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끌려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오늘 드디어 보았습니다!!
전 새벽의 저주나 우주전쟁처럼 다짜고짜 들이닥친 괴수(?)와 한바탕 싸우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의미심장한 영화더군요. 전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끝맛이 찜찜하긴 하지만...
특히 마지막에 흐르는 그 요상한 음악, 마치 최후의 날을 관조하는 듯한 음울한 음악, 그 음악이 쌩뚱맞다는....
아무튼, 어쩌면 에이~그런 얘기 누군 못하냐! 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맛깔스럽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에서 그 기독교도 아닌 혼자만의 변질된 기독교라고 해야하나 하나님을 맹신하는 살짝 맛이 간 여자의 대사와
사람들을 선동하는 부분이었어요. 그 장면들을 보면서 어찌나 가슴을 졸였는지. 특히 그 여자가 아들을 제물로서 데려오라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부분에선 소름이 돋더군요. 아, 내가 저 아들의 엄마라면 기분이 어떨까. 그 안경 쓴 아저씨가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내 아들을 제물로 뺏겨버렸을 상황인데. 제가 가슴을 졸였던 건 상황이 너무나도
리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분명히!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만약 저 공간안에 불교, 이슬람교, 천주교, 토속신앙 등등 온갖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면 가장 무참한 종교전쟁이 일어났겠구나 라는...
종교든 정치 사상이든 자신과 '다른' 믿음(종교적 믿음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극단적 상황에서는 엄청난 '살의'가 된다는 것이 어쩐지 무섭더군요. 최고의 공포가 아닐까 합니다.
티비에서 귀신이 나오는 것보다, 좀비가 내 얼굴 위에 역겨운 분비물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훨씬 두려운...
이 영화는 나름대로 식상함을 피하고자 한 건지 마지막에 비극(전 비극이라고 할게요~)을 만들었는데
그것마저도 또 리얼해서 슬프기보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안개는 뭐고 괴물은 뭐고 군인들의 실험은 뭐였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더군요.
그건 단지 랜덤으로 집어 낸 설정일 뿐.
이런 영화의 단점은 보고 나서 괜스레 찜찜하다는 것인데 이 단점을 확실히 커버해주는 장점은 바로
네버네버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운이 길다보니.
사일런트 힐을 보고 나서도 뭔가 찜찜했는데 에잇, 차라리 새벽의 저주처럼 시원시원한 공포물이면 좋았을 것을.
날도 추운데 영화까지 이런 걸 보고 나니 초큼 우울해졌습니다.
지하철 따뜻한 의자 덕에 곰방 괜찮아지긴 했지만...=_=
결론은 토론을 좋아하는 친구와 보든가 혼자 보든가 되도록이면 연인과는 안 보심이 어떨지...
이 영화에서 맛이 간 여자가 믿는 종교가 기독교라고 할 순 없지만 성경 얘기도 나오고 하는 걸 보면 기독교 계열(?)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독교 쪽 종교를 가지신 분이면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이든 그릇된 믿음을 가진 사람은 극중 ㅁ ㅣ친 여자처럼 사람들을 선동해서
제물을 바치니 어쩌니 개소리를 할테니 너무 노여워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 저는 무교입니다. ㅎㅎ
미스트...정말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갑갑한 영화였습니다. 그렇다고 별로란 소린 아니구요.
100점 만점에 95점정도?
그럼 모두들 추위 조심하시고 전 금요일에 태안에 기름 닦으러 갑니다.
태안 주민 여러분 힘내시고 여러분도 함께해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