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번역] 스카이 크롤러 -제1화 "카울링"- 4

jjunius 작성일 08.04.10 2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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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쿠사나기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포스트에 편지를 던져
넣는 우체국직원처럼, 잘 되건, 잘 되지 않건, 이런 것은 일상이다
라고 말하는 느낌의 태연한 표정이었다. 분명, 그 대로인 것이겠지
. 전에 있던 곳보다도, 이쪽이 전선이니까. 싱글싱글 웃으며 기분
나쁘게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쿠사나기의 데스크의 앞에 토키노와 둘이서 나란히 앉아, 간단히
상황을 보고했다.
 "그, 댐을 폭격할 생각일까?" 토키노가 물었다. 그러한 질문은 본
래 금지되어있다.
 "아니" 쿠사나기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어찌된 노릇인지, 그녀는 마지막까지 내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새로운 비행기 상태는 어떤가, 라든가, 뭔가 바라는 건, 이라든가
사교사령으로 뭔가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없음. 다소 김이 빠져버
렸지만, 생각해보면, 이 쪽이 나도 기쁘다. 어쩐지, 괜히 준비하고
있다가 손해봤단 느낌이다.
 샤워를 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더니, 토키노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
다. 그는 아직 옷도 갈아입고있지 않았다. 바로 좀전까지, 엔진소
리가 들려왔으니, 누군가가 비행을 나간 뒤란 건 알았다. 파일럿은
네 명이라고 하니까, 우리들 이외의 두 명이 날고 있는 거겠지. 날
이 저물기 시작한다. 야간의 일은 마음이 무겁지만, 수당은 그만큼
높고, 적과 조우할 확률도 낮으니까, 벌이는 좋다고 생각하는 녀석
도 많다.
 나는 원래부터 그렇게 마시는 편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알콜
에는 약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새로운 배속처에서, 첫날 첫 일
로 세 대를 격추, 그것도 자기 기체로 두 대, 게다가, 동료는 이미
마시면서 기다리고있다..., 그런 상황하에서, 마시지 않다니, 북극
탐험대의 소리(?)에 묶인 짐만큼이나 생각이 모자란다, 는 말을 들]
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알콜의 맛이 싫다, 는 것은 아니
다. 취하는 것도 좋아하고, 게다가, 여러가지 일을 잊는다든가 하
는게, 나에게는 필요하니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시간을 알콜
로 만들어내는 행위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열대어 수조의 거품과도 같은 것이다. 보글보글하고, 단지 떠올라
서는 사라져간다. 기분좋게 살아가기 위해서, 융통성있는 방식이라
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은 명백하고, 게다가 아무리 거품이 보글보글해봤자, 결
국, 큰 차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 마시는 녀석은 예외없이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잔을 한 손에 들고, 토키노의 테
이블까지 다가갔다.
 "가까이서 마셔도 상관없나?" 나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
 "이미 충분히 가까워" 토키노는 입을 싱긋한다.
 "사거리내?"
 "냉장고녀석, 조금 약하지 않아?"
 빈 맥주병이 세 개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취해있는 징
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잔에 맥주를 따라서, 그것을 단숨에 반정도 마셨다.
 "아니, 제대로 차가운데" 나는, 그 병의 내용물을 그의 잔에 따른
다.
 "그런가..., 듬직한 파트너라서, 다행이야" 토키노가 조용히 말했
다. "어떻게 두 대나 떨어뜨렸지? 나같으면 뿌리치고 도망칠텐데"
 "칭찬?"
 "어이..." 그는 한쪽 눈을 깜빡인다.
 "그쪽도 빨랐잫아"
 "우연이야. 상대가 초보자였을 뿐이야"
 "겸손?"
 "그래..." 토키노는 끄덕인다. "겸손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이쪽도 마찬가지. 두 대 모두 비기너였다" 나는 맥주를 들이붓고
, 한숨을 쉰다. "프로였다면, 지금쯤, 헤엄치고 있겠지"
 "헤엄칠 수 있나?"
 "아니, 헤엄친 적은 없어" 나는 웃었다. "물은 싫어. 얼어붙은 녀
석도 좋아하지 않아"
 "냉장고도 싫은가?"
 "으~응" 나는 냉장고를 돌아본다. "그녀는, 뭐 그럭저럭일까"
 "흰 피부에, 글래머지"
 "맥주, 좀 더 가져올까"
 "그래그래, 물은 발효된 녀석이 가장 좋지" 그리 말하고, 토키노
는 맥주를 잔에 따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텅 빈 병이었다
. "쳇" 그는 혀를 차고 일어서서, 냉장고로 간다. 내 이야기를 들
은 것일까.
 "전에는, 어디 있었나?" 토키노가 냉장고를 열면서, 나를 보았다.
 "글쎄..." 나는 미소짓는다. "어머니 배속일까나"
 토키노는 더욱 입을 싱긋하고, 일단 천정을 보았다. 조크를 이해
해 주어서 영광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초심자용의 조크니까 당
연하다.
 "오늘밤은, 이게 마지막이다" 그는 맥주병을 가지고 돌아온다.
 "난 이제 됐어"
 "사양하는 건가?"
 "사양? 그리운 단어로군"
 토키노는, 나보다도 머리털이 길다. 몸도 훨씬 크고, 울퉁불퉁하
다.
어쩐지, 해골같다, 고 나는 생각했다.
 "쏘고있는 순간은, 기분 좋은가?" 잔에 일단 입을 대면서, 토키노
는 물었다.
 "어째서?"
 "자신이 쏜 탄이, 상대에게 빨려드는 것 같은 기분 들지 않나?"
 "아니" 나는 대답한다. 천정을 보고있었다. "쏘고있을 때는, 나는
상대를 보고있지 않아"
 "보고있지 않아?" 토키노는 눈썹을 꿈쩍 했다.
 "시간낭비니까" 잔에 남은 맥주를 나는 마셨다.
 "기도라도 하고있는 건가?"
 "아니..., 다음 적을 찾고있지. 탄도를 보고 있을 시간이 있다면,
뒤를 보고있는 쪽이 나아. 그 쪽이 득이다"
 "흐응, 그런 건가..." 그는 끄덕인다. "그건 좋구만. 분명히 그래
. 다음번엔 견학하지. 하지만, 학교에선 그런 식으로는 배우지 않
았겠지. 계속 적을 노려보고 있어라, 하고 배웠지? 그러한 사소한
개념이 승패를 가른다, 같은 거 쓰여있지 않았나, 매뉴얼에"
 그런 정신론이 쓰여져 있을 리가 없다.
 "맞지 않아도 좋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상대가 쏴오지만 않는
다면, 상관 없어"
 "의미를 모를 소릴 하는군"
 "그럴까..."
 이 일을 계속해와서 몸이 자연히 기억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중 하나였다. 쏘려
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다음 목표를 보는 쪽이 좋다, 라는 것이다
. 말로 하면 실로 간단. 즉, 지금부터 탄을 때려넣을 상대를 보고
있을 시간은 완전한 낭비인 것이다. 그 틈이 위험하기조차 하다.
이걸 깨닫고 나서, 나는 매우 편해졌다. 공중전을 하고 있을 때,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모든것이 스무드하
게 흐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곤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 내가 만든 오의라고 해도 좋겠지만, 누구에게 말해도, 대개는
사실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오늘밤, 외출할 생각 없나?" 토키노는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달
리 아무도 없는데도,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
이는 것이었다.
 "어디로?" 나는 묻는다. 물론 대강 짐작은 간다.
 "일단, 안내하는게 말야..." 토키노는 거기서 말을 끊는다.
 "뭐?"
 "즉, 내 역할일까하고"
 "어젯밤의 거기서?" 나는 묻는다.
 "아니..." 토키노는 고개를 한 번 저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잠
깐동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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