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진일보
이 말은 선불교 용어로서,
긴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플래쉬라는 영화는 다분히
동양의 선(zen) 스러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하나씩 알아가는 건 쉽습니다.
차근차근 과정을 알아 가는 건 쉽죠.
(머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ㅎㅎ)
그러나,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때,
바로 그 순간,
백척 높이의 장대 위에서
허공에 발을 뻗을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가지는 일은 어떨까요?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 마지막에 이르서는,
스승과
자기자신과
곡과
음악, 드럼마저
뛰어넘어버린 신들린 드럼 연주로 온몸에 전율을
일으켜 주더군요.
그런 깨달음에 이르기에 도움을 준 건
다름아닌 스승이고,
스승은 스승으로 머무르지 않고,
제자에게 실컷 욕처먹을 준비가 되어있는
진정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임제선사는 깨달음에 대해 묻는
스승의 대가리를 후려쳤답니다.
이런 게 바로 선(zen)이고 바로 깨달음이겠죠 ..
한편, 제 스승은 예수고 부처고 니체고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이지만,
전부 죽었으니 영화속 주인공 친구가 부럽기만 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