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번역] 스카이 크롤러 -제1화 "카울링"- 3

jjunius 작성일 08.04.10 20: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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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당히 가까웠다. 상대의 기속은 충분하다. 최초의 일격은 피할
수밖에 없다.
 토키노기가 오른쪽으로 선회했으므로, 나는 왼쪽으로 다이브식으
로 피했다. 풀 스로틀로 호수면을 스치듯이 날면서, 근처에 도망칠
곳을 찾았다. 안이하게 상승해서 기속을 잃었다간 끝장이다.
 후방을 몇번이고 돌아본다.
 적기는 뭘까.
 아직, 발포해오지 않는다. 위에서 올 생각인 걸까?
 비가 조금 강해졌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럭키다.
 기체는 엔진의 진동으로 미동하고 있었지만, 현재로서 이상은 없
다. 유압과 연료 미터를 순서대로 체크. 보조탱크를 떼어낼 준비를
한다.
 한 번 더 뒤를 봤다. 아직 가까이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심호흡.
 음악을 끈다.
 "자아, 갈까" 나는 중얼거린다.
 어깨의 힘을 빼고,
 허리를 조금 들고,
 시트에 똑바로 고쳐 앉는다.
 천천히,
 무릎을 움직인다.
 그 동안에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전방, 수면에서 고기가 뛰어오른다. 아니, 그런게 아니다, 상
대가 기총을 발사한 것이다. 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역시, 위쪽
에서 왔다.
 보조탱크를 분리하고, 그 반동으로 타이밍을 맞춰, 나는 조종간을
당겼다.
 롤을 하면서 상승. 키는 끊지 않았다. 토크를 맞춰, 기체를 회전
시킨다. 이렇게 하면 사각은 없다. 상대의 위치가 확인되었다.
 유감이지만, 두 대다.
 발포해왔다.
 돌입해온다.
 먼저 올 상대쪽으로 기수를 돌리고, 투영면적을 작게 한다.
 하지만, 이미 발사할 거리가 아니었다.
 한 대가 엇갈린다.
 이어서, 또 한 대 온다.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결국, 변변한 공격은 받지 않았다.
 수평인채로 스핀에 들어간다.
 한 대는 밑으로 너무 가서, 턴하려했다. 이러한 한 순간의 브레이
크미스가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또 1기는 잽싸게 상승하여, 이미
제2파의 자세를 갖추려하고 있다. 이쪽이 실력이 좋다. 기체는, 둘
다 쌍발 레인보우란 걸 확인. 저공에서의 기속은 상대편이 위다.
유리한 건 선회성능. 하지만, 기속과 선회성능이라고 하면, 바나나
껍질과 알맹이 같은 관계로, 말하자면 벗겨버리면, 알맹이만 있으
면 충분.
 자아, 왔다.
 다른 한 대는, 밑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틈에 도망치면 살아
날 것을.
 좌반전.
 보기드물게 피리처럼 바람이 운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발포해왔다.
 스로틀을 끊고, 엘리베이터를 한껏 당긴다. 이를 악물고 가속도에
견디며, 수를 셋 세고서, 엔진출력을 올린다. 기체는 위를 향한 상
태로 한 번 실속하여, 후진하듯이 반전한다. 이걸 할 수 있는 녀석
은 좀처럼 없고, 여기 견디는 기체도 적다.
 호전적인 내 오른손이, 기총의 록을 풀고있었다.
 "쏴도 되겠어?" 하고 묻고있다.
 오른발을 힘껏 디뎌, 러더를 끊었다. 기체는 비스즘하게 슬라이드
하면서 떨어져간다. 거기서, 계산대로 위에서 온 상대와 엇갈린다.
 상대는 플랩을 내리고 있다. 브레이크를 걸려는 것이겠지만, 조금
스피드가 너무 빠르단말야, 하는 어드바이스를 텔레파시로 보내면
서, 반대쪽인 왼쪽을 보고, 밑의 또 한 대를 확인하면서, 나는 숨
을 멈춘다.
 "쏴도 좋아"
 오른 손이 쏜다.
 엔롤 좌, 플랩 다운, 엘리베이터 업.
 왼쪽으로 이탈.
 이 틈에 급상승. 고도를 얻는다.
 맞았을 터인데, 상대는 날고있었다. 데미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조금은 겁먹어준다면 좋겠는데. 금방 그쪽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둔탱이 한 대가 선회하면서, 상승해온다. 어쩌면, 무서워하고 있
는 것일까? 그럴리가하고 생각하지만.
 이쪽도 더욱 상승.
 구름속으로 도망칠까? 아니, 그건 조금 힘들어. 닿지 않을 테지.
게다가, 그런 안전책은 필요도 없다.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고선,
반전하는 방침으로 결정.
 미터를 체크. 엔진은 쾌조.
 돌아보고, 필사적으로 뒤에 따라붙으려는 상대를 확인. 일부러 진
폭을 조정해서 뒤에 따라오게 해준다. 다른 한 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 쪽이다. 위에서 오지 않는 것은, 뭔가 데미지가
있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4초면 상대는 쏜다.
 일, 이, 삼.
 오른쪽으로 반전.
 동시에 러더도 최대한 끈었다.
 스냅 롤.
 눈 앞에 일순 상대가 온다.
 오른손이 짧게 쐈다.
 왼손이 스로틀 다운.
 양다리로 러더를 반전.
 토크로 뿌리치고 스톨.
 그제야, 또 한 대가 왔다.
 그래, 그리 나오셔야지, 진짜배기니까.
 오른쪽으로 반전. 기수를 밑으로 향했다.
 돌아본다.
 둔탱이 한 대는, 어디로?
 나는 아직 돌면서 떨어지고 있다.
 이 사이에 사방을 바라보았다. 멀리까지 보았지만, 토키노기는 보
이지 않는다. 댐에서의 거리도 파악했다. 아래쪽에서, 한 대를 발
견했다. 뭘 하고 있는 걸까?
 기체가 삐걱인다.
 검은 연기가 단 한순간 스쳐지난다.
 누구의 연기일까. 내것은 아니다.
 왼쪽날개를 내려서 정상적인 선회에 들어간다.
 겨우 호흡을 할 수 있다.
 상대를 두 대 모두 확인. 검은 연기는 어느쪽 기체인가?
 스로틀 업.
 엘리베이터를 당긴다.
 "자아 그럼..."
 크게 숨을 삼킨다.
 그리고 멈춘다.
 왼쪽으로 반전.
 상승해오는 상대의 전방으로 나선다. 금방 오른쪽으로 반전.
 발포해왔다.
 다운.
 롤.
 풀 플랩으로 작게 루프.
 상대의 움직임에 명백하게 날카로움이 없다. 분명, 어딘가 데미지
가 있었던 것이다. 최초에 내가 쐈을때다.
 이미 승부는 나 있었다.
 밑에서 상대의 배를 본다.
 파이어.
 오른쪽 선회로 이탈.
 불을 뿜고있는 상대를 확인.
 또 한 대 둔한 쪽을 찾는다.
 만일을 위해 위를 본다. 뒤이어 배면이 되어, 밑을 찾는다.
 검은 연기를 끌고서, 호수면 아슬아슬하게 날고 있었다. 이쪽도
아까 쏜 것이 맞았던 모양이다. 결국, 양쪽 모두 최초에 승부가 결
정나 있었다. 일단, 주변을 둘러본다. 그밖에는 아무도 없다.
 엘리베이터를 당겨, 그대로 급강하.
 도중에, 불을 뿜고있는 쪽 한 대가 호수면에 떨어지는 것이 보였
다. 탈출은 없었던 모양이다.
 가엾게도, 하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마, 나는 그렇게는 생각
하고 있지 않다. 마치 케이크위에 쓰여진 초콜릿 글자만큼도, 생각
하고 있지 않은 말이다.
 사람이 타고 있건, 타고 있지 않건, 떨어져가는 것은 비행기이지,
그 비행기의 내장까지 생각할 여유따위 없다.
 검은 연기를 계속 토하고 있는 기체에 후방으로 접근했다. 기속이
떨어져서, 절호의 표적이었다. 당장 따라잡고 만다.
 오른손이 쏘려고 했을 때, 상대는 오른쪽 날개를 내려, 호면에 접
촉했다. 물보라가 튀고, 부메랑처럼 기체가 회전했다.
 가까이에서 선회하여, 그것을 확인. 최후는 기수를 수면하에 가라
앉히고 멈췄다. 언제까지 떠 있을까. 콕핏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척은 없다. 캐노피는 이미 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
 그 자리를 벗어나, 댐 방향으로 향했다. 기수를 올려 완만하게 고
도를 높인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구나"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아마도, 오른
손이 말했을 것이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다.
 나는 고글을 한 번 벗어, 왼손으로 눈을 닦았다.
 연료, 유압, 유온을 체크. 그리고, 일단, 각 키를 가볍게 흔들어
확인했다. 기체에 이상은 없다. 뒤에서 신음하는 엔진도 여전히 쾌
조였다. 숨잇기의 개선은 훌륭했다, 고 정비사인 그에게 말해줘야
지, 하고 생각한다. 좋은 기체를 할당받은 게 기뻤고, 모든 것이
기분이 좋다.
 정찰장소인 공장의 위를 날아, 댐 하류측으로 나온다.
 토키노기도 적기도 보이지 않았다. 비때문에 시계가 상당히 나쁘
다.
 최초에 여기서 급상승한 것은, 어쩌면, 토키노가 나를 시험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숨잇기의 특성을 확인시킨 것일까. 그보다,
이 기선은 토키노기에도 적용되어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건, 그 때, 타이밍을 알아두길 다행이다. 그 직후에 적이
나타났으니까. 스로틀을 신경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던 점은 매
우 크다. 기체가 십킬로 가벼워진 거나 마찬가지다.
 이젠 돌아갈 때였다. 전방에서는 적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구름 위로 나가려고 했다.
 "어이, 무사해?" 토키노의 목소리가 이어폰에서 들려왔다.
 "여기 있어" 나는 대답한다.
 "어디야?"
 "목표에서 이탈,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곧, 포인트 2에 접
촉"
 "라져, 위에서 기다리지"
 토키노도 무사했던 모양이다. 앞에 있는 것 같다.
 잠시 구름위에서 똑바로 남쪽으로 향한다. 몇 분만에 토키노기를
발견했다.
 "먹었나?" 토키노가 묻는다.
 "아니, 전혀" 나는 대답한다.
 "몇 대 처리했어?"
 "두 대"
 토키노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세 대중에서 가장 능숙한 녀석이 혼자서 그쪽으로 향했을
테니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녀석은 좋다. 어쩌면 좋은 녀석일지도
몰라, 하고 나는 동료에 대해 평가했다.
 연료를 삼십퍼센트 이상 남기고 기지에 착륙한 것은, 십오시사십
사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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