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야콥 베켄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의 엔트로피(무질서도)가 부피에 비례하지 않고 사건지평선의 면적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학계를 놀라게 했다. 블랙홀의 반지름이 두 배로 커지면 부피는 8(2^3)배로 커지고 면적은 4(2^2)배로 증가한다...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공간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가 최대인 공간을 찾고 있으며 바로 그것이 블랙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어진 영역의 최대 엔트로피가 그 영역의 부피가 아닌 면적에 비례한다면, 무질서도의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자유도는 영역의 내부가 아닌 표면에 존재하게 된다. 만일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물리적 과정들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표면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며,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이 과정이 투영된 영상에 불과하다. 즉,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홀로그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서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홀로그램이란, 에칭이 새겨진 2차원의 평면 플라스틱 조각에 레이저를 적절한 방향으로 투사하여 공간에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1990년대 초에 네덜란드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헤라르뒤스 토프트와 끈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레너드 서스킨드는 우주가 홀로그램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하여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홀로그램우주는 이 보다 훨씬 이전에 데이비드 봄과 칼 프리브램이라는 물리학자들에 의해 이미 제기된 우주론인데,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1990년대에 와서야 헤라르뒤스 토프트 등에 의해 물리학의 본류, 즉 제도권내에 들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3차원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상사들이 '정말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아니라, 아주 먼 곳에 있는 2차원 평면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투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홀로그램우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봄은 여기서 말하는 2차원 평면을 "감추어진 질서"로 표현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일종의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인 셈이다.
공간상의 한 지역에 저장될 수 있는 엔트로피의 최대값은 부피가 아닌 표면적에 의해 좌우된다...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우주의 내부는 우주의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된다.
1997년에 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는 그 동안 추상적인 개념으로 취급되어 왔던 홀로그래피의 원리가 전통적인 물리학에 입각하여 수학적으로 정확하게(그리고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가상의 우주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말다세나는 어떤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4개의 대형 공간차원과 하나의 시간차원을 갖는 우주를 연구대상으로 삼았으며, 그 우주는 음의 곡률(프링글스 감자칩모양의 고차원 버전)을 갖고 있었다.
약간의 수학적 분석을 거치면 말다세나의 5차원 시공간은 자신보다 차원이 하나 작은 경계를 갖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즉, 말다세나의 가상우주는 3차원공간과 1차원시간으로 이루어진 경계를 갖고 있다(항상 그렇듯이 고차원 공간은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머릿속에 시각화시키고 싶다면 토마토 수프가 들어 있는 통조림을 떠올리면 된다. 이 경우, 3차원의 액체수프는 5차원 시공간에 해당되고 깡통의 2차원 표면은 4차원 경계에 대응된다.).
말다세나는 여기에 끈이론이 요구하는 여분의 차원들을 추가하여, 이 우주(수프)에 살고 있는 관측자가 바라보는 물리학이 경계면(통조림의 면)의 물리학으로 완벽하게 서술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지금까지 많은 계산 결과들이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말다세나의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다세나가 끈이론의 범주 안에서 홀로그래피 우주가설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끈이론이 홀로그래피 원리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나열한 여러 개의 단서들 중, 홀로그래피 원리는 앞으로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원리는 이론물리학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블랙홀(엔트로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또한 홀로그래피 원리에 끈이론이 자연스럽게 결부된다는 것도 원리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 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中