 오셨는데 그때 여러분 귀신불?이라고 아시지요? 옛날 만화나 이런거 보면
횃불모양으로 공중에 붕붕 떠있는 거말이죠.. 귀신불 2개가 일행을 떡 막히 막고 섰더랍니다. 이게 사람의 모습이 아니니 증조부님도 순간
긴장을 하셨는데..그 밑에 하인은 그냥 멍하니 귀신불만 처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 얘 말복아~~ 뭐하냐 그냥 빨리 가자꾸나.."
".............."
주인이 말하는데 그냥 아무런 대꾸도 없이 망아지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더랍니다. ' 이놈 보게? ' 의아해 하는데..
등골이 서늘.. 뒤를 돌아보니 뒤에 따라오던 하인이 수레에 묶인 줄을 끊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 네~~ 이놈 무슨 짓이냐? " 소리를 버럭 지르자 하인이 " 엇~~ 지금 내가 무슨짓을..죄송합니다요 나리~~어..이상하네.."
" 네 이놈들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빨리 가자꾸나..말복아.."
"..............."
흠..이때 증조부님은 뒤에 하인이 또 귀신에 홀려 이상한 짓 할까봐 계속 후방쪽을 주시하면서 가고 계시는데..얼마쯤 지났을까요..
이제쯤이면 다왔을 터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상하게 오르막을 올라간다는 느낌이 드시더랍니다.
이상하다 싶어 앞쪽을 보니 분명 마을은 바로 밑에 보이는데 이 말복이라는 하인이 길을 잘못들었는지 옆 샛길로 빠져서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더랍니다.. " 네~~이놈~~" 소리를 지르는 순간 갑자기 망아지가 끼이이이~~힝 울면서 내달리기 시작 하더랍니다..
증조부님은 땅에 떨어질뻔 했지만 순간 망아지에 바짝 붙어서 다행히 낙마 사고는 면하셨지만 이 망아지가 오르막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니
말복이는 그냥 멍하니 서있기만 하고 뒤에 하인은 주인님~~하고 부르는데 쫒아 오지를 못하더랍니다.
그대로 내달리기 얼마쯤 지났을까 망아지가 지쳤는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고 뒤에 묶여있던 수레는 용케 버텼지만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게 조만간 바퀴가 빠질듯한 생각이 드시더랍니다. 이어서 뒤따라오던 하인 및 멍하니 있던 말복이가 필사적으로 뛰어 오고 있었고..
망아지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고 합니다..휴~~ 증조부님께서 한숨을 돌리고 달려온 하인들에게 부축 받으시고 망아지에서 내려
자리에 주저 않으니..헐~~ 기가막히게도 그 망아지가 증조부님을 이끌고 온것은 산 중턱 심한 비탈길. 낭떠러지까지는 아니지만
떨어지면 그대로 낙사하는 그 정도의 비탈길 앞이었다고 합니다..
하인들은 어쩔줄을 모르고..말복이는 망아지 고삐잡고 후진시키고..냉철한 증조부님은 밤의 바람을 쐬시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 아..이거 자기 새끼 구하러 온건가? ' 라는 생각이 드시더랍니다. 그리곤 더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뒷하인보고 몽둥이찜질을 더
하라고 시켰습니다. 퍽~~퍽~~ 한 5분넘게 때리고나서야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자..~~
지친 몸을 이끄시고 터덜터덜..산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집에 들어서자 저희 할머니,할아비저 부터 시작 온 식솔이 땀으로 망신창이가 된 증조부님을 뫼셨고..
증조부님이 대청마루에 앉은 다음.." 내~~ 산을 넘어오다 구미호를 잡아왔다네..껄껄껄..그래서 좀 늦었지.. 수레뒤를 살펴보거라."
하인이 꽁꽁묶인 밧줄을 칼로 잘라버리고 희안한 구경거리에 30명이나 되는 식솔들이 우루루 수레 주위로 모여서 숨죽여 보는데..
얼레? 구미호는 보이지 않고 왠 피묻은 싸릿자루만 수레에 묶여있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신 증조부님은.."흠~~ 그래도 성치는 못했을 것이다.. 잡자마자 두들겨 팼으니 아마 사람 홀리는 일은 더이상 못할 것이야."
라면서 껄껄 웃으셨다고 합니다.
뭐 여기까지가 저희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약간의 살을 덧붙이긴 했지만 큰틀은 똑같습니다.
ㅎㅎ
ㅈㅅ
다음번엔 제가 겪은 일을..올리도록 하겠습니다..롯데..결국 졌네요..아오..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